해외여행 러시 속 제2의 그랜드캐년 추락 사고를 막아야

정용석 2024. 11.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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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플라잉닥터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한 인원은 2602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653만 명 수준을 완벽히 회복했다. 내년에는 추석 연휴에 개인 휴가를 하루 사용하면 열흘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항공권 가격도 급상승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다시 자유로워진 만큼 안전한 귀국을 위한 계획도 필수다. 일례로 5년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을 들 수 있다. 미국 그랜드캐년을 여행하던 한 한국인 청년이 추락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수술 이후 한동안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던 그를 가족들이 한국으로 데려오고자 했으나 거액의 병원비와 함께 2억 원에 달하는 에어앰뷸런스 이송료, 관광회사와의 법적 다툼 등으로 귀국에 어려움을 겪게 됐고 이 내용은 국민청원으로도 올라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때 세금을 개인에게 사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과 국가 차원에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 대립이 분분했는데, 결국 청년의 상태가 호전돼 민항기로 이동이 가능한 상황이 찾아와, 민간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지원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랜드캐년 추락 사건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해외의 응급환자를 국내로 이송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국민들에게 인식시키며 여행자 보험 가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자유로워진 해외여행으로 급증한 해외여행객들 사이에서 제2의 그랜드캐년 추락 사건이 다시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에 해외여행 시 미리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가이드를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여행자 보험 속 함정

그렇다면 그랜드캐년 추락 사고와 같은 상황에서 보장을 받을 방법은 없을까. 해당 사고 상황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여행자 보험 혜택은 '중대사고 구조송환비용' 특약에 해당한다. 과거 해당 특약은 낮은 보장 한도와 더불어 '현지 병원 14일 이상 입원' 조건이 붙으며 현실적으로 혜택을 받기가 어려웠다.

이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인 정부가 2021년 '해외 우리국민 환자 이송·보호체계 개선방안'을 통해 소비자가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하며 현지 최소 입원 요건 기준이 4, 7, 14일로 세분화됐다.

다만,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해 필요한 상황에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행자 보험 가입 시 중대사고 구조송환비용의 보장한도는 최대한으로 설정하고 해외 병원 입원일수는 최소한으로 설정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또한 최근 보험사들 간의 여행자 보험 경쟁으로 다양한 혜택과 담보를 선보이고 있으므로 본인에게 필요한 상품을 잘 선택해 가입할 것을 권한다. 인슈플러스의 경우에는 여행자 보험에 의료지원 서비스를 결합해 에어 앰뷸런스나 일반 항공기를 통한 환자 이송까지도 보장내용에 포함하고 있다.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

2019년 제정돼 2021년부터 시행된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을 미리 숙지하고 여행갈 지역의 영사관 연락처를 확보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은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에서 어떠한 사건이나 사고를 당했을 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영사가 조치해야 하는 일을 법으로 명시한 것으로, 이에 따라 해외에서 사건 사고를 당한 재외국민은 법률에 근거해 체계적으로 영사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영사조력법에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명과 신체, 재산의 보호에 드는 비용은 자기부담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후죽순 생겨난 해외환자 이송 업체

최근에는 해외환자 자국 이송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생소했던 분야지만 현재는 해외에서 환자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중증 질환일수록 빠른 시간 내에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필요로 하므로 그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법과 제도가 없어 기본적인 자격조차 갖추지 않은 부실 업체들이 성행하고 있다. 생사를 다투는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현장에 의사가 아닌 응급구조사나 간호사만 출동하거나 경험이 부족한 업체에서 환자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렇기에 업체에 소속된 전문 의료진(의사와 간호사) 여부와 함께 의사가 환자 이송에 직접 참여하는지, 운영 프로세스를 잘 갖추고 있는지, 에어 앰뷸런스를 이용한 해외 환자 이송 경험이 많은지를 체크해본 뒤 신중하게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의료 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플라잉닥터스 관계자는 "해외여행 시 위급상황에서의 대처는 항상 어렵기 마련이다. 이송 비용의 경우, 환자의 위치와 상태에 따라 상이하지만 에어 앰뷸런스 이용 시에는 수억 원대에 달하기도 하므로 제대로 된 업체를 통해 빠른 시간 내에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공신력을 인정받은 해외환자 이송 전문 업체를 통해 서비스를 받고, 에어 앰뷸런스를 보유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곳을 통해 빠른 이송과 지원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용석기자 kudlj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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