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걱정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각오는 단단해진다, 최정 후계자 만들기 시작됐다

김태우 기자 2024. 11. 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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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SSG에서 반드시 키워야 할 선수로 주목받고 있는 박지환에 대해 코칭스태프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 타격 재능을 살린다는 생각이다 ⓒSSG랜더스
▲ 뛰어난 타격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박지환은 팔 높이를 바꾸며 더 강한 타구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가고시마(일본), 김태우 기자] 말 그대로 센세이션한 등장이었다. 이제 막 프로에 데뷔한 19살 야수가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들과 외국인 선수들을 공을 거침없이 치고 있었다. 전반기 32경기에서 121타석을 소화하며 기록한 타율은 무려 0.364였다. 올스타전까지 나가 화려한 춤도 선보였다. 타석과 무대 모두에서 당당했다. 타 구단 관계자들도 “저런 선수 오래간만이다”고 즐거워할 정도였다.

팬들은 그런 박지환(19·SSG)을 아끼고 또 아낀다. 팀에서 이런 거대한 그릇을 가진 야수 자원이 나온 게 실로 오래간만이다. 당연히 박지환을 두고는 더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SSG가 2024년 시즌 막판 박지환의 외야 전향 카드를 만지작거렸을 때, 전례가 없을 정도로 논란은 뜨겁게 타올랐다. 다 관심과 애정이었다. 박지환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럴수록 더 겸손하게, 더 열심히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숭용 SSG 감독은 2025년 박지환의 포지션을 두고 고민을 거듭한 결과 일단 내야 쪽에 더 무게를 두기로 했다. 간판 타자이자 KBO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인 주전 3루수 최정의 체력을 안배할 생각이다. 예전에는 계속 3루 수비에 나갔지만, 이제는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지명타자로 써 경기력 유지에 도움을 주겠다는 심산이다. 이는 이제 서서히 마흔을 향해 가는 최정의 경기력을 배려하기 위한 목적도 크지만, 박지환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려는 목적도 부인할 수 없다.

박지환은 기본적으로 2루에서도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하겠지만, 이 감독은 최정이 지명타자로 나갈 때 3루수로 박지환을 낙점했다. 박성한의 휴식 시간을 커버하는 유격수 첫 번째 백업 선수로도 박지환을 선택했다. 이숭용 감독은 “무조건 많은 경기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 박성한 정준재 박지환의 공격 흐름이 모두 좋을 때도 대비한다. 박지환을 벤치에 두는 게 아니라 지명타자로 쓰거나 우익수로도 보내 그 흐름을 이어 가게 할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서는 우익수 수비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당장 우익수로 보내겠다는 게 아니라, 박지환을 무조건 한 경기라도 더 많이 쓰기 위한 방법이다.

박지환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몇 번 외야를 소화한 게 전부다. 외야수 경험은 사실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내야수로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19살의 선수다. 우익수까지 소화하는 게 혼란스럽고 가혹하다는 평가도 있다. 박지환도 팬들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팀이 자신을 위해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의욕도 더 커진다. 웃음기는 사라졌고, 진지하고 독한 눈빛만 가고시마에 남아있다.

박지환은 “지금 같이 하는 것(내·외야)은 나쁠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나를 많이 쓸까 이 생각으로 추진하시는 게 아닌가. 내·외야를 같이 한다고 해서 문제는 없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내가 필요해서, 나를 쓰려고 하는 것이니 혼란이라고 할 것도 따로 없다. 내가 경기에 나가서 좋은 활약을 보여야 자리를 잡고, 자리가 한 곳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나는 신인이기도 하고 내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열심히 잘해야 하는 선수”라고 이야기했다. 여러 포지션에 나가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면, 자연히 포지션은 하나로 고정될 것이라는 게 박지환의 생각이다. 지금은 코칭스태프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내야와 외야 수비를 겸하는 힘든 환경 속에서도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게으름을 피울 여유가 없다. 내야에서도 많은 펑고를 받고, 별도로 윤재국 코치와 외야 수비도 연습한다. 박지환은 “내야는 짧은 거리이기도 하고, 감각적인 부분으로 대체가 된다면 외야에서는 아직 송구 감각이 없다”면서 “윤재국 코치님과 그 감각을 잡는 부분을 연습하고 있다. 송구 밸런스를 잡고 알아야 정확도도 생길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 박지환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기대감을 이해하는 동시에 이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SSG랜더스

박지환을 굳이 외야 겸업까지 시키는 건 타격 재능을 높게 평가하고, 그 타격을 살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내보내기 위해서다. 박지환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타격폼도 조금 바꿨고, 타석에 서는 위치도 조금 바꿨다. 토탭으로 타이밍을 잡는 능력이 천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박지환이다. 다만 스윙시 팔이 붙어서 돌아 나오는 부분이 있었다. 이에 팔 위치를 조금 높이고, 더 간결하게 나올 수 있도록 바꾸고 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코칭스태프와 박지환 모두의 감이 좋다.

박지환은 올해 전반기와 후반기 타격의 차이에 대해 “조금 부드럽게 쳐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고, 힘도 떨어지면서 잘 맞을 때의 위치까지 오지 않고 몸에 붙어서 몸통 회전으로만 쳤다. 영상으로 보면 맞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컸다”고 냉정하게 돌아보면서 “감독님, 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에게 최대한 잘 맞는 팔 위치를 찾고 있다. 그리고 내 존을 설정해서 좋은 공만 치도록 지금 노력하고 있다. 몸도 익히고, 눈도 익히고 있다. 지금 위치가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더 많은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그림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게 박지환의 목표다.

박지환은 “올해 보면 펜스 앞에서 잡히는 게 많았다. 우리 홈이 문학이다. 내가 장거리 타자는 아니지만 주위에서 ‘너는 두 자릿수 홈런도 충분히 칠 수 있다’고 말씀도 많이 해주신다. 그래서 나도 내년에는 두 자릿수 홈런을 목표로 목표를 크게 잡아 가고 있다”면서 “첫 해임에도 많은 관심을 받았고, 기대도 많이 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무리가 좋지 않아 나도 아쉽고 팬분들께서도 많이 아쉬워하셨을 수 있다. 잘 준비해서 내년에는 팬분들이 기대하시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이곳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가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정도 시작부터 홈런 타자는 아니었다. 첫 해 타격 성적은 박지환보다 오히려 못했다. 박지환이 자신의 가능성을 여러 곳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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