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이익도 녹았다"…4분기 노리는 패션업계

정혜인 2024. 11. 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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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폭염에 3분기 장사 망친 패션기업들
가을의류 판매 부진에 영업익 두자릿수 감소
해외진출·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실적 개선 노려

국내 주요 패션업체들의 3분기 실적이 크게 부진했다. 일제히 매출이 감소했을뿐 아니라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이상 뒷걸음질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길어지고 있는 내수 침체에 이상고온이라는 복병까지 만났기 때문이다.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패션기업들은 내수 패션 의존도를 낮추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매출·영업익 모두 줄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삼성패션)은 3분기 매출액이 433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0억원으로 전년보다 36.4% 줄었다.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의 3분기 매출액은 3142억원, 영업이익은 60억원이었다. 각각 전년 동기보다 3.0%, 31.4% 감소한 수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3분기 매출액은 2960억원으로 6.3% 줄었고, 영업이익은 65.4% 감소한 21억원을 기록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FnC) 역시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7.0% 줄어든 2305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4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99억원)보다 늘어났다. F&F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510억원, 10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5%, 27.1%씩 줄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에 대해 각 패션업체들은 일제히 경기 침체와 이상고온 현상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삼성패션은 "계절적인 비수기인 가운데 폭염과 소비 둔화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섬 역시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이상고온 현상에 따른 가을·겨울 시즌 아우터 판매 둔화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국내 패션시장 전반의 침체에 따라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고 밝혔다. 코오롱FnC와 F&F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래 3분기는 전통적으로 패션업계 비수기로 꼽힌다. 여름 의류의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다른 분기보다 실적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해 3분기는 지난 7월 기록적인 폭우에 이어 9월 이상고온 현상까지 이어지면서 특히 더 부진했다. 7월에는 긴 장마로 전국 강수량이 평년보다 평균 132% 이상 증가하면서 소비가 줄어들었다.

더 큰 문제는 9월이었다. 통상 9월은 단가가 높은 가을·겨울 시즌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진열되며 실적이 회복되는 시기다. 하지만 올해 9월에는 전국 평균 기온이 1973년 이래 가장 높을 정도로 더워 가을·겨울 시즌 제품들이 팔리지 않았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의 패션·잡화 매출액은 7월과 8월 모두 전년 동월보다 2.6%씩 줄었다. 9월에는 전년 동월보다 4.6%나 감소했다.

해외에 깃발 꽂기

이에 따라 패션업계는 최대 성수기인 4분기를 기대하고 있다. 올 겨울 극심한 한파가 예상돼 4분기 의류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날씨가 영업사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날씨가 패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3분기는 이상 기후 영향으로 재고가 늘어난 업체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4분기 한파가 예고돼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수 시장의 회복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각 패션업체들은 또다른 성장동력을 찾아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 진출이다.

코오롱FnC '아카이브앱크' 태국 센트럴월드 매장 전경. /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코오롱FnC의 코오롱스포츠는 최근 중국에서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코오롱스포츠는 올해 상반기 중국 매출 신장률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오롱FnC는 올해 코오롱스포츠의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지난 8월 코오롱스포츠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일본 최대 종합상사 이토추가 가을·겨울 시즌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일본 사업도 본격화 했다. 이토추가 라이선스로 생산한 제품 외에도 코오롱스포츠의 자체 제품도 수출해 판매한다.

이외에도 코오롱FnC는 최근 태국 백화점에 매장을 낸 '아카이브앱크'의 동남아 사업 확대 가능성을 살펴보는 한편, 2022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한 골프웨어 '왁'의 해외 사업도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F&F는 '디스커버리'의 중국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F&F는 지난 7월 중국 등 아시아 11개국의 디스커버리 라이선스를 획득한 데 이어 올 4분기 디스커버리 중국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화장품·수입 확대

이와 함께 패션업체들은 화장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한편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은 수입 브랜드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자체 브랜드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비디비치'는 해외 화장품 시장 트렌드에 맞춰 리브랜딩을 진행 중이다. '스위스퍼펙션'과 '뽀아레'는 아시아와 북미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인수한 '어뮤즈'는 올 4분기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실적에 반영된다. 어뮤즈의 3분기 누계 매출(421억원)은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368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11일 도쿄 하라주쿠에서 열린 어뮤즈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이 매장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아울러 수입 패션 브랜드도 확대한다. 최근 론칭한 '더로우', '꾸레쥬', '뷰오리' 등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나타내는 가운데 이달 중 프랑스 크리스탈웨어 브랜드 '라리끄'와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피비 파일로'를 추가로 론칭한다. 

삼성패션도 신명품에 더욱 힘을 줄 예정이다. 삼성패션이 최근 차세대 신명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자크뮈스', '스튜디오 니콜슨', '가니' 등은 올해 매출이 전년보다 두자릿수 이상 늘고 있다. 이처럼 가처분소득 감소에도 젊은 소비자들이 꾸준히 구매하는 브랜드를 지속 발굴하고 적합한 유통 전략을 펼쳐 경쟁 우위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 시장 부진이 장기화 하고 있는 데다 회복이 되더라도 그 수준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해외 시장이나 신사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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