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상법 개정’ 논의 “기업 투명성·가치 제고 위해 필요”

고경주 기자 2024. 11. 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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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회장 “정상적 경영까지 위축” 우려에 필요성 강조
“전세계서 노동시간 가장 긴 편…수치스러운 일일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왼쪽 둘째)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앞줄 왼쪽 셋째)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손경식 경총 회장 등을 만나 상법 개정, 노동시간 연장 문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기업의 성장이 복지”라면서도 경영계의 상법 개정에 대한 우려와 노동시간 연장을 비롯한 노동시장 유연화 요구에 이견을 보이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대타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 안호영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등과 함께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을 찾아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 등 경영계의 현안을 놓고 경영계와 의견을 나눴다. 경총 쪽에서는 손 회장 외에 이동근 부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등 회장단 14명이 자리했다.

손 회장은 간담회 머리 발언을 통해 “최근 이 대표께서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결정해줘서 감사하다”면서도 민주당이 주식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선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기업 투명성을 제고하면 기업 가치도 제고되고, 이는 시장 투명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며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재계는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여러가지 장기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오히려 주주 이익을 쫓아간다는 게 오히려 전략적 투자에 지장이 있지 않겠냐는 걱정이 있었다”며 “(이 대표가) 그런 걱정을 잘 알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가 아니겠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재계가 계속 요청하고 고민해 왔던 배임죄 문제라든지 이런 것까지 포함해서 종합적으로 검토를 하면 상법 개정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지게 될 거란 얘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또 “노동시장에 누적된 비효율적 규제들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투자를 제약하고 있다”며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근로 시간에 대한 근로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직무 성과 중심 임금 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연근무제 개선, 연구·개발(R&D) 종사자와 고소득·전문직에 대한 ‘이그젬션’(근로 시간 규율 적용 제외) 도입 등을 건의했다.

이 대표는 이런 요청에 “노동 유연성 확보는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전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편에 속하는 것은 어찌 보면 수치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며 온도차를 보였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정해두니 집중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영역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다”며 “그런 부분이 있다면 제도를 손질해야 하나, 전체 제도를 바꿔버리면 노동 환경이 전체적으로 후퇴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 자리에선 이와 관련해 반도체특별법 처리 지연 문제가 거론됐는데, 조 대변인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근로시간이나 인프라 구축 등 여러 이슈를 결합해 진행하게 되면 법안 처리 속도가 늦어질 수 있으니 핵심적인 부분들만 정확하게 정리해서 신속히 통과시키도록 하자”는 데 양측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이 최근 반도체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적용 예외 등을 뼈대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 발의했는데, 일부 직군에 대한 규제 제외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전체 제도를 바꿀 수는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노동 유연성과 사회 안전망 문제가 얽혀 있어서 (기업도 노조도) 서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데모하고, 압박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 결국 정치와 정부 정책에 달렸고,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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