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골든타임 `3년`… 늦으면 중국에 먹힌다

박한나 2024. 11. 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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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가공세로 LFP '싹쓸이'
NCM도 2026년까지 기술 자립
정부 전폭지원에 성장 고공행진
글로벌 톱10에 中기업 4곳 포함

"지금 중국보다 앞선 특허 등 지식재산권도 중국의 공격적인 R&D를 감안할 때 골든타임이 3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전폭적인 지원과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따라잡히는 건 시간 문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중국의 배터리 '굴기(몸을 일으킴)'에 'K-배터리'가 세계 시장에서 밀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이 같이 말했다.

중국은 이미 저가 공세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고, 여기에 차세대로 꼽히는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역시 2026년부터 자체 기술만으로 대량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11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2026년까지 하이니켈 NCM 배터리를 자체 기술로 대량 양산할 계획이다. 중국은 하이니켈 NCM 배터리에 적용 가능한 전해액 기술과 전구체·양극재 기술, 배터리셀 안전장치 기술 등이 아직은 한국에 뒤처져 있지만, 전폭적인 정부 지원과 빠른 기술 개발 속도로 격차를 좁힐 것으로 보인다.

하이니켈 NCM 시장은 한국이 일찌감치 주도권을 잡은 시장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보다 주행거리가 더 긴 삼원계 배터리에 주력해 왔다. 중국은 LFP에 집중하다 보니 하이니켈 NCM 기술력은 한국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기업들 내부에서부터 남은 시간은 길어야 2년이라는 자조 섞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정부가 이미 10년 전부터 배터리를 국가 3대 신산업으로 정하고 자국 기업을 전폭 지원하고 있어, 한국의 우위를 위협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대규모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이제는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심지어 중국 업체들은 이제 내수 시장을 제외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 시장 밖에서도 한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견제도 소용없다는 의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1위 기업은 중국 CATL이다. CATL은 7.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26.3%를 차지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현재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현대차 등 주요 완성차업체가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며 "중국 내수시장의 공급 과잉 이슈를 브라질과 태국, 이스라엘, 호주 등 해외 수출로 해소하며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톱10 배터리 업체 중 4곳이 중국업체들이다. 이들의 올해 1~9월 시장점유율(34.3%)은 전년 동기(31.3%)보다 3.0%포인트 늘어났다. 글로벌 5위와 8위인 중국 BYD와 CALB의 배터리 사용량은 각각 전년 동기보다 149.8%와 406.5%나 늘며 괄목할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6%p 하락한 46.0%를 기록했다. SNE리서치는 중국이 브라질, 태국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데다 헝가리와 파키스탄, 터키, 태국 등에 공장 신설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한국과의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지식재산권 역시 중국이 최소 2년 뒤에는 따라잡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2년∼2021년) 세계 주요국 특허청(한국·미국·중국·EU·일본)에 출원된 배터리 화재 안전 기술 특허를 분석한 결과 2021년 말 기준 출원량이 1만3599건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는 한국이 전체의 37.7%인 5122건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지만 2위인 중국은 3099건(22.8%)으로 바짝 뒤쫓고 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내수를 벗어나 세계시장에 나오면서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기업들과 같은 조건에서 이기기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중국보다 앞선 특허 등 지식재산권도 중국의 공격적인 연구개발을 감안할 때 골든타임이 2~3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중국은 동남아시아와 브라질 등 제 3국으로 생산시설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압박을 강화하면 할수록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동남아, 중동 등 신흥국 시장으로 더 공격적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한목소리로 국내 첨단 기술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영준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원 교수는 "규모의 싸움에서 중국을 이길 수는 없지만 결국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마지막에 남는 것은 이제 성능보다 안전성"이라며 "정부가 안정성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정부과제를 설정하고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차량이나 배터리에 세제 감면 혜택을 적용해 중국의 수출 가격이 저렴해진 것"이라며 "향후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해도 중국 정부의 지원을 완전히 커버할 만큼의 허들이 되지 못하지만 첨단산업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선 세제 감면이나 세제 혜택 등의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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