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모시토라' 준비 빨랐던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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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뒤 만난 일본 정치권 인사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불안감을 드러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일본의 준비는 잘 갖춰져 보인다.
핵심은 미국에 둔 두 명의 대사를 모두 일본 외무성의 정통 '미국통'으로 바꾼 것이다.
야마다 대사가 이끄는 주미 일본대사관은 지난해 트럼프 당선인과 관계가 가까운 로비기업 '발라드 파트너스'를 포함해 3곳과 새로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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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외교라인 대대적 정비
700억원 들여 대미 로비 강화
골프치다 넘어져도 웃던 아베
외교는 허세가 아님을 보여줘
우리는 새로운 미국 준비됐나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뒤 만난 일본 정치권 인사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끈끈히 다져온 동맹 관계 때문인지 내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선호가 컸던 탓이다.
한 자민당 인사는 "트럼프는 일본 지형과 비슷하다. 언제 어디서 지진이 나고 화산이 폭발할지 모른다. 일본인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예측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불안감을 드러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일본의 준비는 잘 갖춰져 보인다. '모시토라(もしトラ·혹시 트럼프)' 분위기를 일찌감치 읽고 사전에 단단한 포석을 놓은 것이다.
지난해 10월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총리는 외교라인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핵심은 미국에 둔 두 명의 대사를 모두 일본 외무성의 정통 '미국통'으로 바꾼 것이다. 야마다 시게오 외무심의관은 주미 일본대사, 야마자키 가즈유키 전 외무심의관은 주유엔 일본대사로 각각 발령냈다.
야마다 대사가 이끄는 주미 일본대사관은 지난해 트럼프 당선인과 관계가 가까운 로비기업 '발라드 파트너스'를 포함해 3곳과 새로 계약을 체결했다. 또 연간 로비 활동 금액도 전년보다 13% 늘린 700억원 가까이 지출했다. 야마자키 대사는 트럼프 1기 때 외무심의관을 맡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경제 정책에 정통한 인물이다. 2018년 6월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G7 정상들이 여럿 모인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 옆에서 얼굴을 내민 사진이 찍혀 그의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 명의 신임 대사가 합작한 작품이 지난 4월 있었던 기시다 전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 그리고 이어진 아소 다로 자민당 최고고문과 트럼프의 면담이었다. 현직 대통령에게 '메이와쿠(민폐)'가 되지 않으면서 차기 대통령 가능성이 큰 트럼프와의 관계 구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아소 고문은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함께 트럼프 1기 때의 정상회담과 골프 회동에 모두 배석한 인물이다. 아베가 떠난 지금 트럼프가 얼굴을 아는 유일한 일본 정치인이기도 하다.
총리를 지냈던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부총재의 움직임도 정교하다. 스가 부총재의 절친으로 불리는 미국 인사는 트럼프 신정부에서 국무장관 등으로 거론되는 빌 해거티 상원의원이다. 2017년부터 2년간 주일대사를 지냈던 해거티 의원은 당시 관방장관이던 스가 부총재와 업무 파트너 이상의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앞으로 그는 일본과 트럼프 행정부를 연결하는 든든한 핫라인이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케미(사람 간 조화)가 잘 맞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의원들 얘기를 인용한 것인데 윤 대통령의 희망사항을 보여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외교는 허세로 되는 것이 아니다. 골프 회동 때 벙커에서 굴러도 활짝 웃으며 앞서가던 트럼프를 쫓아간 아베를 일본인들이 그리워하는 이유가 있다.
[이승훈 도쿄 특파원 thoth@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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