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릴레이 선고’ 앞, ‘용산’에서 ‘서초’로 향하는 野 총구
野지지층 ‘이재명 무죄 탄원’…재판 당일 ‘대규모 집회’도 예고
李 유죄 시 ‘판사 탄핵’? 사법부 일각 “압력 자제해 달라” 촉구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재판 2건의 1심 선고가 이달 중 예고되면서, 정치권의 긴장감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선고 결과에 따라 이 대표 리더십은 물론 대선 출마 가능 여부가 갈릴 수 있어서다.
여당이 이 대표 재판의 '생방송 중계'를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민주당은 판결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이 대표의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재판 결과가 나올 경우, 민주당 내 '사법부 개혁' 목소리가 확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판결 생중계"…재판 앞 '공수교대' 노리는 한동훈
이 대표에겐 '운명의 11월'이다. 이 대표는 현재 11개의 혐의로 4건의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중 2건의 1심 판단이 이달 중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오는 1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를 진행한다. 25일에는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의 심리로 열리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예정돼있다.
공직선거법은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가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방송 인터뷰 등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내용이다.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 것과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에 국토교통부 압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혐의 등이다. 위증교사 혐의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법정에서 이 대표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술해달라고 요청했단 의혹이다. 검찰은 두 사건에 대해 각각 징역 2년과 3년을 구형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 명운'이 갈린다. 만약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이 선고돼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위증교사는 재판에서 금고형 이상이 확정돼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이 대표가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 위기를 면하게 되면, 그의 대권 도전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야 모두 이 대표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쪽 다 '법대로'를 외치면서, 사법부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특히 '명태균 녹취록 파문' '김건희 공천개입 논란' 등으로 수세에 몰린 여당은 이 대표 재판을 여야 '공수교대'의 변곡점으로 만들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여당은 이 대표의 1심 선고 공판을 생중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선의 민의를 바꾸려고 하고 실제로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기 때문에 대단히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이 대표의 1심 선고 공판이 생중계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면서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해) 유죄라고 생각한다면 판사 겁박 무력시위를 하는 것이고, 무죄라고 생각한다면 재판 생중계 무력시위를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검수완박' 외쳤던 野, 李 유죄 시 과녁 '사법부'로?
반면 민주당은 "제1야당 대표를 낙인찍고 재판부를 압박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겠다는 불순한 의도"(박찬대 원내대표), "여당에서 법원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정성호 의원)이라며 이 대표 재판 생중계를 반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도 거듭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며 "이재명은 김진성에게 '기억을 되살려 있는 대로 말해달라. 들은 것은 들었다고 해주면 되고, 안 본 걸 봤다고 할 필요없다'는 취지를 반복적으로 말했다"며 "김진성은 이재명이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사실인 '고소 취소 약속'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것을 가지고 '위증교사다, 위증교사에 따라 위증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라며 "진실은 잠시 가려질지라도, 숨겨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 대표 재판을 앞두고 정치권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1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의 유죄가 선고된다면 민주당 지지층의 대결집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친명(親이재명)계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운영하는 '이재명무죄탄원 홈페이지'에는 이 대표 무죄 판결 촉구 탄원 서명 참여자 수가 100만을 넘어섰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 재판에 앞서 온라인 서명 기반 탄원서를 제출한 뒤, 재판 당일 오전 11시부터 서초동 중앙지법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취재에 따르면, 해당 집회에는 상당수 민주당 당직자들도 참여할 전망이다.
야권 일각에선 이 대표의 유죄가 선고될 시, 민주당 지도부가 판사 탄핵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 카드'를 빼들 가능성도 언급된다. 앞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6월 이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실형을 선고받자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겨냥 "심판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친명계 장경태 의원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에 자칫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저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사법부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자정능력을 기다리겠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 재판을 둘러싸고 여야의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법조계는 정치권의 '자중'을 촉구하고 있다.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원에 정치적 압박이 가해지는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법관 입장에서는 상당히 비감(悲感)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법원을 믿지 못하고 이런저런 압력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하면 누가 법관을 할 생각을 하겠나, 고되게 재판해야 하는 것을 어떻게 감당해 직분을 수행하겠는가"라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를 빌려서 그런 행태들은 삼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판사 탄핵 추진 등 일부 정치권 지지자 등의 극단적인 행태에 대한 자제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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