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붙이 없이 고독사한 노인 재산, 10년간 121억 국고 귀속
법적 효력 갖춘 유언장 미리 작성
일본에선 사회 유산 기부 활발
[왕개미연구소]
“나이 들수록 건강 상태나 생활환경이 점점 나빠질 것도 걱정이지만, 내가 죽고 난 다음엔 어떻게 될 것인지도 고민입니다.”(60대 이모씨)
고령화와 이혼·미혼 증가 등으로 혼자 사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아무도 상속받을 사람이 없어 국고로 들어간 돈이 지난 10년간 121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안도걸 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이 제출한 무연고 사망자의 상속 재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홀로 살다가 생을 마감한 노인들이 남긴 임대차보증금이나 예·적금 통장 등의 재산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 국고에 귀속된다. 지난 2014년만 해도 국고에 귀속된 무연고 사망자의 상속 재산은 1200만원으로 소액이었지만 2021년부터는 20억~30억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안도걸 의원은 “홀로 외롭게 살아온 고령자들은 어렵게 재산을 일구었지만, 사망하고 나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법에 따라 국고에 귀속된다“면서 “고인의 사후 재산이 보다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언장 없으면 국가 부수입으로
배우자나 자녀 등 법적 상속인이 있다면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법에 따라 상속 절차가 즉시 진행된다.
하지만 피붙이가 없는 경우엔 다르다. 구두 약속을 했어도 신세를 진 친구나 자선 단체 등 제3자에게는 재산이 넘어가지 못한다. 만약 법적 상속인이 없는 상황에서 특별히 재산을 남겨주고 싶은 사람이나 단체가 있다면, 생전에 유언장을 작성해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해두는 작업이 필요하다.
고득성 삼성회계법인 대표파트너는 “유언장을 쓰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민법에서 정한 형식 요건을 모두 빠트리지 않고 갖춰야 한다”면서 “하나라도 빠뜨리면 유언장 자체가 무효가 된다”고 말했다.
민법에서 정하는 유언장 조건은 다음과 같다. 우선 유언장은 자필(손글씨)로 작성해야 하고, 날짜, 성명, 주소(동호수, 번지수까지) 등도 모두 자세히 적혀야 한다. 또 유언장에 도장 혹은 자필 서명이 되어 있어야 한다.
✅日, 한 해 7000억원 국고로 귀속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은 일본은 법률상 상속할 권리가 있는 형제나 자녀가 없어 국고에 귀속되는 고인의 재산이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11일 일본 최고재판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국고에 귀속된 무연고자 재산은 768억엔(약 698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3년만 해도 336억엔 수준이었는데 두 배로 늘어났다. 국고로 귀속된 무연고자의 상속 재산은 특별히 정해진 용처 없이 세수로 포함되어 국가 재정에 활용된다.
10년 이상 은행에 맡겨 놓고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휴면 예금’도 증가 추세다. 몸이 아파 요양원에 들어가면서 깜박 잊고 정리하지 않거나 통장에 소액을 넣어둔 채 잊어버리고 살다가 예금주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이 홀로 살고 있는 ‘독거 노인 대국’이다. 이미 지난 2020년 1인 고령 가구가 672만가구를 넘어섰다. 오는 2040년에는 896만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유언 통한 사후기부 활발
일본에서는 가족이나 친척이 아닌 비영리 단체(NPO) 등 사회 공헌 활동을 위해 재산을 기부하는 ‘유산 기부’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기부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유산 기부 총액은 400억엔(약 3636억원)에 육박했다. 기부금은 지진 피해 지원이나 난치병 연구와 같은 사회적 필요성이 높은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서 유산 기부가 활성화되는 배경에는 독신·무자녀 인구 증가와 함께, 가족이 아닌 사회를 위해 재산을 사용해도 좋다는 가치관의 변화도 작용하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 온 한 80대 여성은 “내가 평생 모은 돈이 국가에 귀속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서 개발도상국 교육 지원 단체에 모든 유산을 기부하겠다고 유언장에 명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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