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말하는 3년 경영 성과는
"트럼프와 다른 국내 규제 면밀히 보고있어"
"저는 네이버의 프로덕트, 기술 자산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젊고 능력 있는 리더를 발탁하고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게 성과 아니었나 싶습니다."
최수연 대표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자사 콘퍼런스 '단'에 이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의 경영 성과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최 대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CIC(사내독립기업)를 부문 체제로 바꿔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등을 끊임 없이 탐색할 수 있는 회사 체계를 만들었다"고 했다.
2022년 네이버를 이끄는 최고경영자 지위에 오른 최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그는 이날 150분 동안 이어진 콘퍼런스 키노트 세션 전체를 이끌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이후 1시간가량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네이버의 AI 기술을 자사 핵심 서비스에 밀착시키는 계획과 주요 경영 현안을 막힘 없이 답변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최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이후 상황에 대해선 "네이버의 경쟁자인 미국 빅테크와 AI, M&A 관련 규제가 자유로운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와 반대되는 국내 플랫폼 규제 상황과 맞물릴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경험상 어떤 정부가 들어서면 사업이나 회사 전략에 복잡다단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마디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유의깊게 보는 것은 내수 시장이 어떻게 될지, 특히 광고·커머스 사업에 대한 영향을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우리 정부·국회의 플랫폼 규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적절하지 않다"며 언급을 삼갔다. 하지만 "네이버의 모든 의사결정은 사회적 영향력, 소상공인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며 "모바일 시대든, AI 시대가 되든, 앞으로 어떤 기술이 나오든 수천만 사용자와 SME(중소상공인)가 너무나 중요한,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고, 이들과 상생하는 것이 플랫폼업의 본질이자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이날 '임팩트 위원회'를 조직해 6년간 1조원 규모로 투자하는 '임팩트펀드'를 신설, AI 생태계 지원에 나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상생을 통한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임팩트펀드는 네이버가 착한 일도 한다는 그런 일환이 아니라, 업의 본질과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기업 활동으로, 모든 경쟁력을 쏟아부을 생각"이라며 "희망으로는 네이버보다 더 큰 기업들이 많이 있는 한국의 인터넷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측면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이 AI 사업을 하면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와 손잡는 등 개방형 사업 전략을 펴는 것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네이버는 핵심 서비스를 만들 때 필요한 기술을 내재화하겠다는 전략"이라며 "많은 이용자를 상대하는 기업이자 콘텐츠 생태계, 데이터 등을 책임지는 기업 입장에서 ROI(투자대비수익)보다는 사명감으로 기술 내재화를 하는 것이 네이버 창립 초기부터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네이버가 쿠팡과 같은 대형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을 상대하는 전략도 공유됐다. 이윤숙 네이버 쇼핑 사업 부문장은 "1P 모델(직매입 판매)이 전자상거래 시장을 100% 차지하는 경우는 없다"며 "쿠팡 추월보다는 저희는 D2C(직접판매)와 3P(제조사가 판매·배송, 오픈마켓) 하이브리드 모델로 갈 것이고, 내년은 올해보다 더 큰 성장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쿠팡이츠나 배달의민족과 같이 배달 시장에 진출하거나 물류 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최 대표는 "오프라인 상점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분야에 우선 집중하고, 물류센터 직접 운영보다는 판매자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방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협력, 미국 C2C(소비자간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 웹툰 부문의 미국 증시 상장 등 해외 진출에 대해선 "가시적으로 매출 성장에 즉각 기여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디딤돌을 하나하나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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