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만 급소 찔러 살해했다" 부부모임 흉기 난동 살인마, 신상 공개 안 된 이유는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1월 11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소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그토록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라곤 당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처음 시작은 그저 흔히 벌어지곤 하는 작은 말싸움 정도에 불과했죠. 서로 다른 일행과 노래방을 찾았다 언쟁이 벌어진 A 씨와 B 씨는 이날 처음 본 사이였습니다. 두 사람의 언쟁은 자칫 큰 다툼으로 벌어질 뻔했지만 함께 온 일행들이 싸움을 말리며 자연스레 정리됐다고 하죠. 하지만 잠시 후, 일행 중 여성 2명이 살해 당했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임소희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임소희 변호사(이하 임소희)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임소희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이야기 나눠볼 이 사건, 그렇게 오래된 사건이 아닙니다. 2년 전쯤에 발생했던 사건이죠.
◇ 임소희 : 네 2022년 4월 13일 충청남도 천안시 성안 읍에서 오전 0시 13분경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가해자인 김 씨는 한 노래방 앞 인도에서 시비가 붙은 부부 2쌍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30대 여성 2명을 살해하였습니다. 피해자 부부의 남편들은 사촌지간으로 저녁 모임 후 귀가를 위해 대리기사를 기다리던 중 참변을 당했습니다.
◆ 이원화 : 한 사람이 성인 4명을 공격했다. 이 얘기인가요?
◇ 임소희 : 네, 당시 피해자 4명이 모두 성인이었고, 그중 2명은 남성인 상황으로 한 사람의 공격으로 이러한 참극이 벌어진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가해자 김 씨가 길가에 서 있던 피해자들에게 갑자기 다가왔고, 피해자들이 대처할 새도 없이 흉기를 휘둘러 사촌 동생 부부인 A 씨와 B 씨를 쓰러뜨렸고, 옆에서 말리던 사촌 형의 아내인 C 씨를 찔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습니다. 또한 가방을 휘두르며 저항하던 사촌 형 D 씨 역시 김 씨가 휘두른 흉기에 쓰러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쓰러져 있던 사촌 동생 부부 A 씨와 B 씨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달아났지만 김 씨는 여성인 B 씨를 집요하게 쫓아갔습니다. B 씨는 사력을 다해 뛰어 근처에 주차돼 있던 차량의 뒷자리에 탑승해 문을 잠갔고, 김 씨는 계속해서 운전석 문을 열려고 시도하다 차주의 제지를 받고서야 흉기를 버리고 노래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와 같은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분 가량에 불과했습니다.
◆ 이원화 : 자세한 상황은 잠시 후 여쭤보기로 하고, 일단 피해자들 목숨은 건졌습니까?
◇ 임소희 : 사촌 형의 아내 C 씨는 김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서 그 자리에서 숨졌고, 사촌 동생의 아내 B 씨 역시 김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상태로 근처에 주차된 차량의 뒷자리에 몸을 숨겼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과다 출혈로 쓰러져 숨을 거뒀습니다. 사촌 형 D 씨와 사촌 동생 A 씨 또한 김 씨가 휘두른 흉기에 중경상을 입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 이원화 :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 원한이라도 있었던 건가요?
◇ 임소희 : 아닙니다. 가해자 김 씨와 피해자들은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왜 그랬답니까?
◇ 임소희 : 사건 당일 노래방 앞 인도에서 김 씨와 사촌 동생 A 씨 사이에 사소한 언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일행들이 다툼을 말렸고 그 과정에서 서로 사과까지 오가면서 별다른 문제없이 상황이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술 먹고 시비가 붙는 그런 상황인 것 같기는 해요. 언쟁이 있긴 했는데 일행들이 말리면서 서로 사과하고 정리가 됐었는데 이후 자기 차에 가서 흉기를 꺼내서 보복을 했다 이 말이죠.
◇ 임소희 : 네 맞습니다. 당시 김 씨는 함께 술을 마신 아내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말한 뒤에 자신의 차에서 흉기를 꺼내 다시 노래방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을 향해 왜 나를 무시해 죽을 짓을 하냐 라고 외치며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경찰한테는 이 사람이 술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 이랬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 임소희 : 네 김 씨는 범행을 저지르고 나서 도주를 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추적으로 체포되었는데요. 김 씨는 경찰에서 자신의 범행에 대해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라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담긴 CCTV에는 김 씨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는 장면, 피해자들에게 접근할 때 흉기를 주머니에 숨기는 장면, 가방을 휘두르며 저항하는 사촌형 D 씨의 가방을 피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는데요. 한 법 영상 분석 전문가는 이 같은 김 씨의 행위들은 만취해서 한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말씀해 주신 이야기를 듣고 보면 이 사람이 뭐 담배도 피웠고 흉기를 주머니에다가 숨겼다 그래요. 그런 얘기를 다 종합을 해보면 화나서 우발적으로 그랬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것 같거든요.
◇ 임소희 : 네 그렇습니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술에 취해서 그랬다 라는 김 씨의 말은 형량을 낮추기 위한 김 씨의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김 씨는 1986년 폭행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는 등 7회의 범죄 전력이 있었고, 2013년에는 살인미수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기도 했으며, 지난 1989년 동생이 살해되자 가해자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흉기를 소지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흉기가 김 씨 동생 사건의 가해자와 상관도 없고 김 씨와 일면식조차도 없는 애먼 피해자들에게 향한 것이죠.
◆ 이원화 : 살인 미수 전과가 있었다는 얘기는 정말 충격적이네요. 아무튼 해당 사건이 알려지면서 가해자 신상 공개에 대한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한 걸로 알고 있고요. 유족들도 이걸 원했다 이렇게 알려져 있는데 신상공개는 결국 안 된 것 같더라고요. 왜 그런 건가요?
◇ 임소희 : 당시 김 씨의 신상 공개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피해자 유족들 또한 김 씨의 신상 공개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신상공개위원회의 개최 없이 검찰 송치가 이루어졌고 이에 대해 신상공개 재검토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신상공개가 되지 않았습니다.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피의자 신상 공개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사건과 죄를 범했다고 믿을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 권리, 피해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경우에는 피의자의 얼굴과 성명,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말씀드린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음에도 결과적으로 신상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아 여러 의혹과 비난이 있었습니다.
◆ 이원화 : 너무나도 끔찍한 평범했던 두 가정을 그야말로 파탄 내버린 가해자 우리 사회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가해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서 마땅한 처벌받게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재판은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 임소희 : 검찰은 김 씨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급소를 찔러 다량의 피를 흘리는 피해자를 끝까지 쫓아가 위협했고,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높은 점 등을 이유로 사형을 구형했고, 이에 대해 김 씨 측은 심신미약과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 이원화 : 근데 이 사람이 정작 유족들에게는 별다른 사과도 안 한 것 같던데요.
◇ 임소희 : 네 그렇습니다. 당시 재판에 출석한 유족 대표의 진술에 따르면 김 씨는 사건 이후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자 측에 사죄의 말조차 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일상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가벼운 시비에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피해자의 공포심과 유족의 비통한 심정을 재판부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고 하며 범행 수법 결과의 참혹함, 재범의 위험성 등을 들어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 이원화 : 이번 사건에서 제가 주목했던 부분은요. 총 4명의 피해자가 있었는데 그중 2명의 여성만 살해됐다는 점입니다. 정작 언쟁이 있었던 사람은 남성이거든요. 남편 쪽이에요. 싸운 건 남편 쪽인데, 심지어는 가해자가 쫓아가다가 남편이랑 아내랑 서로 찢어져요. 찢어져서 남편이 자기 쪽으로 오도록 유도를 하는데, 이 사람이 돌아서서 아내 쪽을 쫓아간단 말이에요. 끝까지 쫓아가서 살인을 저지르고 이런 부분을 다 감안을 했을 때 여성 혐오 범죄로 볼 대목도 있지 않나 싶거든요.
◇ 임소희 : 네 말씀하신 대로 이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로 볼 여지가 충분한 사건입니다. 갑자기 언쟁이 있었던 사촌 동생 A 씨가 아닌 A 씨의 아내 B 씨를 끝까지 쫓아간 점 등으로 미루어 봤을 때 김 씨는 남성인 A 씨보다 여성인 B 씨가 제압이 용이하고 자신이 물리력을 행사했을 때 저항이나 반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B 씨를 더 적극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여성 혐오 범죄에서 주로 나타나는 양상 중에 하나입니다.
◆ 이원화 : 자기가 공격하기 쉬운 그런 상대를 찾는 그런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우리 법 체계상 성별에 따른 혐오 범죄, 여타 다른 혐오 범죄들 따로 처벌 기준은 없는 상황이죠?
◇ 임소희 : 네 그렇습니다. 아직 국내에는 혐오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법률이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2020년 발생한 서울역 여성 폭행 사건 등 여성 혐오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어 각계에서 수사 단계부터 범죄 동기를 필수적으로 조사하여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한편, 여성 혐오 범죄를 법적으로 개념화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각계에서 주장하고 있다고 하니까 갑자기 궁금해지는 게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이런 혐오 범죄를 처벌하는 그런 규정이 있는지 또는 혐오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이 좀 궁금하거든요.
◇ 임소희 : 미국의 경우에는 1990년부터 혐오범죄통계법을 만들어 매년 통계를 공표하고 있고, 2009년에는 증오범죄 예방법도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독일 또한 성별, 인종, 정신적 또는 신체적 장애 등을 이유로 발생한 범죄를 혐오범죄로 정의하고, 혐오범죄의 종류 중 하나로 여성 혐오 범죄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여성 살해 관련 법을 마련하고 그 유형 중에 하나로 여성 혐오 살해를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여성 혐오 범죄를 법적으로 개념화하고 처벌을 강화하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보다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 이원화 : 이게 다인종으로 구성된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하나의 인종으로 구성이 돼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혐오 범죄에 대한 그런 인식 자체가 좀 약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건 X파일 오늘은 일면식도 없던 두 쌍의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사망케 했던 천안 흉기 난동 살인 사건 짚어봤습니다. 이 사건으로 두 가정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두 가정 모두 어린 자녀들이 있었는데 장례식장에서야 자신의 어머니들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죠. 이 사건의 가해자는요. 30여 년 전 살인 사건으로 동생을 잃은 유족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누군가의 범행으로 가족을 잃는다는 게 얼마나 아프고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았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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