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호 실종자 찾는 무인탐사기, 흐린 시야·폐그물이 방해물

허호준 기자 2024. 11. 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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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 나흘째에도 아직 10명 못 돌아와…잠수사 곧 투입하기로
해군 광양함에 탑재된 수중무인탐사기(ROV). 해군 제공

지난 8일 오전 제주 비양도 해상에서 침몰한 금성호(129t) 실종자 수색작업이 11일 나흘째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해군 구난함이 보유한 수중무인탐사기(ROV·Remotely Operated Vehicle)가 실종자를 찾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해군 구난함 청해진함은 지난 10일 오후 3시52분께 수중무인탐사기를 이용해 수색하다 침몰한 금성호 주변에서 실종자 1명의 주검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어 주검을 인양한 뒤 다음날인 11일 새벽 0시18분께 해경 경비함정을 이용해 제주항으로 이송했다. 앞서 지난 9일 밤 9시께는 해군 광양함의 수중무인탐사기가 바닷속에 가라앉은 선체 주변에서 실종자 1명의 주검을 발견했다. 수심 97m로 깊은 해저인 데다 시정 거리가 좋지 않은데도 수중무인탐사기가 실종자들을 찾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군은 11일에도 광양함과 청해진함의 수중무인탐사기를 오전과 오후, 야간에 1∼2차례씩 4차례에 걸쳐 투입했다. ‘원격조종 수중로봇’으로도 불리는 수중무인탐사기는 사람이 작업할 수 없는 수중 탐사나 작업이 제한되는 깊은 바닷속을 살피고 가라앉은 물질을 건져올리는 탐색과 인양을 위한 장비이다.

해군에 따르면 해군 광양함 등은 영국의 로봅(ROVOP)사가 개발한 실링에이치디(HD)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수중무인탐사기는 길이 2.9m, 높이 1.9m, 너비 1.7m의 크기에 무게는 3.5t에 이른다. 이 장비에는 고화질의 광학카메라와 음파탐지기 소나 등 탐색장비와 로봇팔을 이용해 경량의 유실물을 회수할 수 있다. 이번에 실종자를 발견해 인양하는데도 수중무인탐사기에 장착된 이 장비를 이용했다.

수중무인탐사기는 구난함에서 조종자가 조작하는 컨트롤 스테이션과 연결돼 조종자가 수중무인탐사기가 보내온 실시간 영상을 보며 조작한다. 특히 어두운 바닷속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도록 조명장치와 함께 수압계, 온도계 등 다양한 센서가 장착돼 수중 환경을 탐지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다.

현재 금성호가 침몰한 사고 해상에서는 수중무인탐사기와 심해잠수사가 한꺼번에 작업하는 것은 위험해 잠수사 투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경은 해군의 수중무인탐사기가 수색 성과를 내고 있어 당분간 잠수사를 투입하는 것보다 수중무인탐사기를 이용한 수색에 집중할 계획이다.

해경에 따르면 심해잠수사의 수색 작업은 바지선을 해저에 앵커로 고정한 뒤 바지선에서 엘리베이터 형태로 된 장비를 타고 내려가서 수색하게 된다. 민간 구난업체의 바지선과 심해잠수사는 지난 10일 낮 12시20분께 사고 해상에 도착한 상태이다.

해경은 “수중무인탐사기가 해저를 수색하게 되면 충돌 우려 때문에 바지선의 앵커를 고정할 수 없다”며 “일단은 수중무인탐사기를 이용한 수색을 먼저하고 이후 바지선 앵커를 고정한 뒤 민간 잠수사들이 들어가 수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고 해역의 바닷속 시야도 좋지 않아 수중무인탐사기도 50㎝ 정도를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등 활동에 제약이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10일 오후 발견된 실종자의 주검도 바닷속 시야가 20㎝ 정도밖에 안 되는 데다 폐그물이 너무 많아 피하면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인양 시간만 4시간 가까이 걸렸다.

정무원 제주해양경찰청 경비안전과장은 “수심 100m까지 잠수가 가능한 심해잠수사가 10일 4명, 11일 5∼6명이 오면 9∼10명을 운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 해군 무인탐사기가 수색 성과를 내고 있어 이를 이용한 수색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해양경찰청 광역구조본부는 민관군 선박 47척과 항공기 9대를 동원해 사고 해역을 중심으로 나흘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안가에서도 해경과 군·경, 소방 등 인력 490여명이 수색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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