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샐 틈 없이 정교했다…1600년 전 가야인 만든 물길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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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 전 가야인들이 뚫은 물길이 세상에 처음 드러났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5~6세기 가야소국 아라가야의 왕성 터로 추정해온 경남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 586번지 일대 가야리 유적(국가사적)을 발굴 조사한 결과, 당대 토성의 자취와 토성 안팎을 잇는 길이 16.5m의 인공물길(배수시설) 터를 발견했다고 11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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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 전 가야인들이 뚫은 물길이 세상에 처음 드러났다. 당대 장인과 병사들이 돌덩이를 날라 공들여 아귀를 쌓아 맞춘 정교한 배수로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5~6세기 가야소국 아라가야의 왕성 터로 추정해온 경남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 586번지 일대 가야리 유적(국가사적)을 발굴 조사한 결과, 당대 토성의 자취와 토성 안팎을 잇는 길이 16.5m의 인공물길(배수시설) 터를 발견했다고 11일 발표했다. 가야 관련 유적에서 형태가 명확한 배수로 시설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발견된 물길은 너비 1~3.5m, 길이 16.5m에 달한다. 성 안쪽의 좁고 움푹 팬 곳(곡간지)으로 모이는 물을 성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용도로 보인다. 성벽을 통과하는 부분의 경우 뚜껑돌을 덮을 수 있도록 땅속에 묻은 수로인 암거의 너비를 1m 내외로 좁게 만들었다. 이에 비해 성벽 밖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뚜껑돌 없이 너비가 최대 3.5m까지 벌어지는 나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연구소 쪽은 “물이 흐르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고안한 얼개로 추정된다. 토성이 자리한 땅의 모양새를 면밀히 살피며 배수 체계를 구성한 가야인들의 토목기술력을 실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토성 성벽은 곡간지의 좁은 입구 부분을 막아 쌓았다. 층층이 다져 쌓는 판축기법으로 방어용 둔덕진지인 토루를 중심부에 쌓고, 좁게 골이 진 성 안의 지형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바닥 부분에 나뭇가지 등을 흙과 섞어 쌓는 부엽공법을 쓴 흔적이 드러났다. 판축한 토루의 안팎 부분에는 비스듬한 모양새로 흙을 켜켜이 다져 쌓은 내외벽을 만들면서 성벽을 보강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쌓은 판축 토루의 너비는 5.5m, 내외벽의 바닥 부분 너비는 각각 12m, 판축 토루와 내외벽을 포함한 바닥 부분 너비는 29.5m로 확인된다. 쌓은 흙층 속에서 짧은 목 항아리와 솥 모양 토기도 발견돼, 성벽 자리를 땅에 조성하는 과정에서 안전을 비는 제사 등 의례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가야리 유적에는 5∼6세기 함안 일대에 번성했던 소국 아라가야의 토성과 건물 터 등이 흩어져 있다. ‘함주지’(1587)와 ‘동국여지지’(1656) 등 조선시대 문헌 자료에 옛 나라의 터를 뜻하는 ‘고국유기’(古國遺基) 기록이 전해지며, 최근 지표·발굴 조사에서도 중요 유물과 유구가 발견돼 고고역사학계에서는 이 유적을 아라가야 왕성 터로 비정해왔다. 2019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연구소 쪽은 13일 오후 2시 발굴 성과를 공개하는 현장 설명회를 열고, 20일 오후 1시 함안박물관에서 가야리 유적의 조사·연구 성과를 지역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학술토론회(포럼)도 진행할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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