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축구팬 폭력’ 사태, 유럽 반유대주의 공포 확산
네덜란드 축구 경기에서 이스라엘 축구 팬들을 상대로 벌어진 폭력 사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해당 사건이 ‘계획적인 반유대주의 폭력’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는 가운데, 유럽 내에서도 반유대주의 폭력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확산하는 모양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암스테르담 경찰은 당국의 시위 금지 명령에도 도심 광장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인 수십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암스테르담 도심 전역에는 지난 7일 이스라엘 축구팀 마카비 텔아비브와 아약스 암스테르담의 유로파리그 경기가 끝난 뒤 발생한 폭력 사태 여파로 집회·시위 금지령이 내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날도 수백명이 광장에 모여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일부는 ‘우리의 거리를 돌려달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 금지령에 항의했다.
폭력 사태는 지난 7일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축구 경기가 끝난 뒤 벌어졌다.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원정 응원을 온 이스라엘 축구 팬들은 경기장 밖으로 나온 뒤 군중에게 폭행당했다. 이 사건으로 약 20명이 다쳤고, 60여명이 체포돼 공공질서 교란 혐의 등으로 벌금을 냈다. 이스라엘은 국적기를 급파해 응원단을 본국으로 데려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받는 일이 유럽 땅에서 다시 벌어졌다”며 “86년 전 벌어진 ‘수정의 밤’이 되돌아왔다”고 비난했다. 수정의 밤은 1938년 나치 정권이 독일 전국에서 조직한 반유대주의 공격으로, 나치 정권의 유대인 학살이 본격화한 기점으로 꼽히는 사건이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도 이번 사건을 ‘반유대주의 공격’으로 규정하고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스호프 총리는 사태 수습을 위해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총회(COP29) 참석도 취소했다.
이번 폭력 사태의 정확한 동기와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축구 팬들끼리 단순 시비가 붙으면서 벌어진 충돌은 아닌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건 발생 전부터 엑스(옛 트위터)와 텔레그램에는 “유대인을 사냥하러 가자” “가자지구 학살의 복수를 하자”는 내용의 글이 떠돌았고, 폭력 현장에서도 반이스라엘 구호가 난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 팬들이 네덜란드 내 무슬림 이민자들을 먼저 공격한 정황도 나왔다. 외신 보도와 경찰 수사 내용을 종합하면, 경기 시작 전부터 일부 이스라엘 팬들은 “가자지구엔 더 이상 어린이가 없다”고 조롱하며 인종차별적인 구호를 외쳤고, 시내에 걸린 팔레스타인 국기를 훼손하는 등 공격적으로 행동했다고 한다.
유럽 내 다른 나라들도 긴장하고 있다. 오는 14일 이스라엘과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경기를 하는 프랑스 파리는 경기장 일대에 경찰 4000명과 경기장 직원 1600명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지난 며칠간 친팔레스타인, 혹은 테러리스트 지지 단체들이 시위를 가장해 이스라엘인이나 유대인을 해치려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축구 팬들에게 원정 경기 참석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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