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시바, 총리 재선출·2차 내각 출범…'소수 여당' 정국 불투명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지난달 1일 취임 이후 40여 일 만에 총리로 재선출됐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오늘(11일 ) 특별국회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열린 총리지명 선거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해 다시 총리직에 올랐습니다.

중의원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1·2위인 이시바 총리와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가 결선 투표를 치렀습니다.

중의원에서 결선 투표가 치러진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30년 만입니다.

이시바 총리는 전체 465표 중 221표를 얻어 160표에 그친 노다 대표를 따돌렸습니다.

캐스팅 보트를 쥔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제3야당 국민민주당은 1차 투표에서와 마찬가지로 결선 투표에서도 각각 자당 대표에게 표를 던져 이시바 총리 연임을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와 노다 대표 이외 후보 이름을 적은 표는 모두 무효표로 처리됐습니다.

무효표는 84표가 나왔습니다.

중의원과는 별도로 진행된 참의원(상원) 총리지명 선거에서도 이시바 총리가 전체 239표 가운데 142표를 얻어 총리로 재선출됐습니다.

이번 총리지명 선거는 중의원 1차 투표, 참의원 투표, 중의원 결선 투표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지난 9월 말 자민당 총재가 된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1일 제102대 총리로 취임했고 이날 사실상 유임하면서 제103대 총리로서 제2차 이시바 내각을 출범시키게 됐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1차 내각 각료 중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을 비롯해 외무상, 방위상 등 주요 각료를 대부분 유임할 방침입니다.

다만 지난달 27일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낙선한 자민당 출신 각료 2명과 연립 여당 공명당 대표로 취임한 국토교통상은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제2차 내각 법무상으로는 스즈키 게이스케 전 외무성 부대신, 농림수산상으로는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 국토교통상으로는 공명당 인사인 나카노 히로마사 전 경제산업성 정무관이 각각 기용될 전망입니다.

이시바 총리는 오늘 밤 기자회견을 열어 추가경정예산안과 법안 심의 대응 방침 등을 설명할 계획입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9일 중의원을 조기 해산하고 내각 발족 한 달 만에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자민당과 공명당은 기존 의석수보다 64석 적은 215석을 얻는 패배를 경험했습니다.

자민당·공명당 의석수 합계는 옛 민주당에 정권을 넘긴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 뒤 자민당은 2012년 옛 민주당 내각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2017년, 2021년 등 4차례 총선에서 매번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공명당과 함께 안정적인 정치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소수 여당 체제에서 우여곡절을 거쳐 일단 총리로 재선출됐지만 앞으로 국정 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민당·공명당 의원에 자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을 합한 범여권 세력 의석수가 절반 이하여서 야당 협력 없이는 예산안과 법률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시바 총리는 총리지명 선거에 앞서 전날부터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주요 야당 대표와 각각 만나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그는 이날 야당 대표들과 면담한 이후 기자단에 "야당 의견을 성실하고 겸허하게 들으면서 모든 것을 결정해 가고자 한다"며 몸을 낮췄습니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정책 지향이 비슷한 것으로 평가되는 국민민주당과 정책별로 협력하는 '부분 연합'을 바탕으로 정권을 유지할 방침입니다.

총선에서 '실수령액 증가'를 공약으로 내걸고 의석수를 4배로 늘린 국민민주당은 여당에 이른바 '103만 엔의 벽'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국민민주당은 103만 엔의 벽과 관련해 근로소득자 면세 기준인 103만 엔(약 936만 원)을 178만 엔(약 1천617만 원)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민당은 국민민주당 도움이 절실하지만 면세 기준을 높이면 세수가 감소해 재정 여건이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시바 총리는 야당과 불안한 협력을 이어가면서 자민당 내부를 결속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야당과 불협화음을 빚고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으로 평가되는 30% 미만으로 하락하면 자칫 '식물 총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 경우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와 도쿄도 의회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내부에서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습니다.

신승이 기자 seungye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