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보수당 대표 “서른 넘으면 자궁을” 막말하다 몰매

햐쿠타 나오키 일본 보수당 대표(맨 오른쪽). 유튜브 채널 ‘뉴스 아침 8시!’ 영상 갈무리.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사상적 동지’로 알려진 일본 보수당 대표가 “30살이 넘은 여성은 자궁을 적출해야 한다”는 성차별적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10일(현지시각) 아사히신문은 “햐쿠타 나오키 일본 보수당 대표가 8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뉴스 아침 8시!’에 출연해 ‘여성은 18살부터 대학에 보내지 않는다든지, 25살을 넘어서(까지) 독신인 경우에는 평생 결혼할 수 없다는 법을 만들든지, 30살을 넘으면 자궁을 적출한다든지 하면 다들 조급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발언은 같은 당 사무총장 아리모토 카오리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리모토 사무총장은 “가치관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자녀가 있는 삶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가치관을 어떻게 회복하면 좋을지 의견을 듣고 싶다”고 물었다.

이에 햐쿠타 대표는 “이것을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가의 에스에프(SF) 라고 생각해달라”고 전제한 뒤 “이것(젊은 사람들의 가치관)을 뒤집으려면 사회 구조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며 문제의 발언을 했다. 아리모토 사무총장이 “아무리 에스에프라도 그건 좀 그렇다”고 하자 햐쿠타 대표는 “(출산에) 시간 제한이 있다는 점을 알기 쉽게 말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햐쿠타 대표는 559만부 이상 팔린 소설 ‘영원의 제로’를 쓴 소설가 출신 정치인이다.

일본 사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본 누리꾼은 해당 영상에 “에스에프라고 전제했더라도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농담으로라도 하지 말아야 할 말” “보수당을 뽑았는데 후회하고 있다” “선이라는 게 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논란이 계속되자 햐쿠타 대표는 9일 엑스(X·옛 트위터)에 “어디까지나 에스에프라는 전제를 달고 한 ‘디스토피아적 비유’였지만, 표현이 다소 거칠게 느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불쾌하게 생각하신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튿날인 10일에도 나고야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정도 일을 하지 않으면 지금의 사회 구조와 여성 진출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의미로 발언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드린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햐쿠타 대표가 지난해 10월 창당한 보수당은 지난달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지역구 1석, 비례대표 2석 등 모두 3석을 차지하며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햐쿠타 대표는 2022년 7월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해 숨진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사상적 동지”로 알려져 있다. 과거 “난징 대학살은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는 거짓말” 등 망언을 일삼아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졌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