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 망신주기' 방법으로 떠오르는 '월급 가압류'
A변호사는 최근 남편의 외도 상대 여성에게 3000만원의 ‘상간자소송’을 내면서 여성이 다니는 회사에 ‘월급 가압류’를 신청했다. 상대방을 망신주면서 압박하는 방법을 찾는 의뢰인의 요구 때문이다.
최근 이혼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배우자의 외도 상대방을 응징하는 방법 중 하나로 ‘월급 가압류’가 주목받고 있다.
가압류는 소송결과가 나오기 전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처분이다. 보통 부동산이나 다른 재산을 가압류하지만 다른 재산이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월급을 가압류할 수 있다. 가압류 신청을 법원이 받아주면 결정문이 상대방의 회사로 송달되고, 회사가 상대방에게 월급의 일부를 지급할 수 없게 된다. 월급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최저생계비 185만원 이하라면 가압류가 불가능하고 185만원을 넘고 300만원 이하인 경우 115만원, 300만원부터 600만원 이하인 경우 절반이 가압류된다.
가압류 결정문에 자세한 외도 내용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다만 회사로서도 법적으로 월급 지급이 금지되는 상황을 맞다 보니 당사자를 불러 자초지종을 묻게 되고 이 과정에서 외도 사실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외도 상대방을 재정적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외도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바람을 폈다’는 소장(訴狀) 자체를 회사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소장은 주소로 보내는 게 원칙이어서 법원이 좀처럼 인정해 주지 않는다. ‘사내불륜’의 경우 한때 법원을 통해 회사측에 ‘두 사람이 불륜관계임을 알았는가’를 묻는 사실조회가 망신주기의 한 방법으로 부각되기도 했지만 역시 법원에서 받아주는 경우가 드물다. 이혼 전문 송명호 변호사는 “법원은 상대방에 대한 응징보다는 분쟁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 “월급 가압류가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했다.
이처럼 ‘법률적 응징’을 모색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불륜에 대해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가 낮기 때문이다. 상한이 5000만원이고 실무에서는 1000만원~2000만원이 가장 많다. 2015년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는 “남의 가정을 깨뜨린 대가로는 지나치게 적다”고 했다. 이 때문에 SK이혼 소송을 맡았던 김시철 부장판사가 “위자료 상한 5000만원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감정에 휩쓸려 대응하다 보면 자칫 외도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법률적 응징’을 찾는 원인이다. 외도 상대방의 신원을 특정해 피켓팅을 하는 행위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벌금형 등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다. 이례적으로 작년 5월 부산지법이 내연녀의 가게 앞에서 ‘불륜하지 맙시다’란 피케팅을 한 여성에게 ‘불륜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무죄선고를 하기는 했다.
2019년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불륜 증거를 찾기 위한 행동을 상대방이 ‘스토킹’으로 문제삼기도 한다. 작년 4월 대구지법에선 내연녀의 차량 트렁크를 열고 공동현관을 들어가 현관문을 지켜 본 여성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한 이혼전문변호사는 “적반하장식 대응이 당사자로서는 억울해도 현행법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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