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비용 20% 절감, 어느 NGO가 보여준 '거품빼기' [視리즈]

이지원 기자, 홍승주 기자 2024. 11. 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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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公共예식장 空空예식장 5편
거품 뺀 웨딩비용 가이드라인
웨딩 NGO가 제시한 거품빼기
선의의 협력업체와 협업 전략
공공예식장에 도입할 만해
NGO가 말하는 한계와 미래

대관료 0원. 하지만 부대비용은 그대로. 예비부부들이 '텅 빈 공간'만 제공하는 공공예식장을 찾지 않는 이유다. '아름다운 공간'을 뽐내는 공공예식장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해법은 없을까. '텅 빈 공간'을 채우는 금액을 '합리적'으로 설정하면, 많은 예비부부가 웨딩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 않을까. 비영리단체(NGO) 그린웨딩포럼이 그 해법을 제공하고 있다.

공공예식장은 예비부부가 직접 챙겨야 할 항목이 많아 외면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는 視리즈 '公共예식장 空空예식장'을 통해 공공예식장이 청년들의 결혼 부담을 덜어줄 대안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문제점을 꼬집었다. 전국 133개 공공예식장의 평균 대관료는 '11만2000원'에 불과하지만 예식을 한 건도 치르지 못한 곳이 절반(이하 2023년 기준)에 달했다.

공공예식장이 예비부부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관료가 '무료'인 공공예식장이 숱하지만, 대부분 공간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텅 빈 공간에 하객들이 앉을 의자 놓는 것부터, 신부대기실을 마련하고, 행진 길을 꾸미는 것 등등이 모두 예비부부의 몫이라는 거다.

무료주차나 피로연이 불가능한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공공예식장 중 무료주차장이 없는 곳은 32.3%(43곳), 피로연을 할 수 없는 곳은 36.8%(49곳)에 달했다. 이쯤 되면 공공예식장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참고: 전체 139곳의 공공예식장 중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이하 서울), 매헌시민의 숲, 용산가족공원 그린결혼식, 월드컵공원 소풍결혼식 등 4곳과 운영을 중단한 부천 소향관·소사홀 2곳을 뺀 133곳의 공공예식장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내년 봄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부부 A씨는 "결혼 준비 비용을 줄여보려고 공공예식장을 알아봤었다"면서 "하지만 마음에 드는 공공예식장은 식사가 불가능했고, 직접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공공예식장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공공예식장은 결혼 준비 비용에 붙은 '거품'을 걷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어떻게 하느냐다. 이런 측면에서 비영리단체(NGO) '그린웨딩포럼'의 성과물은 그 해법을 제공할 수 있을 듯하다.

2013년 설립한 그린웨딩포럼의 목표는 지나치게 상업화한 결혼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린웨딩포럼은 협력업체들과 손잡고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예식 진행, 기획, 피로연 등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성과는 무척이나 알차다. 팬데믹 이전엔 연간 100여건, 2022년부터 2024년까진 130여건의 결혼식을 진행했다.

그렇다면 그린웨딩포럼은 협력업체와 함께 결혼 준비 비용을 얼마나 줄였을까. 비용을 비교하기에 앞서 문턱이 높아진 웨딩 시장의 현주소를 보자. '웨딩플레이션(Weddingflation)'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결혼 준비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의 조사(2024년)에 따르면, 평균 결혼 준비 비용은 신혼집(2억4176만원)을 제외하고도 6298만원이 들었다. 그중 혼수(2615만원), 신혼여행(744만원), 예단(566만원) 등은 선택에 따라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한계가 있는 항목도 적지 않다.

웨딩드레스, 예복, 헤어, 메이크업처럼 단 하루 결혼식을 치르는 데 필수적으로 드는 비용이 많아서다. 실제로 가연의 조사 결과, 스드메 평균 비용만 479만원에 달했다. 그린웨딩포럼은 이런 필수적인 결혼 준비 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쯤에서 올해 12월 결혼을 앞둔 B부부가 청담동 C웨딩컨설팅업체에서 받은 예산서와 그린웨딩포럼과 함께 낸 예산서를 비교해 보자. 두 업체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아니지만 가급적 비슷한 옵션을 선택했을 때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C웨딩컨설팅업체의 경우 스튜디오 150만원, 웨딩드레스(본식+촬영) 125만원, 신랑 예복 30만원, 헤어·메이크업 80만원, 혼주 메이크업 50만원 등에 총 435만원이 소요됐다. 그린웨딩포럼 협력업체를 이용할 경우엔 스튜디오 80만원, 웨딩드레스(본식+촬영) 60만원, 신랑 예복 20만원, 헤어·메이크업 60만원, 혼주 메이크업 40만원 등 260만원이 들었다. 절대적인 금액은 아니지만 그린웨딩포럼을 통해 준비하면 30~40%가량 비용을 절감하는 게 가능했다.

그 외에 스냅사진 C웨딩업체 80만원, 그린웨딩포럼 협력업체(이하 협력업체) 80만원, 영상촬영 C웨딩업체 45만원, 협력업체 60만원, 식대(250명) C웨딩업체 2000만원(예식장 대관료 포함), 협력업체 1625만원, 꽃장식 C웨딩업체 350만원, 협력업체 250만원 등을 포함하더라도 20%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럼 그린웨딩포럼은 어떻게 비용을 절감한 걸까. 이 질문의 답은 협력업체에서 찾을 수 있다. 이광렬 그린웨딩포럼 대표는 "10여년간 결혼식을 진행하며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비부부가 선호하는 서비스와 그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책정했다"면서 "여기에 동의하는 업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시중 가격 대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을 조금 덜 남기더라도 웨딩 시장의 불필요한 거품을 빼겠다는 NGO의 취지에 동참하는 업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거다. 그린웨딩포럼과 협력관계를 맺은 업체는 스튜디오 7곳, 웨딩드레스 업체 5곳, 메이크업 업체 2곳 등이다.

이런 그린웨딩포럼의 방식을 공공예식장에 대입하면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일반 예식장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예비부부가 직접 챙겨야 할 게 많은 공공예식장. 그 비어 있는 부분을 NGO나 공공公共의 영역에서 채우면 '웨딩 가격'에 낀 거품을 걷어낼 수 있어서다. 다만, 아직까진 '미완未完의 해법'이다.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NGO와 공공의 한계와 맞닿아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여성가족부 등록 NGO '그린워딩포럼'은 결혼 준비 비용에 붙은 거품을 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한계➊ 적정 가격 = 가장 큰 문제는 '적정 가격'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선택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어서다. 가령, 스드메의 경우 200만~300만원대부터 700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가라인까지 격차가 크다. 피로연 식대도 선택하기 나름이다. 일반 예식장 식대는 5만원대에 가능하지만 호텔 식대는 15만~30만원대에 이른다.

여기에 메이크업을 일찍 받으려면 '얼리비'를 내야 하고, 웨딩드레스를 한 벌 더 입어 볼 때도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소비자로선 어떤 항목에 얼마를 지불했는지, 적정한 가격이 얼마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예식장 확대와 함께 이런 병폐를 해결하겠다며 '결혼 서비스 가격표시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대상 항목·표시방식·시행시기 등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진행 과정은 더디기만 하다. 많게는 100배까지 차이가 나는 결혼 준비 비용을 촘촘하게 어우르는 건 언급했듯 풀기 힘든 과제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결혼 서비스 가격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 중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한계➋ 선의의 협력 = 그린웨딩포럼이 결혼 준비 비용을 절감한 덴 수익을 덜 가져간 협력업체들의 '후원'이 한몫했다. 문제는 후원에 기댄 '네트워킹'은 언제든 끊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예식장을 중심으로 협력적 관계를 맺는 건 그래서 쉽지 않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지만, 빈약하기만 하다. 서울시가 공공예식장에서 결혼하는 부부들에게 비품비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연간 예산은 2억880만원(2024년)에 그친다. 서울시 공공예식장이 29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곳당 월평균 예산은 60만원에 불과하다.

공공예식장을 운영하는 지자체 관계자는 "공공예식장 지원 예산이 워낙 적은 데다 사업을 담당할 인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협력업체와 네트워크를 맺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한계➌ 소극적 태도 = 이처럼 NGO와 공공의 활동 폭을 넓혀주면, 웨딩플레이션의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 문제는 공공예식장을 운영하는 국립시설과 공공기관, 지자체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언급했듯 예산이나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성가신 사업'쯤으로 여기는 곳도 숱하다. 결혼식 참석 인원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피로연 불가'를 고수하는 공공예식장이 적지 않은 건 이 때문이다.

웨딩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지적했다. "공공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진행하다 보면 국립시설·공공기관 등 운영 주체가 많은 제약을 두거나 폐쇄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공공예식장이 순기능을 다하기 위해선 사회적인 관심과 책임감 있는 행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공예식장은 '텅 비었다'는 이유로 예비부부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공예식장의 장점은 텅 비어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예비부부가 직접 선택하고 채워야 할 게 많은 만큼 비용을 절감할 여지가 있다는 거다.

그 과정에서 그린웨딩포럼과 같은 NGO나 공공의 집단이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완전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엿보이는 공공예식장도 있다. 이 이야기는 더스쿠프 623호 公共예식장 空空예식장 6편과 7편에서 이어나가 보자.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hongsam@thescoop.co.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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