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대화 나섰지만 의협은 '개점휴업'…내년도 의대증원 '빼박'?
14만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날(10일) 임현택 회장을 쫓아낸 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선 가운데, 여야의정 협의체가 야당과 의대생·전공의 단체 불참 속 11일 출범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사흘 앞두고 모인다는 점에서 내년도 의대증원책에 대한 변수가 생길지 귀추가 주목됐다. 하지만 협의체가 오는 '12월 말'을 시한으로 의료계와 정부의 타협점을 찾는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내년도 의대증원 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협의체 첫 회의엔 정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여당에서 이만희·김성원·한지아 의원이, 의사집단에서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과 이종태 KAMC(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이 참석했다.
회의 직후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에게 "협의체가 12월 말까지 기한을 두고 운영하는데 가능한 12월22일이나 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국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12월13일)와 합격자 등록 기간(12월16~18일)이 지난 시점이어서, 사실상 내년도 의대정원을 1509명 늘린 4567명 뽑는 정책은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 측 멤버로 참여한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지난달 30일 머니투데이에 "수능일 이전에 협의체를 하루라도 빨리 구성해 협의를 시작했으면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협의체가 '매일'이 아닌 '매주 1회' 국회에서 전체회의(일요일 오후 2시)와 소위원회 회의(수요일)를 각각 열기로 한 점을 잠정 협의했다는 점에서 25학년도 의대증원책에 대한 논의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조정 기한을 넘기게 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의대증원책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전공의·의대생 단체와 의협은 전보다 더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11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SNS에 "지금이라도 2025년도 의대 모집을 정지하든, (전공의들의) 7대 요구안 일체를 수용하든 뭐라도 해야 다가올 혼란을 조금이라도 수습할 법하다"고 날을 세웠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전공의·의대생 없이 협의체가 출범한 데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동훈 당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하게 밝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앞서 전공의·의대생는 한동훈 당대표의 협의체 참여 제안에 대해 "내년도 의대증원 백지화 없이는 정부와의 그 어떤 대화에도 임하지 않겠다"며 버텨왔다.
이런 의사집단의 불참 의사를 의식한 듯 이날 협의체 시작 전,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그동안 의료계에선 협의체에 대한 반대 의견과 실질적 성과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며 "의료계는 과거 정부와의 협의체에서 논의는 했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정책이 추진되고 허울뿐인 참여에 그치는 경우 많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현안에 대해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으면 정부와 의료계의 불통 속에서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 사상 초유의 의료 시스템 붕괴가 현실화할 수 있단 위기감으로 (협의체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의협은 지난 10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임현택 회장 탄핵안을 가결했는데, 새 회장을 뽑기 전까지 의협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를 수능 전날(11월13일) 저녁에서야 꾸리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수능 전까지 의협은 정부와 국민을 향해 메시지를 내기 힘든 '업무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단, 수능 당일부터 의사집단의 목소리를 낼 의협 비대위 위원장으로는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협회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이들 모두 그간 정부의 의대증원책에 강하게 반발해왔다는 점에서 정부가 25학년도 의대증원책을 그대로 진행할 경우 전공의·의대생 단체와 연합해 이전보다 더 강경한 대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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