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금투세 폐지’ 청구서 내밀까…연내 상법 개정 추진

허인회 기자 2024. 11. 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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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충실 의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 상법 개정안 놓고 충돌 조짐
민주당, 연내 통과 추진…與 “수용 불가” 입장 후 협상 여지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며 한발 물러섰던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민주당은 연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소송 남발을 이유로 '절대 불가' 입장인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반대'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 두산, 고려아연 등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온 상황에서 '주식시장을 정상화하고 선진화한다'는 야당 명분에 마냥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간담회를 하기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경영계 건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TF 출범에 경영계 만남까지…의견 수렴 절차 돌입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찾아 간담회를 가졌다.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경영계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였지만 가장 큰 화두는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경영계의 우려였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상법 개정안을 두고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 달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최근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에 따른 개혁·진보 진영의 비판에 상법 개정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을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의 내용이 있지만,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총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상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돼 있다. 때문에 각 이사회가 회사 이익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주주 이익 침해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 두산과 고려아연 등 기업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이익만 고려한 선택을 했다면서 일반 주주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당내 태스크포스(TF)까지 출범시키며 개정안 통과를 위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 안에 반드시 상법 개정을 해서 지배주주들의 지배권 남용을 막고 주식시장이 정상화되는 길을 찾도록 하겠다"며 "그 외에도 주주들이 공평하게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으로 제대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각종 소수 주주권 보호를 위한 장치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재계는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될 경우 이사에 대한 배임죄 고발, 손해배상책임 소송 등의 가능성을 높여 기업의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국내 상장기업 153사(코스피 75사, 코스닥 78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응답 기업의 61.3%가 '주주대표 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이사의 충실 의무가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되면 '인수·합병(M&A) 계획을 철회·취소·재검토하겠다'고 응답한 곳은 53.9%에 달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가운데)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 내에서도 오락가락 행보

정부 내에선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3일 한국거래소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하도록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지난 5일 대통령실은 "기업의 가치를 높여서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다만) 상법 개정이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어렵다"고 밝혔다.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드러낸 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꾸준히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6월 예정에 없던 상법 개정 관련 브리핑을 열어 이사의 소액주주 보호 의무를 명문화하고, 그 대신 이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배임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지난달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선 "재계 우려에 대해 공감한다"며 "정부 부처들이 합리적 지점을 찾겠다"고 밝히며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여당은 일단 '수용 불가' 입장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업의 주주는 외국인 투자가, 기관 투자가, 사모펀드, 소액 주주 등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주주들이 있는데, 이런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충실 의무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라며 "상법상의 주주 충실 의무는 사모펀드라든지, 공격적 헤지펀드에 의한 기업 경영권 침해의 여지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입장 정리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처리는 사실상 금투세 폐지에 대한 반대급부 성격인데 이를 거부할 명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도 "공정하게 기업을 운영하고 기업의 경영이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게 상식인데 설마 이걸 누가 거부하겠느냐"며 "희한하게도 정부·여당이 반대 의사를 슬슬 내놓기 시작한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여당은 다만 협상의 여지는 남겨뒀다. 김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상법 개정에 대해 불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차후에 야당과 소통할 기회가 있다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서 인수합병 시에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논의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연내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면서 시간을 두고 대안책을 모색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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