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성남 FC 재판에서 쫓겨난 초유의 '검사 퇴정 명령'

CBS노컷뉴스 구용회 논설위원 2024. 11. 1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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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성남지원. 연합뉴스


재판에서 검사가 퇴정명령을 받고 쫓겨나는 사태를 보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석달 전부터 그런 조짐이 있었다. 그러나 언론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 허용구 부장판사는 뇌물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두산건설, 네이버 임원, 전 성남시 공무원 등 7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성남 FC 구단주로 있으면서 시 공무원과 공모해 기업들로부터 13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에서 편의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이재명 대표의 성남 FC 사건 재판과 동일한 내용이지만 먼저 기소된 사건 관계인들의 재판은 성남지원에서 열리고 있다.

현직 검사가 법정에서 쫓겨난 사상 초유의 퇴거명령의 조짐이 시작된 것은 지난 7월 22일 공판에서였다. 재판부와 검찰은 지난 석 달간 8차례에 걸쳐 위법성 여부를 두고 충돌해 왔다. 허 부장판사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외 타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검사의 공판 업무 관여에 대해 처음 문제를 제기했다. 성남지원의 성남 FC 공판에 참여하는 이는 선임 검사인 정모 검사 등 5명이다. 5명의 검사 가운데 현재 성남지청에 소속을 두고 있는 검사는 단 한 명뿐이다.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검사 가운데 선임인 정 모 검사는 부산지검에 소속을 두고 있다. 나머지는 수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 대구지검 등에 각각 소속돼 있다.

퇴정명령을 받은 그 검사는 검찰총장으로부터 한 달짜리 직무대리명령을 받고 서울고검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이재명 대표의 다른 재판 송무에도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워낙 방대하게 이뤄진 까닭에 수사 검사들이 이재명 대표 관련 여러 공판에 관여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재판부가 퇴거명령을 내린 것은 정 검사의 소송지휘가 불법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정 검사는 부산검찰청 소속이지만 검찰총장의 파견명령을 받고 서울중앙지검에서 일한다. 그런데 그는 성남지원에서 FC사건이 열리는 재판 날이면 '1일짜리 직무대리명령'을 또 받는다. 성남지원에서 열리는 성남 FC 재판을 지휘하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하면 이중 파견 명령을 받고 있는 셈이다. 


허 부장판사는 이를 문제삼아 지난 석 달간 시정조치를 줄곧 검찰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직무대리명령은 '관행'이라며 재판장의 의견을 무시했고, 석 달만에 공판정에서 쫓겨나는 사상 초유의 수모를 당하게 되었다. 재판장은 검찰청법과 검찰 직무 규칙을 보면 이중 직무대리발령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검사의 직무관할을 어겼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은 검사 인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인사권도 없는 검찰총장이 관행이라는 명목하에 이 검찰청에서 저 검찰청으로 인사권을 필요에 따라 이중으로 마음대로 운영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는 해석인 것이다.

재판장의 판단에 따르면 이중 직무대리명령을 받은 검사의 소송 행위 참여 자체가 위법한 것이다. 그런 위법을 관행이라고 용인하면 그 검사의 의견서 작성과 증인 신문 등 소송행위는 어떻게 되겠는가. 정 검사는 법정에서 "자신의 성남FC 사건 송무 관여는 퇴근한 다음, 야근 업무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중 직무대리발령과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투잡(job)'을 뛴다는 것인지, 아니면 한 사건은 '알바'로 처리한다는 것인지 기막힌 변명이다.

허 부장판사는 "직무대리 발령의 부적절성을 스스로 인지하고도 시정 조치 없이 위법상태를 지속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고, 이는 재판의 존엄성과 국민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퇴정명령 사유를 밝혔다.

재판장이 정 검사에 대해 퇴정명령을 내리자 검사들은 휴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장이 거부하자 검사들은 집단 퇴장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10분 간 휴정한 뒤 다시 속개된 재판에서 검사들은 퇴정명령에 대한 입장문을 재판장 제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낭독했다. 

초유의 검사퇴정명령 사건은 이의신청과 재판부 기피신청 등을 통해 다툼이 지속될 것이다. 그 결과는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될 것인지 모르겠으나 재판장의 소송지휘권은 형사소송법에 보장된 막강한 권한이다. 검사들이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상급법원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황진환 기자


검찰이 타깃을 두고 진행한 특수수사에서 공판검사의 직무대리 발령은 그동안 아무런 제지없이 제멋대로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 어떤 판사도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변호인 측에서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별도로 소송절차를 진행해 따져보라는 것이 대부분 법관들의 자세였다. 그러나 소송 행위는 법치의 근간이다. 위법적 소송행위가 이뤄지는 것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허용한다면 그 재판의 법적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

더욱이 이번에 퇴정 조치를 한 재판장은 검사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구보다 검찰청법 등 다른 관련법에 대한 검토를 심도있게 진행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사태의 추이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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