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재판부, '1일 직무대리 검사'에 "위법" 퇴정…재판 파행(종합)
재판장 "총장에 검사 인사권 없어" vs 검찰 "과거부터 중요사건 재판 수행방식 정착돼 적법"
(성남·서울=연합뉴스) 이우성 김다혜 기자 =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재판부가 11일 관할 검찰청이 아닌 타청 소속 검사가 공판기일마다 '1일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공판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검찰청법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해당 검사에 대해 '법정 퇴정'을 명령했다.
재판장이 검사 직무대리를 문제 삼아 퇴정 조치를 한 것으로 초유의 일이다.
해당 검사와 이날 재판에 참여한 나머지 검사 4명은 재판장의 퇴정 명령에 반발해 "이 사건 공소사실 입증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즉각 이의신청하고 재판부 기피 신청도 하겠다"며 법정에서 모두 퇴정해 재판이 파행했다.
1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허용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산건설·네이버 전직 임직원, 전 성남시 공무원, 전 성남FC 대표 등 성남FC 의혹 관련 피고인 7명의 뇌물공여·뇌물 등 혐의 사건 공판기일에서 재판장은 검사가 번갈아 가며 1일 직무대리로 재판에 참여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허 부장판사는 "부산지검 소속인 A 검사는 지난해 9월부터 한 달 단위로 검찰총장 명의로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로, 또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기소된 '성남FC 의혹' 사건 공판 때마다 성남지청 검사로 1일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공판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중 직무대리 발령은 검찰청법 제5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돼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청법 34조 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돼 있어 검사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며 "A 검사에 대해 직무대리 발령한 검찰총장은 검사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 장관의 통제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권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공판에서 재판부가 '1일 직무대리 발령 검사'의 공판 관여를 문제 삼자 검찰은 지난달 21일 "공소 유지, 공판 수행 등은 검찰청법 제5조(검사의 직무관할)와 검찰근무규칙 제4조(직무대리)에 규정돼 있어 타청 소속 검사가 직무대리 발령받아 공판 직무를 수행한 것은 적법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해 반박한 바 있다.
검찰청법 5조에는 '검사는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검찰청의 관할구역에서 직무를 수행한다. 다만, 수사에 필요할 때에는 관할구역이 아닌 곳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검찰근무규칙 4조에는 '검찰청의 장은 직무수행상 필요하고 또한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그 관할에 속하는 검찰청의 검사 상호간 또는 일반직 공무원 상호간에 그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직무대리는 기간을 정해 명하되 1개월을 초과하는 때에는 검사에 관해서는 법무부 장관, 일반직공무원에 관해서는 검찰총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며 "검찰 입장대로라면 총장 명의 발령이면 부산지검 소속 검사인데 서울중앙지검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중 직무대리 발령도 가능하다는 것 아니냐"며 "이중 직무대리 발령이 법률상 가능하다고 해도 그 요건은 엄격히 해석해 적용해야 한다. 검찰 주장대로 이 사건 증거량이 방대하고 사안이 복잡하다면 오히려 장기간 이를 다룰 검사가 필요할 텐데 1일 직무대리 발령은 편법으로 보여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또 "A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 후에 서울중앙지검, 서울고검,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5개 사건 공판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관할 검찰청의 검사 상호 간에 직무를 대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검찰근무규칙 4조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 측은 관행이라는데 관행이 불법이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A 검사의 이 사건 소송 행위는 무효이므로 즉각 퇴정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A 검사는 "이는 재판부의 소송지휘권 남용이며, 공소 진행을 방해하는 자의적 해석이 명백하다"며 즉각 이의신청하고, 재판부 기피 신청도 하겠다"고 반발했다.
A 검사는 "사법부가 행정부 내부의 본질적인 사항을 검열하는 것으로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재판부에 휴정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나머지 공판 참여 검사들과 함께 집단 퇴정했다.
이에 재판부가 10분간 휴정한 뒤 공판을 속행했으나 성남지청 소속 B 검사가 "A 검사에게 공판에서 손을 떼라는 것은 이 사건 입증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밝히고는 이날 법정에 나온 검사들이 모두 퇴정했다.
재판장은 "검사들이 모두 퇴정해 오늘 재판을 연기한다"며 50여분 만에 재판을 마쳤다.
A 검사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2022년 9월 기소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 검사다. 현재는 부산지검이 원 소속청으로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직무대리 검사로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하고 있고, 이 사건 공판 기일마다 다시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공판에 참여하고 있다.
검사는 통상 1년 단위로 인사 발령이 이뤄지고, 중요 사건의 경우 수사 검사가 인사 발령으로 타지로 전보된 후에도 직접 공판에 참여해 관여하는 '직관'을 하는 사례가 이어져 왔다.
검찰 관계자는 "(공판 검사 직무대리 발령은) 과거부터 중요 사건에 대한 공소 수행 방식으로 정착돼 온 적법한 업무 수행"이라면서 "과거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있었으나 법원에서 특별검사 외에 파견 검사가 공소 수행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건을 심리하는 수원고법 형사1부도 (직무대리 발령 검사의 공판 참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정상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시 공무원과 공모해 2016~2018년 두산건설·네이버 등 기업들로부터 13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이에 연루된 공무원과 성남FC 전 대표, 기업 관계자 7명은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이 대표와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등 2명은 대장동 특혜 의혹 등 사건과 함께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중이다.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25일이다.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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