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 도시 미래 열쇠는 ‘싱크탱크’

경기일보 2024. 11. 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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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석 前 인천광역시 도시계획국장

인천시는 개항장과 차이나타운, 월미도를 중심으로 문화와 관광을 통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지역 활성화를 도모해 왔다.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인천시의 이러한 노력이 집약된 정책이다. 그러나 중·동구 일대는 항만시설과 배후 산업 지역의 유휴화 및 이전으로 인한 공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송도·청라·영종 경제자유구역 등 외곽 신도시 개발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중·동구의 경제적, 물리적 쇠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인천시가 추구하는 목표가 시민이 편안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면 ‘원도심과 신도시’ 간의 균형 발전은 더는 미룰 수 없는 핵심 과제가 됐다.

도시 개발은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히고설켜 복잡하기 그지없다. 특히 원도심의 활성화는 인구 감소로 인해 주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약해지고, 그로 인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위험이 커지고 있어 더욱 어려운 과제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난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천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시정부가 제시하는 비전과 시정 슬로건은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실천되는 것일까.

그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곳이 정책 연구와 자문을 제공하는 싱크탱크, 즉 인천연구원과 같은 기관이다. 이들은 실현 가능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필요한 근거와 자료를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한 비전 제시를 넘어 그 비전을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인천연구원은 인천시 산하의 ‘정책 지식인’ 싱크탱크다. 인천시의 각종 정책이나 주요 미래 구상에 대해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시정을 자문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다. 인천연구원에서 수행한 정책 연구 과제 건수가 2023년 241건, 2022년 214건에 달했지만 이러한 연구 성과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많은 연구 결과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않거나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연구 성과의 실질적 적용을 위해서는 정책을 만드는 입안권자와 연구자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많은 연구 결과가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나는 문제는 연구 결과에 따른 정책 실행과 평가를 위한 체계적 피드백 메커니즘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이를 보완하려면 연구 결과부터 정책이 시행된 이후까지 그 효과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 및 정책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객관적 평가를 가능하게 하여, 정책뿐 아니라 연구의 질적 향상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피드백 과정이 지속된다면 인천시는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정교한 예측과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장기적 정책과 단기적 정책을 구분한 논의도 가능해져, 정책의 전략 또한 한층 효율적으로 실행될 것이다.

또한, 정책 입안자와 연구자 간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연구회의’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연구회의는 인천연구원의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가 연구 결과와 정책 제안을 논의하고 실질적 적용 방안을 검토하는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자신의 성과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체감할 수 있으며, 정책 입안자는 현장의 문제 해결과 연구 성과의 연결 고리를 더욱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부서 간 소통을 촉진해 정책의 일관성을 높이고, 중복된 연구와 비효율적인 정책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인천연구원이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민 중심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토론회, 세미나 등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실제로 직면하는 문제를 연구 주제로 삼는 방식도 고려해 본다면, 인천연구원은 단순한 연구기관을 넘어 인천시 정책의 성과를 높이는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300만 인구를 품은 인천은 진정한 글로벌 도시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진정한 성장과 도약을 이루기 위해 인천연구원의 역할 강화는 인천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다.

결국, 도시 문제 해결의 열쇠는 객관적 자료와 논리를 바탕으로 한 정책에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싱크탱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 간의 긴밀한 협력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인천은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도시이자 시민 공감을 더한 진정한 르네상스를 선사할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을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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