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러시아 파병과 위화도 회군 [기고]

김충남 기자 2024. 11. 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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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8년에 일어난 '위화도 회군'.

개경에서 압록강 하류인 위화도 진군에 19일, 그러나 회군에는 단 9일.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달려온 이성계 군대는 그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새 나라를 세운다.

명분 없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태를 보면서, 그 옛날의 '위화도 회군'을 떠올리는 사람이 나 혼자뿐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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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노석/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최노석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1388년에 일어난 ‘위화도 회군’. 무모한 요동 정벌을 명령받고 출정한 이성계와 고려군은 말머리를 돌려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 조선을 건국한다. 개경에서 압록강 하류인 위화도 진군에 19일, 그러나 회군에는 단 9일.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달려온 이성계 군대는 그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새 나라를 세운다. 명분 없이 사지(死地)로 몰린 군인들의 분노는 결국 역사를 바꾼 위대한 힘이 된다.

그로부터 636년이 흐른 2024년 10월, 북한 김정은은 13,000명에 달하는 북한 정예군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총알받이로 그때처럼 사지로 내몰고 있다. 통치 자금이 고갈 난 그가 지금은 웃을지 모르지만, 역사는 반드시 ‘악수(惡手)’가 되어 되돌아올 것을 말해준다. 김정은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일이겠지만, 80년 분단의 고통을 안고 사는 우리에게는 분단을 극복할 게임체인저가 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한 손으로 역사를 짚고, 반대편 손을 들면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새 역사가 가고자 하는 길이 보인다. 바로 통일이다.

북한 내부 소식에 정통한 사람들은, 병사들이 단 한 푼의 급여도 자신의 손으로 만져보지 못한다고 한다. 주러시아 북한대사관에서 모두 현금으로 쓸어 담아 김정은 통치 자금으로 바로 평양행. 그러다가 파병 병사들이 시신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면, 남한군과 싸우다 수령을 위해 장렬하게 순국한 ‘영웅’이란 이름 하나로 주검을 무마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엄청난 착각이다. 러시아로 간 군인 대부분은 장마당 세대이다. 김정은이 먹여 살려준 적도 없이 자기 손으로 농사지어 장에 나가 팔아 생계를 이어온 청년들이다. 더구나 그들은 이미 한류에 열광한 세대이기도 하다. 어떤 북한 전문가는 파병된 군의 소대장은 물론 중대장까지도 그런 세대라고 한다. 그들이 과연 귀 막고 눈 감은 채 김정은을 위한 총알받이가 될까? 또 북에 남은 군인 가족들은 손뼉 치며 수령 만세를 외칠까?

그런 일을 감안하면, 지금 북한의 예상되는 급변 사태에 대한 우리의 대응 태도가 너무나 안일함에 놀랄 수밖에 없다. 어디를 둘러봐도 통일을 준비하는 모습을 만날 수가 없다. 심지어 ‘통일 독트린’을 선언한 윤석열 정권조차 선언 후 정쟁에만 몰두해 선언한 것조차 잊어버린 듯하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북한 땅이 내려다보이는 임진각에서 3만 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통일대행진을 벌였다. 필자도 그날 열린 코리안드림 통일실천대행진에 참여했다. 통일의 열망이 북녘땅에 울려 퍼질 것을 꿈꾸며 외치는 함성에 동참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리고 그 역사 위에 올라 타고 기회를 잡는 자가 승리하는 법이다. 명분 없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태를 보면서, 그 옛날의 ‘위화도 회군’을 떠올리는 사람이 나 혼자뿐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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