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제동 걸린 코치·베르사체 M&A…'수요독점' 판단
미국 패션 브랜드 코치의 모회사 태피스트리가 마이클코어스, 베르사체 등을 운영하는 카프리홀딩스를 85억 달러(약 12조원)에 인수하려던 시도가 무산됐다. 연방법원이 합병 거래를 중단한다는 가처분명령을 내리면서 카프리홀딩스 주가는 반토막 났다.
-2024년 10월26일자 한국경제신문
미국 연방법원이 명품 브랜드 ‘코치’를 보유한 기업 태피스트리의 동종 업계 인수합병(M&A) 시도를 “독과점 우려가 있다”며 막아섰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합병이 초고가 명품 핸드백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고급 핸드백 시장에서 경쟁을 저해할 것”,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가진 합병 기업이 업계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무 여건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이에 태피스트리 측은 명품 시장은 매우 경쟁적일 뿐 아니라 유럽의 고가 상표와 경쟁하기 위해선 합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연방법원 판사는 법정에서 한 경제학자의 분석을 인용해 “두 회사 시장점유율이 59%에 이르는데, 시장에서 위험 수준으로 간주하는 비율인 30%보다 훨씬 높다”며 FTC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사건은 정부의 반독점정책에 대해 상당히 많은 생각거리를 줍니다. 세계 각국은 특정 기업이 M&A 등을 통해 시장 내 독과점을 강화하는 행위나 소비자 및 다른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규정하고 ‘반독점법(Antitrust laws)’을 통해 규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반독점법에 따라 시장 내 독과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을 ‘반독점정책’이라 합니다.
반독점정책은 말 그대로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한 정책입니다. 독점은 일반적으로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하나의 기업이 그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하지요.
정부가 독점을 규제하는 원인은 일차적으로 그것이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에서 무수히 많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있는 ‘완전경쟁시장’에선 가격을 균형가격보다 0.1%만 올려도 모든 수요를 뺏기기에 어느 기업도 초과 이익을 얻지 못하고 시장의 모든 잉여는 어떤 손실도 없이 소비자에게 전가됩니다.
반면 독점기업은 경쟁자가 없기에 완전경쟁 균형에 비해 적게 생산하고 가격은 높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공급자가 유일하기에 소비자는 높아진 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요. 이때 소비자잉여의 상당 부분은 독점기업에 돌아가고, 사회 전체의 잉여는 줄어들게 됩니다.
제시된 사건에서 FTC는 태피스트리와 카프리의 합병이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유럽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는 초고가 핸드백 시장이 아닌 중저가 고급 핸드백 시장 내 경쟁을 저해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 봤습니다. 이에 기업 측은 조금만 유행에서 뒤처져도 시장에서 도태되는 패션 산업에서 단순히 시장점유율만으로 독점력을 판단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미국보다 앞서 기업결합심사에 나선 유럽과 일본 경쟁 당국이 별도의 소송 없이 합병을 승인했다는 점으로 볼 때 미국의 결정이 오히려 이례적이란 것이 해외 언론의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FTC는 왜 자국 기업의 대형화를 막아선 것일까요.
이는 FTC가 양사의 합병을 상품 시장에서 공급을 독점하는 공급 독점(monopoly)을 넘어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시장에서의 수요독점(monopsony)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상품의 독점적 공급자가 꼭 생산요소시장에서 수요독점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생산요소가 극도로 전문화돼 있어 특정한 산업에서 고용될 때만 그 가치를 발휘할 경우 상품 시장 내 지배적 지위는 생산요소시장에서도 이어집니다. 수요독점 기업은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수준에서 생산요소에 대한 보수와 고용량을 결정합니다. 기업은 생산요소시장이 완전경쟁적일 때보다 적게 고용하면서 낮은 보수를 지급하고, 이를 통해 독점이윤을 얻는 것이지요.
명품 업계는 디자인부터 제조까지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인력이 필요합니다. 미국 경쟁 당국은 양사의 합병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보다 관련 업계 근로자들의 처우 악화로 이어지는 상황을 더 우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FTC의 선택이 미국 경제 전반에 득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번 결정이 세계 명품 시장에서 유럽 브랜드에 밀리고 있는 미국 브랜드의 도태를 가속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황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1. 정부가 왜 독점을 규제하는지 알아보자.
2. 일반적인 독점과 수요독점의 차이를 이해하자.
3. 최근 각국 정부의 반독점규제 사례를 조사해보자.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가격 맞아?"…'미국산 소고기' 사려다 '충격'
- 가을이 사라졌다…'창고에 옷이 산더미' 초유의 상황에 한숨
- 소문 파다하더니…"주가 왜 이래" 날벼락 맞은 개미 '눈물' [종목+]
- "태권도복까지 입더니"…역도선수 출신 장미란 차관, 포착된 곳
- "샤넬인 줄 알았네"…요즘 품절 대란 벌어진 '이 옷' 난리
- "3일 일하고 4억 달래요"…황당한 중국집 배달원 결국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 "샤넬인 줄 알았네"…요즘 품절 대란 벌어진 '이 옷' 난리
- "자녀 재산 상속?"…'자산 1조설' 유재석 입 열었다
- "우리 아파트가 5억에 팔리다니"…집주인들 술렁이는 동네
- "차라리 김장 포기 할래요"…'김포족' 늘자 조용히 웃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