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트럼프에 선불금 안기나? 21조원어치 무기 구매 '시동'

김희정 기자 2024. 11. 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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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행정부 팀과 150억 달러(약 20조9670억원) 이상의 무기 구매 논의에 착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전직 관리는 FT에 "대만은 대중 방위의 진지함을 보여주기 위해 패키지를 고려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담당이 지명되면 바로 달려가 매우 공격적으로 미국산 무기 구매 패키지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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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방어 의지 입증 조치, 'F-35' 전투기 구입 요청할 듯…
트럼프 팀과 이지스함 등 무기 구매 패키지 비공식 논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10월 10일(현지시간)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113회 건국기념일(쌍십절) 기념사서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로이터=뉴스1

대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행정부 팀과 150억 달러(약 20조9670억원) 이상의 무기 구매 논의에 착수했다. 미국산 무기를 대거 사들여 중국에 대한 방어 의지를 입증하는 한편, 트럼프 행정부와 순조롭게 출발하기 위해 사실상 선불금을 안겨주는 조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만이 트럼프 집권 2기에 맞춰 자체 방위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150억달러 이상의 무기 구입을 위한 비공식 논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록히드마틴의 이지스 구축함, 노스롭그루먼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인 E-2D 어드밴스드 호크아이 등이 구매 목록으로 거론되는데, 'F-35' 스텔스 전투기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 1주일이 채 안 된 가운데 대만이 이처럼 긴박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트럼프 당선자는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꾸준히 강조해왔으며 대만을 겨냥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한국을 '현금 인출기'로 부르며 방위비 분담금으로 현재의 9배 수준인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집권 2기에 국방장관 혹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전 국방부 전략군개발 부차관보)는 최근 X(옛 트위터)에 "대만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을 매우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전직 관리는 FT에 "대만은 대중 방위의 진지함을 보여주기 위해 패키지를 고려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담당이 지명되면 바로 달려가 매우 공격적으로 미국산 무기 구매 패키지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AP=뉴시스

복수의 대만 관리에 따르면 대만의 구입 목록 중 최우선 순위는 이지스함이다. F-35도 거론된다. 대만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방안보연구소의 고위관리 수쯔윈은 "지금이 F-35를 요청할 때"라며 "퇴역한 티콘데로가급 순양함과 페리급 호위함도 구매를 요청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F-35 전투기 60대, 첨단 호크아이 4대, 이지스함을 포함한 퇴역 군함 10척, 패트리어트 미사일 400대가 구매 요청 목록에 포함될 예정이다. F-35의 경우 구매 승인 여부를 두고 미국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2017년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직후 F-35 구매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당시 대만군 내 친중 간첩 우려와 더불어 F-35 판매가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판매를 승인하지 않았다. 이후 대만은 F-35 대신 4.5세대 전투기인 F-16V를 대량 확보하는 쪽으로 우회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의 반발을 감수하고 F-35를 대만에 넘길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그러나 미국이 1979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지켜온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벗어난 게 트럼프 집권 1기 때다. 트럼프 2년차였던 2018년 2월 미국과 대만의 고위 공직자가 자유롭게 상대국을 방문할 수 있게 '대만여행법'이 상·하원을 통과했다. 대만 요새화 정책의 일환으로 210억 달러 규모의 무기 구매 패키지도 승인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대만 관리는 FT에 "대만에 대한 미국 양당의 지지는 강력하다. 대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과 결의안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대만에 무기 판매 차단(트럼프 행정부 전에는 최소한의 자위권을 허용하는 수준으로 무기 판매 제한)을 해제한 것도 트럼프 행정부"라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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