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콩쿠르엔 ‘음악의 뒷모습’이…연주를 완성하는 공정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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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마련한 국제지휘콩쿠르 2차 본선 풍경이다.
이날 6명의 지휘자가 차례로 포디움에 올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2·3악장과 국내 작곡가 박영희의 창작곡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를 연주했다.
지휘콩쿠르는 연주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연습하는 과정 자체를 심사한다는 점에서 기악·성악 콩쿠르와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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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보다 연습과정 자체를 심사
연주 중단하고 해석 전달하고
지난 8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여느 공연과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오케스트라 뒤편 합창석엔 관객 대신 악보를 앞에 놓은 심사위원 9명이 앉아 있다. 대형 화면을 통해 관객은 평소 볼 수 없던 지휘자의 앞모습과 표정 변화까지 세밀하게 살필 수 있다. 화면 오른쪽 디지털 시계가 남은 시간을 잰다. 지휘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34분.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마련한 국제지휘콩쿠르 2차 본선 풍경이다. 2021년 첫 콩쿠르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두번째 대회. 이날 6명의 지휘자가 차례로 포디움에 올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2·3악장과 국내 작곡가 박영희의 창작곡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를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김준형과 우용기가 번갈아 협연자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한 무대에서 같은 곡을 여섯 차례 잇따라 듣다 보니, 지휘자 해석에 따라 ‘6인 6색’의 음악이 나오는 걸 알게 된다.
지휘콩쿠르는 연주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연습하는 과정 자체를 심사한다는 점에서 기악·성악 콩쿠르와 차이가 있다. 최종 결선에 앞선 1·2차 본선은 ‘리허설 경연’이다. 지휘자들은 수시로 연주를 중단시키고 단원들에게 자신의 해석과 요구를 전달했다. 공연을 완성해가는 공정에 집중하는 흥미로운 경연 형식이다.
단원들과 소통하는 능력은 지휘자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 가운데 하나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에게 연주자의 악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단원들과 처음 대면하는 순간의 어색함을 가벼운 유머로 넘기려는 모습도 눈에 띈다. 심사위원장인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 예술감독은 지휘를 ‘신비로움을 간직한 과학’으로 정의하면서 “지휘자는 심오한 음악 해석을 빚어내기 위해 자신의 음악적 감각에 영혼의 터치를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10일 저녁, 최종 결선 진출자 3명이 지휘봉을 잡았다. 과제는 브람스 교향곡 1·3·4번의 1악장과 드뷔시의 ‘바다’ 1~3악장,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 1~3악장을 조합한 3개의 묶음. 어떤 곡을 연주할지 현장에서 무작위로 결정하기에 참가자들은 3곡의 모든 악장을 준비해야 했다.
심사위원들은 독일 지휘자 시몬 에델만을 우승자로 선정했다. 2021년 안탈 도라티 국제콩쿠르와 올해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한 지휘자다. 라일란트 심사위원장은 “매우 노련하고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평했다. 미국 지휘자 이언 실즈와 오스틴 알렉산더 차누가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심사위원단 논의가 만장일치에 가까울 정도로 에델만의 역량이 탁월했다고 전해진다. 심사위원 중 에델만의 스승인 니콜라스 파스케의 채점은 제외했는데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이번 콩쿠르엔 44개국 224명이 지원해, 6개국 11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지난 6일과 8일 차례로 1·2차 본선을 진행해 최종 3명이 결선 경연을 펼쳤다. 1위 수상자에게는 상금 5천만원과 국립심포니 정기공연,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등 여러 무대에 오를 기회가 주어진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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