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죽신’ 불패라는데…여전한 ‘악성 미분양’에 골머리
분양가‧입지 조건 충족 못하면 신축이어도 ‘미분양’ 속출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얼죽신'이란 줄임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얼어 죽어도 신축 '을 줄인 이 키워드는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을 의미한다. 신축과 구축 아파트의 가격차가 최대 6억원까지 벌어지는 등, 신축 선호 현상이 과거보다 더 두드러지는 흐름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얼죽신'을 일반화하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축이어도 입지 조건에서 뒤처지거나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단지의 경우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어서다. 특히 부동산 시장 뇌관으로 통하는 '악성 미분양' 물량이 지방을 중심으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4년 만에 서울 신축vs구축 가격차 1.9배로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신축과 구축 간 가격차는 과거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 5년 이내 신축 아파트와 10년 초과 구축 아파트의 평균가는 각각 18억5144만원과 12억6984만원으로 가격차가 5억8160만원에 달했다. 2020년만 해도 신축과 구축의 가격차는 3억1000만원 수준이었는데, 4년 만에 급격히 벌어진 것이다.
같은 날 나온 직방 조사에서도 이달 기준 전국 5년 이내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2145만원으로, 5년 초과 아파트(1635만원)와 비교해 1.31배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1.27배에서 더 확대됐다. 서울의 신축 대 구축 가격차는 1.40배로 전국 평균보다 큰 편이며, 자치구별로는 서울 성동구가 3.19배로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신축 아파트의 경우 최신 인테리어와 커뮤니티 시설, 인프라 등을 장점으로 주거 선호도가 높은 데다, 최근 공사비 인상 등 여파로 신규 분양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 당분간 신축 아파트 선호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非역세권, 외곽은 신축이어도 '미분양'
그러나 입지에 따라 신축 단지 선호도는 천차만별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로 역에서 멀거나 상대적으로 외곽 지역인데도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단지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는 흐름이다.
일례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는 한 단지 내에서도 역 접근성에 따라 분양 실적의 희비가 갈렸다. 외대앞역과 가까운 1단지와 신이문역과 가까운 2단지는 완판 됐지만, 역 접근성이 떨어지는 3단지에서는 118여 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았다. 3단지는 입지적인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테라스형 고급화를 표방해, 분양가가 1‧2단지보다 평균 2억원가량 비쌌다.
올해 아파트 물량이 다수 공급되는 서울 강동구에서도 신축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민간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8월31일 집계분까지 강동구의 미분양 물량은 309건으로 서울(총 946건)에서 가장 많다. 최근 강동구는 '준강남'으로 불리며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몰리고 있지만,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단지이거나 오피스텔 등 비선호 물건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건이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악성 미분양' 4년 만에 최대…"수도권도 예외 아냐"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면 미분양 문제는 더 심각한 분위기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7262가구로, 2020년 8월 이후 4년1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체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중 83.2%는 지방에 몰려 있었다. 준공 후 미분양은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건설사의 자금 경색을 부르는 주범으로 통한다.
수도권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서울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대적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지역별 미분양주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총 미분양 주택(6만7550가구) 중 경기도(9567가구)의 비중이 15% 수준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은 평택(3159가구, 33.0%)과 이천(1217가구, 12.7%)에 쏠려있었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도권인 경기도 중에서는 서울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인 평택·이천 등을 중심으로 미분양주택이 몰려 있다"며 "지방에 미분양 주택이 쏠리는 문제점은 국내 주택시장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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