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방문한 이재명, 상법 개정 위해 배임죄 완화 ‘선물’ 거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방문해 재계의 건의 사항을 듣고 경제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에 대한 재계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선물’로 형법상 배임죄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손경식 회장을 만나 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손 회장은 고용시장 유연화와 노사관계 선진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노동시장에 누적된 비효율적 규제들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투자를 제약하고 있다”며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근로 시간에 대한 근로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직무 성과 중심 임금 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합리적인 경우라면 노동조합의 동의가 아닌 협의만으로도 임금체계를 개편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 개정 절차를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입법과 관련해서는 “생존의 절박함을 호소하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는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 폐지 입장을 내면서도 그 대신 상법 개정을 통해 주식 시장을 선진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손 회장의 노동 시장 관련 의견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그는 “(경총이 제시한) 제안서를 봤는데 거의 수용하기 어려운 일방적인 얘기로 끝날 것들이었다”라며 “죄송하지만 일방적으로 편들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합리적으로 타협해야 할 텐데, 길을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 유연성과 관련해 “노조는 ‘내 자식의 채용을 의무화하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는데 그 정도로 절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산업재해 사망률과 관련해서는 “기업 입장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겠지만 정치하는 입장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동 시간 문제를 두고는 “전 세계에서 노동 시간이 가장 긴 편에 속하는 것은 어찌 보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상법 개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비공개 자리에서 의견을 밝혔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기업의 가치도 제고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그 문제뿐 아니라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업의 배임죄 적용이나 배당소득 문제와 주주 가치 제고 관련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경영계는 현재 형법상 배임죄가 폭넓게 규정돼 있어 경영활동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 수석대변인은 “배임죄 문제 이런 것들을 같이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상법 개정 수용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이날 경총을 방문한 것을 두고 ‘먹사니즘’을 앞세운 이 대표의 중도 공략 행보의 연장선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4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 산업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