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행도 가성비와 럭셔리 여행으로 양극화

유희경 매경GOLF 기자(yhk@mk.co.kr) 2024. 11. 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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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여행도 코로나19 이후 가성비를 추구하는 수요가 증가한 한편, 비싸더라도 프라이빗하게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프리미엄 수요도 늘어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프리미엄이든 가성비 상품이든 골퍼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골프장. 특히 가성비 상품이라도 코스 컨디션이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가성비 상품이라도 코스 컨디션 중요

국내 골퍼들이 해외 골프 여행지로 선호하는 지역은 동남아시아다. 현재 골프투어 1위는 태국이다. 지난해 하나투어 상품 이용자들이 12월부터 2월까지 출발하는 상품 가운데 가장 많이 선택한 지역 역시 태국이 46.8%를 차지했다. 이어 베트남, 일본, 필리핀 등이 뒤를 잇는다. 동남아 골프투어의 장점은 가성비가 좋다는 것. 그래서 동남아 골프라면 무제한 골프, 하루 36홀 라운드 등이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에는 가성비 트렌드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추세다.

골프와 프리미엄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정성투어 배제영 대표는 “하루 36홀 라운드, 무제한 골프 등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있지만 예전보다 줄어드는 추세다. 대신 저렴한 상품이라도 호텔이나 리조트, 골프장의 퀄리티를 따지거나 휴식과 관광을 함께 할 수 있는 상품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하나투어의 골프 협력사인 하나골프 정문영 대표 역시 “예전에는 동남아 골프투어라고 하면 무제한 골프, 하루 36홀 라운드를 선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무제한 골프를 선호하는 층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많이 쳐야 하루 27홀만 치고 나머지 시간에는 마사지를 받거나 맛집 방문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성비 상품에서도 코스 컨디션이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런 트렌드로 인해 코로나19 이후 골프 여행객이 몰린 지역이 일본이다. 정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가성비 상품이라도 상품가가 올라간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은 엔저 현상과 노캐디에 골프장 이용료가 저렴하고 전반적으로 코스 컨디션이 좋다는 인식이 있어 골프 여행객들이 폭발적으로 몰렸다. 대부분의 일본 골프장들은 어느 정도 코스 컨디션이 보장돼 있어 국내 골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여기에 온천과 관광, 쇼핑까지 엮어 일정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하나골프 상품 기준, 예전에는 일본이 4위였지만 지금은 태국에 이어 2위까지 올라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트렌드가 형성된 이유는 디지털 콘텐츠의 확산과 정보의 개방성 때문이다. 정 대표는 “예전에는 골프장 정보가 별로 없었다. 그러니 무제한 라운드 옵션만 보고 떠났다 형편없는 코스 컨디션에 실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포털 사이트든 SNS 채널이든 검색만 하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골프장들까지 정보가 많이 나온다.

국내 골퍼들의 해외 골프장 경험도 많아지고 정보가 많다 보니 가성비 상품이라도 골프장에 대한 후기를 체크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섀도 크리크(Shadow Creek) 골프 코스.
프리미엄 골프 여행 수요도 꾸준히 증가, 가격보다 특별한 경험 원해

여행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코로나19 이후 가성비를 추구하는 여행 수요가 증가한 한편, 비싸더라도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기억에 남는 여행을 즐기려는 수요도 늘어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골프 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사들이 추천하는 상품뿐 아니라 소비자가 일정과 장소를 먼저 제안하고, 이를 맞춤여행으로 제공하는 프리미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정성투어 배 대표는 “세계 명문 골프장을 엮은 프리미엄 골프 여행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세다. 보통 4~6인 안팎의 가족이나 지인 등 소규모로 가고 싶은 골프장을 정하고 여행사에 맞춤으로 짜달라는 경우가 많다. 프리미엄 골프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중소·중견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또 이들은 상품 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프라이빗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하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쉽게 갈 수 없는 미주와 유럽, 중동 등 장거리 지역은 럭셔리로 차별화를 두고 있다.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미국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 등 세계 100대 코스로 유명한 곳들은 수요가 꾸준한 편. 또 디오픈이나 US오픈 챔피언십,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등 메이저 골프대회를 현장에서 관람하고 인근 명문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즐기는 골프투어 패키지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겨울에도 15~20℃ 사이의 쾌적한 기후를 자랑하는 두바이나 아부다비는 골프장은 물론 호텔 등 편의시설이 고급스러워 럭셔리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어 최근 몇 년 동안 인기 지역으로 떠올랐다. 이 외에도 ‘신들의 휴양지’로 불리는 튀르키예 안탈리아와 매력적인 여행 명소와 유수의 골프장을 많이 보유한 호주와 뉴질랜드도 꾸준히 관심을 받는 곳이다.

프리미엄 골프 여행은 5성급 호텔 숙박, 노옵션·노팁·노쇼핑 조건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품가가 1인당 수천만 원대인 고가 상품이지만, 이용객들은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식사부터 숙박, 관광까지 특별한 경험을 추구한다. 여행사마다 소수 정예로 운영하는 맞춤형 골프 여행 상품은 확대될 전망이다.

2인 라운드 상품도 늘어

골프는 4인 상품이 기본이다. 대부분 골프장들의 티오프 간격도 4인 출발 기준에 맞춰 세팅돼 있다. 하지만 동반자를 구하기 어렵거나 다른 일행과 조인 없이 단둘이 라운드를 원하는 골퍼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부킹 전문 업체인 XGOLF 관계자는 “최근 2인 라운드뿐 아니라 1인 라운드를 즐기려는 골퍼들이 증가하고 있다. 1인 또는 2인 가구 증가, 개인주의 문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등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최근 XGOLF 앱에서도 1인 부킹을 이용하면 4인 1팀을 맞출 고민 없이 1인, 2인, 부부나 커플 등 조인으로 예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전했다.

2인 라운드에 대한 수요는 해외 골프투어에서도 마찬가지다. 태국이나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은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2인 부킹이 가능하다. 따라서 최근에는 대형 여행사들도 ‘2인 라운드’가 가능하다는 점을 상품 이름에 넣고 강조하거나 2인 라운드 상품만 모은 기획전을 진행하기도 한다. 단, 성수기 시즌 한국 골퍼들이 몰리는 골프장의 경우는 2인 라운드가 안 되는 경우도 많으니 개별 부킹 시에는 미리 체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행업계에 따르면 골프장의 컨디션이 좋고 비교적 2인 라운드가 수월한 나라를 중심으로 예약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괌과 사이판이 대표적이다. 한국괌골프협회(KGGA) 대표이자 온워드 망길라오&탈로포포GC의 홍보·마케팅을 담당하는 제이앤제이 마케팅의 신정준 대표는 “괌은 코로나19 이전 가족 휴양지라는 인식이 강해 골프 여행객의 숫자는 미미했다. 하지만 현재 일반 여행객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50~60% 수준만 회복된 반면, 오히려 골프 여행객은 증가했다. 괌 골프장은 코스 컨디션이 좋을 뿐 아니라 1인 부킹이나 2인 부킹이 수월하다. 부부나 연인이 여행 와서 편하게 골프를 칠 수 있어 더 인기가 높아진 것 같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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