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트남으로 간 한국 병원장 “AI, 원격의료로 의료 격차 해소”

허지윤 기자 2024. 11. 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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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양지병원, 한국 의료법인 최초 독자 진출
“의료 봉사 다니며 큰 의료 격차 느껴
스마트 의료 실현해 환자 삶에 기여할 것”
지난 6일 베트남 ‘H+인터내셔널 메디컬센터 헬스케어&폴리클리닉 하노이’에서 만난 김상일 H+양지병원장은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의료 시스템을 실현하고, 이를 활용해 베트남의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하노이(베트남)=허지윤 기자

베트남은 인구가 1억명을 넘는 거대 시장에 경제성장 속도도 빨라 ‘기회의 땅’이라 불린다. 이곳에 한국 병원이 진출했다. 올해로 개원 48주년을 맞은 에이치플러스(H+)양지병원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병원을 열고, 이달 중 정식 최종 허가를 받아 환자 진료에 나선다. 한국 의료법인이 현지 파트너 없이 베트남 의료 시장에 독자적으로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H+양지병원은 하노이 서호신도시에 있는 롯데의 복합 쇼핑몰 옆에 ‘H+인터내셔널 메디컬센터 헬스케어&폴리클리닉 하노이(이하 H+하노이)’ 병원을 설립했다. 오피스 빌딩 7~8층에서 건강검진센터와 함께 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이비인후과를 비롯한 12개 과목의 외래 진료를 하는 폴리클리닉을 운영한다. 의사 20명을 포함해 병원 직원 수는 약 100명에 달한다. H+하노이병원 진출 사업에 투입된 비용은 150억원 규모다.

지난 6일 H+하노이병원에서 만난 김상일 H+양지병원장은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의료 시스템을 실현하고, 이를 활용해 베트남의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H+하노이병원장을 맡아 하노이에 거주하며 병원 진출과 운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H+양지병원은 서울 관악구에 있는 300병상 규모의 대형 종합병원이다. 1978년 부부 의사가 서울 관악구에 각각 개원한 김철수 내과, 김란희 산부인과가 모태로, 2007년 종합병원으로 승격되며 성장했다. 김상일 병원장의 부친이 현재 H+양지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서울효천의료재단의 김철수 이사장이다. 아래는 김 병원장과의 일문일답.

–H+양지병원이 해외 진출을 하게 된 계기는.

“2015년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국내 병원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대한병원협회 방문단을 통해 베트남 호찌민과 하노이 소재 대형 병원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그전에도 중국과 베트남 병원들이 한국 병원들과 파트너를 맺고 병원을 운영하고자 하는 니즈(수요)가 있었다. 우리도 중국, 베트남 병원들로부터 파트너십 체결, 위탁·공통 운영 같은 제안을 잇달아 받아 해외 진출을 구상했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지나 해외 진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하노이에는 어떻게 진출했나.

“KT의 하노이 사업권 인수를 위한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은 것이다. KT가 사업을 중단하고 사업권 매각을 추진했는데, 당시 H+양지병원이 제출한 운영 계획이 좋은 평가를 받아 최종 낙찰됐다. 지난 7월 1~3일 한국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의료 협력 분야 중 H+양지병원 베트남 사업에 관한 양국 상호 협력 안건이 의제로 채택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베트남 ‘H+인터네셔널 메디컬센터 헬스케어&폴리클리닉 하노이’ 내부 모습. /H+양지병원

–중국과 베트남에서 합작 제안이 몇 차례 있었는데, 왜 거절했나.

“리스크(손실 위험)가 있다고 판단해 진전시키지 않았다.”

–100% 독자 진출을 택한 이유는 뭔가.

“파트너와의 합작 형태 진출은 인허가 리스크를 줄이고 진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하지만 사업 운영을 하면서 의사소통의 한계, 운영에 관한 의견 대립과 갈등 등 파트너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실제 해외에 진출한 한국 병원과 기업들이 이런 이유로 고생하다 주요 자산과 기술을 빼앗기고 철수한 사례도 있다. 안정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H+양지병원의 목표와 비전을 성공적으로 실현하려면 독자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어떤 사람이 H+하노이병원에 올까.

“병원명이 H+인터내셔널 메디컬센터다. 한국인 주재원뿐 아니라 외국인, 선진 의료 서비스를 원하는 베트남 환자들이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한국 의사를 만날 수 있고, 선진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하겠다.”

–베트남 병원 설립과 운영에 관한 제도는 어떤가.

“베트남은 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외국투자법을 개정해 허용한 게 1인 유한책임회사라는 법인 설립 형태다. 다른 나라는 반드시 현지 파트너와 함께 법인을 설립하도록 하지만, 이곳에선 외국인 주주 1인이 독립적으로 유한책임회사 설립이 가능하다. 다만 병원 인허가 절차는 한국보다도 넘어야 할 관문이 많고 까다롭다. 한 예로 한국은 인허가를 거쳐 개원 후에 의료진을 채용해도 되는데 베트남은 인허가를 받으려면 의료진을 먼저 채용해야 한다.”

–한국 의사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로 많이 진출했다고 들었다.

“베트남에서 정식으로 면허를 취득하지 않고 하는 원정 진료를 하는 경우도 있고, 의료 활동을 하기 위해 면허 취득 목적의 영어시험을 보러 간다는 의사들도 늘었다고 한다. 이는 제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우려된다. 영어 시험을 통과한다고 해서 베트남에서 진료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영어시험 통과 후에 반드시 자기 전문 분야에 대한 영문 증빙 서류를 베트남 관계 당국에 제출해야 하고, 근무할 현지 병원을 등록해야 한다. 등록하지 않고 진료를 하다 자칫 현지 병원 파트너와 갈등이 생길 경우 불법 진료로 신고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베트남은 한국처럼 의사 면허를 한번 취득하면 한평생 면허 효력이 있는 게 아니다. 의사 면허를 유지하려면 연수 평점을 따야 한다. H+하노이병원에 합류한 의료진은 이런 절차를 모두 거쳤다.”

–병원 설립 과정에서 애로사항은 없었나.

“병원 내부 인테리어 공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 유명 회사에 인테리어 설계와 시공을 맡겼지만, 현지 하청 회사들이 공사를 진행하면서 한국에서 한번 하면 될 공사를 두 번, 세 번 수정해 공사 비용이 계획보다 늘었다. 특히 여기 건물의 임대료가 비싼 편이다.”

–추후 병원 확대 계획은 없나.

“H+하노이를 안착하는 게 우선이다. 이후 호찌민을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노이, 호찌민 등 주요 도시에 외국인 기업과 주재원들이 늘어나면서 지역 주거, 교육, 통신 인프라는 크게 좋아졌다. 하지만 의료 인프라는 여전히 낙후돼 있어 선진 의료에 대한 갈증이 크다.”

–궁극적인 목표는 뭔가.

“베트남에 온 건 환자 진료로 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니다. 한국에서 규제와 이해관계 등으로 못해 본 걸 이곳에서 실현해 보고 싶다. 베트남은 지역별 의료 격차, 빈부 격차가 매우 크다. 베트남 여러 지역을 돌며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데, 건강 상태가 안 좋은 분들이 많다. AI, 빅데이터,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원격 의료, 스마트 의료 시스템을 구현해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빈부에 따른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게 목표다. 병실을 만들지 않고 건강검진과 외래진료로 비즈니스 모델을 단순화한 것도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고려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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