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부양에도 신중한 중국 전문가들 "낙관 어렵다, 필요한 건…"
류스진 전 국무원 발전센터주임 "수요 늘려야 트럼프에 대응"
중국 정부가 연일 천문학적 금액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GDP(국내총생산) 5% 성장 낙관론을 펼치고 있지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연중 경제 상황이 반전을 맞이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르면 내년 경기 반등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중앙정부가 더 큰 재정부담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인민은행(PBOC) 통화정책위원을 지냈고 현 정책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황이핑(?益平) 베이징대 국립개발학원학장은 11일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인터뷰에서 "4분기 맹렬한 반등으로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중앙정부는 적자 비율을 높여 내년 예산에서 더 많은 부채를 부담하고 지방정부 수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학장과 인터뷰는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상환을 위해 약 6조위안(약 1164조원)의 채권을 추가 발행하기로 결정한 직후 이뤄졌다. 중국 정부는 기존 발표됐던 4조위안에 더해 총 10조위안을 지방정부 부채 상환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지방 빈민촌 재건축을 위해 생긴 2조위안 부채도 계획대로 상환하면 상환 부채만 12조위안에 달한다. 2000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황 학장은 이를 포함해 중국 정부가 최근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에 대해 "베이징이 9월 말 이후 거시정책에서 180도 방향을 전환했다"며 "이는 경제부진으로 GDP(국내총생산) 목표 달성 가능성이 희미해졌기 때문인데, 새 통화정책 등을 통해 베이징은 성장안정화가 최우선 과제임을 그 어느때보다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최고지도부가 경제 반전 결의를 보였고, 향후 몇 달 안에 반전이 없다면 통화 재정 지원은 더 강화될 것"이라며 "중앙정부는 경제에 진짜로 충격파로 작용할 만큼의 큰 재정지출을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시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이번 지방정부 채무 상환책 발표 이전에 "규모가 10조위안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전 주임(장관) 류스진(劉世錦) 칭화대 교수도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9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주관한 '차이신 서밋 2024' 폐막 대담에서 "구조적 이유로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믿을 건 재정정책뿐"이라고 했다.
류 교수는 "지방정부 부채 부담이 줄어들고, 지방정부가 기반시설이나 새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를 개시하면, 다음 단계는 더 벌어질 수요와 공급의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방정부발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에 대한 근본적 답은 아직 없으며, 고용, 지방정부 수입감소, 부채 등은 경제상황에 계속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 전문가는 각각 국내외에 초점을 맞춘, 상반된 솔루션을 제시했다. 다만 두 대책 모두 잠재적 경쟁상대로 미국을 설정한 점도 눈길을 끈다.
류 교수는 내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특히 서비스 소비를 개선하지 않으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을 이겨내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황 학장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개도국 모임인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신 마셜플랜'을 제안했다.
류 교수는 "미국 대선 결과는 중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요소이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수요 부족이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 국민 경제 전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미국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학장은 "중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흑자 문제를 반성하는 동시에 무역상대국들과 함께 성장하고 번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1948년 미국이 단행한 마셜플랜으로 미국은 당시 GDP의 5%를 유럽에 지원했는데, 최종적으로 유럽은 부흥하고 미국도 그 이상의 돈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개발도상국들의 친환경 산업 전환을 대출과 투자, 정책자금 지원, 직접 정부 지원 등의 방식으로 대대적으로 지원한다면 공격받을 수 없는 도덕적 우위에 설 것이며, 중국은 이에 따라 점진적인 수요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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