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고지받은 문소리 “시즌3 아직 몰라…25주년에도 작품 있어 감사할뿐”(지옥)[EN:인터뷰③]

황혜진 2024. 11. 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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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사진=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사진=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사진=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뉴스엔 황혜진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배우 문소리가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시즌3 제작 및 출연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소리는 10월 25일 공개된 '지옥' 시즌2에서 세상의 균형을 다시 맞추려는 대통령실 정무수석 이수경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11월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씨제스 스튜디오 사옥에서 뉴스엔과 만난 문소리는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공개된 후 며칠 째 연상호 감독님이 아직도 몇 위인지 계속 보내고 있다. 으�X으�X를 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이수경은 극 중에서 정부의 시스템 그 자체로 기능하는 상징적 인물이었다. 이수경으로 분한 문소리는 갈등을 부각하는 키 역할을 톡톡히 하며 특별출연 그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문소리는 "제 캐릭터가 정무수석이라고 나오지만 여성 정치인을 연기한다고 생각하고 접근하지는 않았다. '지옥2'의 세계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 다를 수 있지 않나. 가상의 세계라고 보기도 그렇고 실제 세계라고 보기도 그렇다. 그 사이에 존재하는 듯한 세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의 리얼함과 어느 정도의 판타지를 갖고 이 작품에 접근해야 할 것인가 고민이 있었다. 실제 우리나라 여성 정치인들을 모델로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제가 어떤 시스템의 최고봉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이름은 정무수석이지만 제 캐릭터에게 주어진 임무가 그런 임무라고 느껴졌다. 내가 다 쥐고 조정을 하고 시연을 하든 어쩌든 이 세상과 시스템은 이렇게 흘러갈 거라고 주장하고 밀어붙였다. 정치인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은 안 했다"고 덧붙였다.

문소리가 연기한 이수경은 극 말미 2년 뒤 죽는다는 고지를 받았다. 시즌3 제작 가능성에 대해 문소리는 "시즌3 얘기를 시즌2 시작하기 전에 물어 봤다. '시즌3 할 거예요?'라고 물어 보니까 지금 뭘 시즌3까지 생각하냐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셔서 시즌3 없다는 생각으로 해 보자고 했는데 모르겠다. 아직 생각을 안 해 봤다"고 답했다.

'지옥2' 역시 특별 출연으로 시작했다. 문소리는 "처음에는 특별 출연이었는데 감독님이 편집해 보니 특별 출연이 아닌 것 같다고 아닌 걸로 하자고 하더라"며 "특별 출연이 아니라고 하면 제가 개런티를 더 요구할까 봐 그런가. 모르겠다. 농담이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특별 출연이든 아니든 작품이 더 빛날 수 있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제는 상관이 없다"며 "분량이 작아서 그냥 출연을 부탁하기 미안하시니까 특별 출연을 부탁하시는 것 같다.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소리는 10월 27일 막 내린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에서 내면의 고독함을 소중히 여기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아 복잡한 심경을 느끼는 예일대 교수 벨라를 연기하며 명불허전 연기 내공을 터트렸다. 변화하는 복잡한 인물의 감정선과 상황을 섬세하게 표현해 관객을 깊이 있는 감정의 여정으로 이끌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문소리는 "(연극이 품이 많이 드는데) 왜 하냐고 묻는 후배가 있더라. 그래서 '못 끊어'라고 답을 했다. 다들 품이 많이 들고 돈이 들어도 하는 경우가 많던데. 어쨌든 저에게는 (연극이) 첫 시작, 첫 마음이어서 계속 헤어질 수 없는,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연극은 그에게 '배우 문소리'를 바로 세우게 하는 원동력이다. 문소리는 "거의 너덜너덜해졌다가 무대로 가 보면 아 제대로 서야 하는구나 그런 느낌이 든다. 내가 어떤 근육이 부족한지, 내 몸 구석구석 다 들여다 볼 수 있고,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마음 구석구석도 들여다 볼 수 있다. 같이 한다는 게 어떤 건지, 동료들과의 팀워크,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다시 생겨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과정들을 끊을 수가 없다. 하다 보면 무대만이 주는 진짜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 박수 치고 커튼콜 받는 순간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무대 위에서 숨쉬는 그 어느어느 때들이 진짜 아름답다. 우리가 여행을 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느끼기 참 쉽지 않다. 제가 연극 끝나자마자 이틀 뒤 런던에 다녀왔는데 연극에서 상대역이 크리스토퍼라는 남자 역이다. 소설을 쓰는 문창과 학생인데 맥북 에어를 갖고 있음에도 타자기로 소설을 쓰는 캐릭터"라고 회상했다.

이어 "템즈강을 걷고 있는데 어떤 되게 수더분한 대학생 같은 청년이 실제 옛날식 수동 타자기를 나무 의자 같은 데 올려놓고 뭘 쓰고 있더라. 시를 써 주는 것이냐고 물어 봤더니 타이틀을 주면 시를 써 준다고, 원하는 대로 돈을 내라고 하더라. 너무 신기해서 배우들, 연출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템즈강에 왔더니 현실 크리스토퍼를 만났다고 보냈다. 돈 많이 주라고, 눈 밭으로 사라지더니 저기서 돈 벌고 있다는 메시지들을 보내줬다"며 "남편이 하게 될 작품 관련한 주제를 줬고 5파운드를 드렸다. 꽤 난해한 시였는데 연결될 수 있는 키워드들이 담겨 있었다"고 덧붙였다.

1999년 영화 '박하사탕'으로 데뷔한 문소리는 올해 연기 인생 25주년을 맞이했다. 적지 않은 연차에도 올해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2'는 물론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등 다방면에서 특별한 호연을 펼치며 압도적 존재감을 발산했다.

관련 질문을 받기 전까지 25주년인지 자각하지 못했던 문소리는 "평생 할 거니까 세지 말아 달라"며 웃었다.

문소리는 "작품이 있다는 게 늘 감사하다. 제가 한국 르네상스 시대에 데뷔를 했다. 어떻게 보면 호황기도 많이 봤다. 그 뒤로 해마다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리는데 그래도 제가 할 역할이 있고 재미 있게 하고 있다. 할 게 있다는 것보다 재밌게 작업할 여건이 만들어지고 동료들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내년에도 특별하게든 안 특별하게든 제가 출연으로 인사드리겠다. 무대든 채널이든 어디서든"이라고 밝혔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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