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재판부, 직무 대리 검사 퇴정 명령… “1일 직무 대리는 편법”
성남에프시(FC) 의혹 사건 재판에서 공소를 지휘하는 주임검사가 재판부 명령으로 퇴정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관할 검찰청이 아닌 타청 소속검사가 ‘1일 직무 대리’ 형태로 재판에 참석하는 것은 위법하다는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에 반발한 검사들이 집단 퇴정하는 한편, 재판부 기피신청도 예고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 1부(부장판사 허용구) 심리로 11일 열린 두산건설·네이버 전직 임직원, 전 성남시 공무원, 전 성남FC 대표 등의 뇌물공여·뇌물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재판장은 이 사건 주임검사인 A 검사에게 퇴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관할이 아닌 다른 검찰청 소속검사가 이 사건 공판때마다 직무대리 명령을 받아 법정에 오고 있는데, 이는 검찰청법 5조와 검찰근무 규축 제4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스스로 수정하기를 요청하였음에도 시정 조처하지 않았고, 시정할 의지도 없어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 후에 서울중앙지검, 서울고검,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5개 사건 공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검찰근무규칙 제4조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측은 관행이라는데 관행이 불법이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청법 제5조는 ‘검사는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검찰청의 관할구역에서 직무를 수행한다. 다만, 수사에 필요할 때는 관할구역이 아닌 곳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검찰근무 규칙 제4조에서 정한 직무대리 발령은 직무수행상 필요하고 또는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그 관할에 속하는 검찰청의 검사 상호간’에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중 직무대리 발령이 법률상 가능하다고 해도 그 요건은 엄격히 해석해 적용해야 한다”면서 “검찰 주장대로 이 사건 증거량이 방대하고 사안이 복잡하다면 오히려 장기간 이를 다룰 검사가 필요할텐데 1일 직무대리 발령은 편법으로 보여 매우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퇴정 명령에 A 검사는 “재판부의 소송지휘권 남용이며, 공소 진행을 방해하는 자의적 해석이 명백하다”면서 “즉각 이의신청하고 재판부 기피 신청도 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어 재판부에 휴정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나머지 공판 참여 검사들과 함께 집단 퇴정했다.
재판부가 휴정한 뒤 공판을 속행했으나 검찰은 “A 검사에게 공판에서 손을 떼라는 것은 이 사건 입증을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모두 퇴정했다. 검찰 측이 모두 퇴정하면서 이날 공판은 50여분 만에 끝났다.
이날 퇴정 명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청법 5조를 보면 검사는 관할구역 내 직무를 수행하지만,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관할 외 지역에서 할 수 있다고 돼있다”며 “법원실무제요에도 검사의 직무 수행에 대해 누구나 공판정에 출석해도 무방하다고 돼 있지 성남지청 사건은 성남지청 검사가 들어와야 된다 이렇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고 법적으로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피신청 이유서에 상세히 기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 검사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2022년 9월 기소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 검사다. 현재는 부산지검 소속으로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직무대리 검사로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하고 있다. 성남 FC 사건 공판 때에는 다시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공판에 참여하고 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빗속에 모인 시민들···‘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촉구 대규모 집회
- 트럼프에 올라탄 머스크의 ‘우주 질주’…인류에게 약일까 독일까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나도 있다”…‘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 흔드는 경쟁자들
-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