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 통과의례식 신고서 정정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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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가 상장 심사 속도를 붙이면 뭐하나, 상장 지연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한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제는 거래소 문턱을 넘은 다음부터가 시작"이라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금융감독원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더 큰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기업이 상장 공모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거래소와 금감원 심사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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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가 상장 심사 속도를 붙이면 뭐하나, 상장 지연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한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제는 거래소 문턱을 넘은 다음부터가 시작”이라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금융감독원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더 큰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상장 심사를 두고 거래소와 금감원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심사 기간 정상화’를 내세운 거래소가 일반 기업과 특례 기업 심사를 나누고, 전문 심사 체계까지 구축하며 속도를 높인 것과 달리 금감원의 정정 요구는 오히려 늘어서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증시에 입성한 64개 기업(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제외)은 모두 한번 이상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했던 클라우드 설루션 전문기업 이노그리드는 7번 정정 끝에 상장이 무산됐다. 한국거래소의 초유의 상장 승인 취소가 있었지만, 그에 앞서 금감원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기업이 상장 공모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거래소와 금감원 심사를 넘어야 한다. 거래소가 재무 안정성과 지배구조 등 상장요건을 살피면,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보제공이 충분한지를 증권신고서를 통해 따진다.
문제는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통과의례’가 됐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신고서가 형식을 갖추지 않았거나 중요사항 기재가 부족한지를 판단해 정정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정정 요구 후 재무 안정성, 지배구조까지 모두 살피고 있다.
증권신고서 정정은 기업에 치명적이다. 심사를 거쳐 효력이 발생해야 수요예측, 청약 등 공모 절차에 나설 수 있는데 정정으로 일정 지연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앞서 이달 초 상장한 탑런토탈솔루션은 별다른 사유 없이 기간 정정을 받기도 했다.
탑런토탈솔루션은 추가로 세 차례 정정을 진행했다. 다른 기업과의 공모 일정 중복을 피하기 위한 자진 정정이었다. 금감원의 기간 정정이 이뤄진 첫 번째 정정에서 증권신고서 내용 변경은 거의 없는 채였다. 기계적 정정 요구였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거래소를 믿지 않는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파두 사태에 이노그리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투자자 보호 정보제공 부분을 한정적으로 심사해야 하는 금감원이 일단 정정 요구를 내고 상장 요건까지 뜯어보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상장 추진 기업과 투자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잇단 정정에 상장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금감원이 대다수 기업에 여러 차례 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수요예측 등 공모 일정이 겹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통과의례식 정정 요구는 멈춰야 한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내 투자자 보호 부문만을 한정적으로 심사해야 한다. 정정 요구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상장 요건 심사는 되려 공모 일정 중복과 수급 분산으로 이어져 투자자 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
이번 주만 해도 SPAC을 제외한 4개 기업이 청약을 진행하고 3개 기업이 상장한다. 대부분 지난 9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한두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이 이어지며 일정이 겹쳤다. 일정이 겹치면 공모 청약을 받을 때 투자자 수급이 분산되고, 상장일에는 매수세가 쪼개지는 부작용이 있다. 이는 상장사와 투자자가 짊어져야 하는 피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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