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는 아닐까··· FA 재수 블레이크 스넬, 경쟁은 뜨겁고 몸값은 치솟는다
블레이크 스넬(32)은 2023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땄지만, 스토브리그에서 기이할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양대리그 사이영 위너에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 천문학적 규모의 계약이 당연한 프로필인데도 그를 찾는 구단은 많지 않았다. 결국 해를 넘겨 지난 3월에야 새 직장을 구했다. 1년 후 옵트아웃 권리를 포함해 샌프란시스코와 2년 62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사실상 ‘FA 재수’를 택한 셈이고, 굴욕에 가까운 조건이었다.
올 시즌 결과만 놓고 보면 지난해만도 못하다. 부상 공백으로 20경기, 104이닝 투구에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3.12로 준수하지만, 지난 시즌 2.25에 비하면 1 가까이 올랐다. ‘유리몸’이라는 꼬리표는 올 시즌도 떼내지 못했고 나이만 1살 더 먹었다.
그런데 올해 스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옵트아웃은 진작 선언했고, 그를 붙들려는 구단간 경쟁도 치열하다. 원소속팀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뉴욕의 두 팀과 보스턴, LA 다저스, 볼티모어와 토론토가 관심을 표하고 있다. 최근엔 텍사스도 잠재적인 후보 중 하나로 떠올랐다.
올해 스넬은 ‘건강하기만 하면’ 얼마나 대단한 투수가 될 수 있는지 새삼 증명했다. 7월 부상 복귀 후 시즌 마지막 14차례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 1.23으로 압도적인 공을 던졌다. 볼넷 비율을 개선했고, 삼진은 더 올랐다. 피안타율은 상위 2%, 삼진율은 상위 1%에 위치했다. MLB닷컴은 피안타율과 삼진율 모두 상위 10% 안에 들어간 투수는 애틀랜타 크리스 세일과 스넬 등 단 2명이라고 전했다. 높은 쪽 포심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면서 투심까지 위력이 더 올랐다는 평가다.
퀄리파잉 오퍼(QO) 핸디캡을 털어냈다는 것도 큰 호재다. 스넬은 지난해 샌디에이고를 나오면서 이미 QO를 받았다. QO는 선수 경력 중 단 한 번만 받기 때문에, 올해 역시 당연히 QO 대상이 아니다. 올해 FA 투수 경쟁자들인 코빈 번스나 맥스 프리드와 비교해 영입 구단 입장에서는 신인 지명권이나 국제유망주 계약금 손실 등 제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넬을 노리는 팀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역시 건강이다. 올해까지 9년 동안 스넬은 규정이닝(162이닝)을 딱 2차례 넘겼다. 2018시즌 180.2이닝, 그리고 지난해 180이닝이 최다 투구 기록이다. 내년 시즌 스넬이 얼마나 건강하게 마운드 위에 설 수 있을 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리스크를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팀이 많다. 그만큼 올해 스넬은 매혹적이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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