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777경기, 지치지 않는 불혹의 포워드 함지훈이 살아남는 법

울산 현대모비스 베테랑 포워드 함지훈이 10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레이업 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대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감독님께 따끔하게 한 말씀 들었더니 그런 마음이 사라졌죠."

2007년 국내 드래프트 전체 10순위로 울산 모비스(현대모비스 전신)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1라운드 최하위 순번. 그러나 입단 동기들은 모조리 현역에서 물러났어도 아직 코트에서 펄펄 뛰어다니는 선수가 있다. 커리어가 깊어갈수록 성실함과 팀 플레이로 인정받고 있는 울산 현대모비스의 베테랑 포워드 함지훈(40). KBL의 '늘 푸른 소나무' 같은 존재다.

지난 10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울산 현대모비스의 시즌 첫 맞대결. 함지훈의 KBL 17번째 시즌, 통산 777번째 경기였다.

1984년 12월 11일생이니 만으로는 아직 39세지만, 우리 식으로는 이미 불혹(40)의 나이다. 동기들은 모두 은퇴해 프로와 아마추어 코치 또는 방송 해설가로 변신했지만, 함지훈은 아직도 현역이자 현대모비스의 중심이다.

울산 현대모비스 베테랑 함지훈(가운데)이 10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한 뒤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KBL 제공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8연승에 도전하는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 현대모비스는 전반에 고전했다. 22-37로 끌려가며 한국가스공사 창단 최다연승 신기록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그러나 후반전 반전이 벌어졌다. 끈끈한 수비와 게이지 프림, 숀 롱, 이우석, 박무빈의 활약으로 끝내 67대64로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함지훈은 후반 역전 드라마의 빛나는 조역이었다. 포스트에서 프림과 2대2 플레이로 찬스를 제공하며 7개의 어시스트를 달성했다. 양팀 합산 최다어시스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농구 센스 못지 않게 체력도 10살 이상 차이나는 후배들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팀에서 네 번째로 많은 22분30초를 소화했다. 압권은 62-62 동점이던 1분40초 전, 한국가스공사 니콜슨의 3점슛이 벗어나자 함지훈이 리바운드를 따내 코트를 넘어왔다. 그러나 니콜슨에게 스틸을 당했고, 한국가스공사가 속공을 전개했다.

이 순간, 반대편 코트에서 골밑까지 전력질주한 함지훈이 신승민의 골밑 슛을 블록해냈다. 결국 이 공격에서 한국가스공사는 득점에 실패했고, 오히려 현대모비스가 종료 52초 전 박무빈의 2점슛으로 이날 첫 역전에 성공했다. 플레이타임 20분을 넘긴 상황에서도 여전히 코트 반대편으로 전력질주해 블록을 해낼 정도로 함지훈의 신체능력은 건재했다.

울산 현대모비스 베테랑 포워드 함지훈(왼쪽 세 번째)이 10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수비를 등진 채 패스할 동료를 찾고 있다. KBL제공

함지훈은 "오프 시즌 때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강훈련을 소화한 덕분에 아직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경기 후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이번 시즌 전경기(9경기)에서 평균 22분08초를 뛰며 평균 5.4득점, 3.0리바운드, 4.1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총 플레이타임(199분20초, 36위)은 이우석(310분24초)에 이어 팀내 2위. 주목할 부분은 어시스트다. 총 37개로 전체 9위이자 팀내 1위다.

최전성기 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여전히 팀과 리그에서 톱 레벨이라는 뜻이다. 외국인 동료 게이지 프림은 "원래 가드와 투맨게임을 좋아하는데, 함지훈은 센스가 좋아 빅투빅을 해도 패스가 잘 들어온다"고 찬사를 보냈다.

함지훈이 이와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은 역시 철저한 준비와 훈련이다. 특히 느슨해질 뻔한 마음가짐을 조동현 감독의 호통을 들은 뒤 고쳐먹었다고 한다. 그는 "전지훈련 때까지도 평균 10분대 정도만 출전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안된다'며 따끔하게 한 말씀 하셨다.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페이스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함지훈은 시즌 후반 쯤 KBL 통산 최다경기출전(1029경기) 기록을 갖고 있는 주희정 고려대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800경기 출전 고지에 오르게 된다. 함지훈의 꾸준한 활약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기대된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