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늘리고 할인 폭도 키웠는데… 경기 부진에 힘 잃은 中 솽스이
올해 기간 늘리고 할인 폭도 키웠지만
쇼핑 키워드 ‘차분한 이성’… 부진 여전
기존 부양책으론 소비 심리 회복 역부족
매년 11월 11일 열리는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솽스이(雙十一·광군제)’의 열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행사 기간이 늘어나고 할인 폭도 커졌지만, 소비자들은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유통 업계가 일 년 내내 상시 할인에 나서면서 솽스이 매력이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지금은 돈을 아낄 때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꺾인 소비 심리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는 11일 자정 솽스이 할인을 마감할 예정이다. 솽스이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2009년 11월 11일 시작한 쇼핑 축제로, 싱글을 의미하는 숫자 1이 네 번 반복돼 ‘싱글의 날’이라는 의미의 ‘광군제(光棍節)’로 불리기도 한다. 알리바바의 행사가 대성공을 거두자 온·오프라인 업체 모두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날은 중국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일로 자리 잡았다. 솽스이 성적에 따라 중국의 4분기 경제 지표가 달라질 만큼 소비 동향 가늠자이기도 하다.
올해 솽스이에 중국 유통업계와 정부는 사활을 걸었다. 먼저 행사를 역대 최장기간 진행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은 통상 10월 20일 이후부터 11월 11일까지 약 3주간 솽스이를 진행해 왔다. 게다가 업체 간 실적 비교를 피하기 위해 행사 시작 날짜도 다르게 잡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핀둬둬는 예년보다 최소 6일 이상 빠른 10월 14일에 다 함께 솽스이 기간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알리바바 티몰 부문의 지아뤄 총재는 “프로모션 기간을 늘리면 브랜드는 더 많은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며 “특히 고가 상품의 경우 선택 및 결정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 총거래액(GMV) 성장에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신툰데이터(星圖數据)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전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GMV는 8억4500만위안(약 1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솽스이 기간이 늘어난 탓에 지난해와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마케팅 업체 WPIC의 제이콥 쿡 최고경영자(CEO)는 “GMV 성장률 측면에서 지난해보단 나아질 것”이라고 미국 CNBC에 말했다.
중국 정부도 보조금 정책으로 솽스이를 독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소비 진작을 위해 자동차·가전·가구 등 노후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할 때 보조금을 주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지역별로 시행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할인에 각 지방정부 보조금까지 더해져 할인 폭이 크게 확대됐다. 가장 큰 수혜를 받는 분야는 가전 업계다. 알리바바는 행사 첫 1시간 동안 가전제품 판매액이 지난해 솽스이 첫 1시간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 타오바오에서는 현재 샤오미의 1만999위안(약 214만원)짜리 85인치 TV를 6399위안(약 124만원)에 판매 중인데, 멤버십 회원은 추가 할인을 더해 5999위안(약 117만원)에 구매가 가능하다. 여기에 베이징시민은 이구환신 정책에 따라 20% 추가 캐시백을 받을 수 있어 최종 가격은 원가에서 56% 내려간 4799.2위안(약 93만원)이 된다. 중국 경제매체 신랑재경은 “이구환신 보조금은 의심할 여지 없이 올해 솽스이의 하이라이트”라고 했다.
이렇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한 수단을 총동원했음에도 전반적인 솽스이 열기는 미지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 매체들조차 솽스이의 키워드가 과거 ‘광란의 열기’에서 올해 ‘차분한 이성’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솽스이의 매력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는 이유가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는 상반기 최대 할인 행사인 ‘6·18′ 축제를 비롯해 신년 할인, 국경절 할인 등 다양한 행사를 일 년 내내 진행해 왔다. 소비자 입장에선 솽스이를 기다릴 필요가 없는 셈이다. 여기에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이 큰돈을 쓸 상황이 아니다 보니 저가 필수품 위주로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솽스이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요인이다.
결국 최근 중국 정부가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경기 부양책도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실제 지난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오르는데 그치며 전월(0.4%) 상승폭과 시장 예상치(0.4%)를 모두 하회했다. CPI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5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 부족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소비 회복을 위한 구체적 조치가 부족하다”라고 했다.
올해에도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솽스이 실적을 발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매년 솽스이가 끝난 직후 해당 기간 매출액을 공개해 왔는데, 지난 2022년부터 돌연 공개를 중단하고 “지난해보다 긍정적으로 성장했다” 등의 추상적 결과만 내놓고 있다. 올해 솽스이 기간이 늘어난 만큼 마케팅 업체 WPIC의 제이콥 쿡 최고경영자(CEO)는 “GMV 성장률 측면에서 지난해보단 나아질 것”이라고 미국 CNBC에 말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조사업체 신툰데이터(星圖數据)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솽스이 GMV 매출은 2% 증가하는 데 그쳐 기저효과 덕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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