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시그널]1심 선고 앞둔 이재명의 ‘말·말·말’

김지윤 2024. 11. 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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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시그널은 채널A 법조팀의 온라인 코너입니다. 2분짜리 방송 리포트에 다 담지 못한 취재 뒷얘기와 해설을, 때로는 기자의 주관을 담아 전하는 ‘법조 에세이’기도 합니다.]

‘벌금 10만원 차이에 야당 대표의 정치 생명이 달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의미는 이렇게 요약될 겁니다. 오는 1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공판이 열립니다.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만 확정되도,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고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집니다. 민주당은 대선비용 434억 원을 반납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의견의 표명이냐, 대통령 선거에 이기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냐. 2년 넘게 이어진 이 대표와 검찰의 공방은 이제 결론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첫 번째 말: ‘김문기 모른다’…이재명 측 “친분관계에 대한 의견”

<사진1> 채널A ‘이재명의 프러포즈’

이 대표가 기소된 혐의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입니다. 검찰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목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말 두 가지를 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지낸 김문기 씨와 아는 사이면서도 모르는 척 했다는 겁니다. 지난 2021년 12월,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 문제가 됐습니다. 제20대 대선 후보 인터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김문기 씨를 알았는 지에 관한 앵커의 질문에 이 대표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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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2021년 12월, 채널A '이재명의 프러포즈')
"시장할 때는 이 사람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하위직 실무자인데 (출장을) 같이 갔으면 그 사람의 얼굴이야 제가 봤겠지만 그 사람이 이 사람인지를 여러분은 어떻게 압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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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이 쟁점으로 떠오르던 시기였습니다. 고 김 처장은 민간업자들이 이득 본 데 관여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대표를 향해서도 ’관련이 없는지 해명하라‘는 여론이 거세졌습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시장이었습니다.

재판부는 ’김문기를 모른다‘는 이 대표 말이 ‘사실’에 관한 것이냐, ‘의견’에 불과하느냐를 따지고 있습니다. 법적 처벌 대상이 되는 건 의견이 아니라 ‘사실’에 관해 거짓을 유포한 행위입니다. 이 대표는 의견이라고 하고, 검찰은 사실에 관한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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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 김문기를 모른다는 건 친분이 없다는 ‘주관적’ 표현. 사실영역이 아님.
검찰 : 김문기를 모른다는 건 ‘대장동 의혹’을 부인하는 ‘사실’에 관한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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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장에서 이 대표의 논리를 반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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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2024.10.22>
전현희 의원(더불어민주당) : 앵커가 이재명 대표에게 ’김문기 개인적으로 좀 아십니까?‘ 질문한 거예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모른다고 한 겁니다. 법원장님, 판사나 직원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좀 아냐 물으면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 : 법원장님 혹시 ○○○이라고 아십니까? (….) 국회 파견 나와 있는 협력관입니다. 소속은 법원이죠. 원장님 아이큐 테스트가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일상이란 말이죠. 같이 있지만 일 같이 안 하면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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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장도 법원 공무원을 전부 알 수 없지 않느냐, 그러니 똑같은 논리로 이재명 대표가 김문기 씨를 모른다고 한 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 검찰 “선택적 부인”…계획된 발언?

<사진2> ’사적 친분‘ 부인

발언 일부가 아니라, 맥락을 봐야한다. 검찰의 주장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검찰 공소장에는 TV프로그램에서의 이 대표 발언이 중간 생략 없이 A4 3페이지 분량으로 담겼습니다. 이 말을 한 근원을 따져보면 결국 대통령 선거에 걸림돌이 되는 대장동 의혹을 부인한 것이라는 겁니다. 이 대표나 민주당이 ‘개인적으로 모른다’, 이 부분을 강조하는 것과는 주목하는 지점이 다릅니다.

검찰은 크게 세 가지 논거를 제시합니다.

① 사실 관계입니다. 검찰은 특히 2015년 1월 호주 출장을 강조해왔습니다. 성남시장 이재명과 시청 직원 8명이 동행한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출장 7일 차, 이 대표가 호주 멜버른에서 골프를 칩니다. 이틀 뒤 시드니에선 갯바위 낚시도 즐깁니다. 이재명, 김문기, 유동규 세 사람만 여가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이 대표는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지만, 해외일정에서 단 3명이 따로 시간도 보냈다면 모르는 사이였을 리 없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왜 성남시장 때‘는’ 몰랐다고 했을까. 검찰은 또 이 부분에 집중합니다. 검찰은 4차례 TV프로그램에서 이 대표의 발언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성남시장일 때는 모르는 사이였다’면서도 ‘경기도지사가 돼서는 재판에 도움 받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한 건 맞다’고 덧붙였다는 겁니다.

경기도지사 때의 통화도 업무상 통화였는데, 특정 시점에 대해서만 사적 친분을 부인하고 있는 겁니다. 성남시장 때 진행된 대장동 사업의 각종 비리와 자신의 연관성을 끊어 내려는 의도다, 검찰이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문제의 ‘말’은 한 번만 등장한 게 아닙니다. 방송프로그램에서 모두 4차례 언급됐습니다. “하위직원이라 몰랐다”,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 했다”, “시장 때 만났던 기억은 없다”, “그 사람이 이 사람인지 어떻게 아냐”. 앵커가 ‘거짓말처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불리해서 모른 척 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도 같은 취지의 답변이 반복됐습니다. 각 프로그램은 2~3일 간격을 두고 출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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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2.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2021.12.24.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1.12.27. KBS 한밤의 시사토크 더 라이브
2021.12.29. 채널A 이재명의 프로포즈-청년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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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측은 무죄 근거로 대법원 판례를 내세웁니다. 제한시간 내 공방이 즉흥적으로 오가는 토론회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2020년 이 논리로 대법원에서 다른 사건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벗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반복해서 말한 건 즉흥적인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토론회가 아닌 후보자를 1명씩 부르는 인터뷰 방식이었고 ▲이미 의혹이 불거져 예상 질문과 답변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고 ▲4차례 출연하며 타 프로그램에서의 발언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겁니다.

◆두 번째 말: “국토부 ‘협박’ 없었다” vs “공문만 24차례”

<사진3> 지난 2021년 국토교통위원회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일입니다. 2015년, 성남시는 백현동 땅 용도를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올려줍니다. 공공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의 부지였는데 그 전엔 녹지지역으로 돼 있어 잘 팔리지가 않았습니다. 6년이 지나 제20대 대선기간, 이걸 두고도 특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문제가 된 두 번째 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이 대표의 2021년 10월 국회의 경기도 국정감사 때 발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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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위 국정감사 2021.10.20.>
이재명 :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국토교통부가 요청해서 한 일이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서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중략) 만약 안 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것을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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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고 국토부 때문이다’. 검찰은 이 말도 선거에 유리하도록 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합니다. 국토부의 ‘협박’은 과연 있었나. 이 대표는 “당시 ‘협박’이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주장합니다. 법정에선 “국토부 압박... 협박이라고 과하게 화가 나서 표현했지만….”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로 온갖 부처들이 성남시를 압박한 건 사실이었다고 일관되게 말합니다. 국토부와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용도변경 협조 공문>을 24차례 받았고, 이 정도면 압박이 아니냐는 겁니다.

검찰은 핵심 공문은 따로 있다고 말합니다. 2014년 12월 국토교통부가 성남시에 보낸 회신 공문입니다. ‘국토교통부의 종전 협조 요청은 혁신도시법 제43조 제6항(국토부장관이 요구하면 지자체는 이를 반영해야 한다)에 따른 요구가 아니고,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 변경은 성남시가 적의 판단하여야할 사항임을 알려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풀어 쓰자면, ‘성남시가 알아서 하라’는 내용이라는 겁니다. 9개월 뒤 성남시는 용도변경 최종 처분을 합니다.

검찰은 또 이 대표가 말한 24차례의 공문은 이미 용도변경 결정 이후에 왔고, 내용도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② 지난 9월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인 이 대표에 대한 신문이 처음 진행됐습니다. 기소 2년 만입니다. 이 대표가 직접 진술하는 첫 자리였습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의 진술도 유의미하다고 보고 있는 걸로 전해집니다.

특히, 이 대표가 ‘성남시 적의 판단’ 공문에 대해서 “보고 받은 기억은 없는데 수사에서 확보된 자료를 보니 제가 보고 받은 것 같다”고 한 발언 때문입니다. 그간 이 대표 변호인단은 이 공문에 대해서는 일체 의견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또 이 대표는 “누가 협박을 했고, 누가 당했는지 그 당시에도 특정하지 못 했다”고도 말했는데, ‘협박 또는 압박의 부재를 인정하는 거다’ 검찰은 이렇게 보는 걸로 전해집니다.

◆당선무효형, 벌금형 100만 원 기준은?

<사진4> 벌금형 100만 원 이상이면 ‘당선무효’

벌금 90만 원과 100만 원, 만약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이 대표 정치생명은 10만 원 차이로 갈립니다. 100만 원 미만이면 기사회생이지만, 100만 원 이상이면 5년간 피선거권을 잃고 다음 대선 출마가 불가능합니다. 국회법에는 ‘피선거권이 박탈되면 당연히 퇴직한다’는 조항도 있어 국회의원직도 잃습니다. 물론 최종심에서 판결이 확정돼야 합니다.

벌금 90만 원과 100만 원은 이렇게 큰 차이지만, 그 차이를 규정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재판부가 ‘죄는 인정되지만 피선거권을 박탈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본다면 벌금 수십만 원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악의적 거짓’이라고 본다면 100만 원 이상이 선고될 겁니다. 이 대표는 과거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할 때 관여하지 않았다’고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로 기소됐을 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선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열흘 뒤 ‘위증교사’ 재판이 더 치명적?

<사진5> 위증교사 혐의

공직선거법 재판 1심 선고 열흘 뒤, 이 대표는 다시 법정에 서야 합니다. 위증교사 혐의 재판 때문입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아니라 벌금형으로는 피선거권과 의원직을 지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고형(노역 없는 감금) 이상이나, 징역형이 나오면 직을 잃습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재판의 증인에게 거짓 증언을 시킨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위증을 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모 씨가 위증을 했다고 인정한 데다, 이 대표와 김 씨의 통화녹취도 증거로 제출됐습니다. 이 재판의 쟁점은 ‘이 대표가 사실상 기억을 못 한다는 증인에게 위증을 강요했는가’ 입니다. 이 대표는 “ 알고 있는 그대로 말해달라고 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합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 혐의를 부인한 위증교사범에게 유죄를 선고할 때 벌금형을 내리는 경우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

◆표현의 자유 vs 유권자 보호…재판부의 선택은?

결국 이 대표의 이 ‘말’들을 법원이 어떻게 보느냐에 결론이 달려 있습니다. 선거에 나선 후보가 유권자의 선택을 방해하는 거짓말을 하는 건 규제해야 합니다. 반면, 너무 처벌을 강조하면 선거 과정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2020년, 이재명 대표의 ‘친형 강제입원’ 판결에선 대법관들마저 7 대 5로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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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대법관 : “선거 TV토론회에서의 발언을 사법부에서 하나하나 문제 삼는다면 선거가 결국 유권자의 선택이 아닌 검사·판사가 뽑는 게 될 것이다. (무죄)”

박상옥 대법관 : “발언의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유권자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친 경우까지 면죄부를 준다면, 결과적으로 토론의 의의와 기능을 소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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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가 어느 쪽을 더 중시하는 판결을 내릴 지는 오는 15일 알 수 있습니다.

김지윤 기자 bond@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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