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적이고 싶지 않았다. 다만…" 구승민의 진심, 재수하면 C등급이었는데 왜 FA 신청 도전 택했을까

조형래 2024. 11. 1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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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

[OSEN=조형래 기자] 충성심은 진짜였지만, 어쩌면 모험이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34)이 털어놓은 진심이었다.

롯데는 10일 내부 FA이자 불펜의 핵심 듀오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먼저 롯데 최다인 132세이브를 수확한 김원중과 4년 최대 54억원(보장액 44억원, 인센티브 1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구승민과 2+2년 최대 21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총액 12억원, 인센티브 총액 6억원)에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롯데는 내부 FA 집단속에 성공했다.

김원중과 구승민 모두 롯데에 대체 불가 자원이었고 구단과 선수측 모두 일찌감치 잔류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FA 시장 개장 5일 째에 모두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롯데 잔류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에 무리 없이 계약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지만 FA는 모든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

김원중은 타구단의 관심을 받았지만 잔류 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구승민은 FA 신청 자체부터가 변수에 가까웠다. 구승민은 올해 FA A등급 선수였다. 불펜 투수로서 34세에 A등급이라는 것은 이적에 제약이 많을 여건이었다. 가치를 끌어올리기에는 그리 녹록치 않은 환경이었다. A등급 FA가 이적할 경우, 원 소속팀에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의 200%, 혹은 전년도 연봉의 300%를 보상해야 했다. 올해 구승민의 연봉은 4억5000만원이었다.  

OSEN DB

하지만 만약 올해 FA 신청을 하지 않고 1년 재수를 선택한다면, 구승민은 내년 35세 시즌을 마치고 처음 FA 시장에 나오게 된다. 이러면 보상에 제약이 없는 C등급 FA가 될 수 있었다. C등급은 보상선수 없이 보상금만 전년도 연봉의 150%만 내면 된다. 

올해 구승민은  66경기 등판해 5승 3패 13홀드 평균자책점 4.84의 성적을 남겼다. 앞서 4시즌 연속 20홀드를 기록하며 2020년대 KBO리그 불펜투수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었고 통산 121홀드로 구단 통산 최다 홀드 신기록까지 썼지만 FA 시즌에 주춤했다. 

그럼에도 구승민은 FA 신청을 했다. 구승민도 주위에서 들려오는 C등급 관련 조언들을 들었지만 구승민은 롯데에 남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시장 반응을 알아보려고 한 것도 아니고, 롯데와 처음부터 계속 얘기를 했었다. 구단도 처음부터 잘 대우해주셨고 다른 팀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구승민. 그는 이어 “주변에서도 ‘내년이면 C등급인데 더 좋은 조건이지 않냐’라고 많은 얘기들을 했다. 그럼에도 나는 계산적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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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FA 신청을 했을까. FA 신청 자체에 의미를 뒀다. 홍익대를 졸업하고 상무 군 복무까지 마친 뒤 뒤늦게 프로생활을 마친 스스로에게 후회를 남기기 싫었다.

그는 “사실 대졸 선수에 군대까지 갔다 왔는데 FA 신청을 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쉽지 않은 것이지 않나. 어디 다른 곳으로 떠나겠다는 게 아니었다. 재수를 하면 ‘어디 가려고 하는구나’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겠나”라며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그냥 한 번 부딪혀보고 싶었다. 나의 선택에 있어서 후회를 남기기 싫었다. 내년에 재수를 해서 나간다고 하더라도 올해 이렇게 시장에 나가지 않으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졸 출신 후배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제 구승민은 아쉬운 한 해를 딛고 FA 선수로서 다시 도전에 나선다. 2년 선수 옵션을 당당하게 획득하기 위해 다시 스파이크를 조인다. 그는 “도전적인 계약을 하게 됐다고 말했는데, 이런 도전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FA로 나태해질 수도 있는데, +2년이 붙은 도전적인 계약을 해서 어떻게든 동기부여를 얻고 다시 준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후배들 역시도 구승민의 잔류에 총력을 기울였다. 젊은 투수들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한 구승민이다. 김진욱은 “두 FA 형들이 모두 남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승민은 “(김)진욱이나 (최)준용이 등 연락와서 ‘남으셔야 합니다’, ‘계약 빨리 해주십쇼’라고 말을 하더라”라면서 “이제 남았으니까 저도 어린 선수들이 잘 클 수 있게끔 저도 잘 도와줄 것이다. 또 같이 잘해서 팀이 가을야구를 진출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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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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