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 '세큐린진 B' 최초 합성…분자 광스위치로 응용

문세영 기자 2024. 11. 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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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 합성 원리를 기반으로 빛의 파장에 따라 온·오프가 가능한 분자 스위치 신소재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한 교수는 "이번 성과는 천연물 합성이라는 기초과학 연구 과정에서 발견한 원리를 다양하게 응용 가능한 새로운 분자 광스위치 개발로 연결한 사례"라며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위해서는 자연현상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는 기초과학 연구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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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왼쪽부터) 윤동기 KAIST 화학과 교수, 박상빈 석박사통합과정생(제1저자), 한순규 교수. KAIST 제공.

천연물 합성 원리를 기반으로 빛의 파장에 따라 온·오프가 가능한 분자 스위치 신소재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액정, 분자로봇, 태양에너지 저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한순규 화학과 교수와 윤동기 교수 연구팀이 세큐리네가 알칼로이드 천연물군에 속하는 '세큐린진 B'의 합성 방법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고 이 과정에서 발견한 화학적 반응성을 응용해 새로운 타입의 분자 광스위치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세큐아마민 D라는 천연물에 싸이오잔톤이라는 감광제를 소량 첨가한 다음 파란색 빛을 조사해 라디칼 중간체를 형성하고 분자 구조를 변형해 세큐린진 B 합성에 성공했다.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천연물에 전자주개 치환기도 달았다. 전자주개 치환기는 탄화수소의 모체 사슬 상에서 한 개 이상의 수소 원자를 대체하는 원자 또는 원자단을 의미한다. 전자주개 치환기를 달자 가시광선 영역의 빛이 흡수되면서 천연물은 무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화했다. 이 새로운 천연물 유래 소재에 파란색 빛을 쬐자 수 초 뒤 색이 사라졌다. 빛에 의해 분자구조가 변형되면서 물질 성질이 바뀐 것이다. 이 변형된 구조의 물질에 310nm(나노미터) 파장의 자외선을 쬐었더니 다시 원래 구조로 돌아오면서 노란색이 됐다. 

연구팀은 고분자에 새로 개발한 광 감음 물질을 적용했다. 연성고분자의 일종인 PDMS 고분자에 분자 광스위치 물질을 혼합하고 굳히자 427nm 파장의 파란색 가시광선에서는 무색, 310nm 파장의 자외선에서는 노란색으로 변하는 젤리 물질이 형성됐다. 

연구팀은 개발한 광스위치 소재를 액정에 카이랄성을 부여하는 카이랄 혼입제로 사용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카이랄은 거울쌍을 이루지만 서로 겹치지 않는 성질을 의미한다. 연구팀이 액정물질에 파란색 빛을 쬐자 카이랄 액정의 꼬임 주기가 변하면서도 광스위치의 성질이 유지된다는 점이 관찰됐다. 

이번에 개발한 광스위치는 파장에 따른 색 변화뿐 아니라 형광의 온·오프도 가능해 형광 탐침자로서 생물학 분야에서도 응용 가능하다. 

한 교수는 “이번 성과는 천연물 합성이라는 기초과학 연구 과정에서 발견한 원리를 다양하게 응용 가능한 새로운 분자 광스위치 개발로 연결한 사례”라며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위해서는 자연현상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는 기초과학 연구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켐(Chem)’에 지난달 31`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doi.org/10.1016/j.chempr.2024.10.003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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