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으로 몰린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에 절망 속 투신 ('사건반장')

이유민 기자 2024. 11. 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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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의 여성 연구원이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후, 징계위원회에서의 2차 가해로 인해 회의 도중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사건반장'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로 국방과학연구소 징계위원회에 출석했다가 모욕적인 언행을 들었다는 제보가 공개됐다.

사건 이후, 피해자 측은 가해자인 B 씨와 징계위원회 위원들을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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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JTBC '사건반장' 방송 화면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국방과학연구소의 여성 연구원이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후, 징계위원회에서의 2차 가해로 인해 회의 도중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사건반장'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로 국방과학연구소 징계위원회에 출석했다가 모욕적인 언행을 들었다는 제보가 공개됐다.

방송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지난 8월 출장 중 직장 상사인 12살 연상 동료 B 씨에게 성폭행을 시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두 사람이 출장 중 저녁 식사를 하며 발생했다. 식사 중 A 씨는 카드키를 보관해달라고 B 씨에게 잠시 부탁했고, 이후 서로 카드가 바뀌어 이를 다시 교환하는 과정에서 B 씨가 A 씨의 숙소에 침입해 성폭력을 시도했다고 한다. A 씨는 당시 B 씨가 방을 나가지 않으며 "한번 같이 자자"는 비상식적인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사진 출처= JTBC '사건반장' 방송 화면

A 씨는 곧바로 회사 내 고충처리위원회에 성희롱 사실을 신고했고, 고충처리위원회는 CCTV와 녹취록 등 증거를 바탕으로 B 씨의 성희롱을 인정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4일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피해자는 상상치 못한 2차 가해에 직면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징계위원들은 A 씨가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인 점을 문제 삼으며 "정신과 약으로 인한 망상이나 환각 때문 아니냐"는 모욕적 발언을 내놓았다. 또한, "B 씨와는 각별한 사이 아니냐, 네가 먼저 꼬리 친 거 아니냐"는 등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며 사실상 '꽃뱀 몰이'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들은 피해자가 답변을 하려 할 때마다 말을 끊고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보이며 A씨에게 극도의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이후 A 씨는 모욕감을 견디지 못하고 위원회에 항의했으나, 위원들은 이를 조사 방해로 간주해 A 씨를 다른 방으로 퇴장 조치했다. 그 자리에서 A 씨는 "조직이 나를 보호해주지 않으면 나도 나를 지킬 이유가 없다"는 말을 남기고, 회의실 옆방 창문을 통해 5미터 아래로 투신했다.

A 씨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척추, 골반, 손목, 발목 등의 골절을 입고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가족들은 A 씨가 큰 충격을 받았으며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깊은 분노를 표했다. 사건 이후, 피해자 측은 가해자인 B 씨와 징계위원회 위원들을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국방과학연구소 측은 "징계위원회의 발언과 관련해 사실 여부를 밝힐 수 없지만, 경찰 수사에는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B 씨는 징계 후 부서 이동 조치만 받은 채 다시 출근을 강행해, 직장 내 관리 및 징계 시스템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성폭력 피해자가 신고 과정에서 겪는 2차 피해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엄정한 조사 필요성이 요구되는 가운데, 국방과학연구소와 관련 기관의 대응과 후속 조치에 대한 여론의 비판과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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