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박쌍용' 중 '둘째 박' 떠나보내는 쌍용의 마음

김형중 2024. 11. 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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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상암] 김형중 기자 = 한국 축구를 호령했던 왕년의 스타 박주영(39, 울산HD)가 은퇴를 예고했다. 한때 박주영과 대표팀 전성기를 이끌었던 후배들의 마음은 아쉬운 마음, 감사한 마음이 교차했다.

울산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FC서울과 원정 경기에서 1-1로 무승부를 거뒀다. 이미 우승을 확정한 뒤 치르는 경기였지만 서울과 치열한 공방전 끝에 한 골 씩 주고받았다.

이날 경기 전 김판곤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박주영의 교체 투입을 예고했다. 그는 "베테랑 선수들이 건의했고 모든 선수들의 동의를 구한 뒤 코칭스태프, 구단과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고려 중인 박주영이 친정팀 팬들 앞에서 작별 인사를 전할 수 있도록 이청용, 김기희 등 베테랑 선수들이 건의했고 코칭스태프가 수용하며 최고참 선수를 배려한 것이다. 김판곤 감독은 전반 32분 강윤구를 대신해 박주영을 투입했고 그는 하프타임까지 약 15분 가량 그라운드를 누볐다. 2년 만에 경기에 투입되는 순간, 울산에서 온 원정 팬은 물론 서울의 홈 팬들까지 레전드의 출전과 앞날을 축하했다.

2005년 K리그에 혜성처럼 등장해 신드롬을 일으킨 박주영은 그야말로 전설이었다. 유럽으로 떠나기 전과 돌아온 후 총 11시즌 서울에서 뛰었고, 2022년 울산으로 이적해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현재 플레잉코치를 맡았지만 선수보다는 코치직에 무게를 두고 울산의 왕조 구축에 힘을 보탰다.

이날 경기에는 과거 '양박쌍용'으로 불리며 박주영과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후배 두 명이 뛰었다. 바로 기성용(35, FC서울)과 이청용(36, 울산HD)이었다. 이들은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박지성, 박주영과 함께 대표팀의 한 축을 담당하며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이끌기도 했다. 또 박주영, 기성용은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기도 하다.


경기 후 기성용을 만났다. 그는 "주영이 형이 와서 깜짝 놀랐다. 아쉬운 마음이 있다. 대표팀이나 서울에서 제가 존경하고 많은 것을 배웠던 선배가 마지막이라고 하니 아쉬움이 크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 큰 일을 했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선배인데 아쉬움이 크다"라며 박주영 은퇴에 대해 이야기했다.

종료 휘슬이 불리고 박주영은 기성용, 이청용과 함께 짧게 이야기 나눴다. 후배들에게 "너희는 몸이 좋아 보이니 오래 뛰면 좋겠다"고 말해줬다고 한다. 기성용은 양박쌍용이란 별명을 오랜만에 듣고 "저희도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2010년에 좋은 시너지를 내며 좋은 경험을 했고 형들과 좋은 추억을 쌓았다. 지성이 형, 주영이 형과 너무 재밌게 축구를 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서 저희가 이런 위치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많다. 한편으로는 빨리 받아들이고 저희들의 새로운 시작점이 올 거기 때문에 여러가지 감정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청용은 박주영과 뛴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2007년 수원삼성과 슈퍼매치 4-1 승리를 꼽았다. 박주영이 해트트릭을 했고 이청용이 도움 2개를 올렸다. 기성용은 "저도 그 경기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그때 막 데뷔해서 수원 상대로 대승을 거둔 것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그때 전 햇병아리 수준이었고 주영이 형은 슈퍼스타였기 때문에 보는 것 자체로도 떨렸다. 저는 월드컵 첫 경기도 기억에 남는다. 같이 뛰면서 승리도 거뒀고 16강의 시발점이 됐던 그리스전이 기억 많이 남는다. 올림픽에선 주영이 형 때문에 동메달 딸 수 있었다. 의지 많이 했고 저희에게 많은 걸 줬던 선배다"라며 되돌아봤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같이 생활을 많이 해서 주영이 형이 어떤 사람이고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축구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인간적으로도 도움을 받았다. 서울에서 같이 은퇴를 했었으면 좋았겠지만 상황이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아쉽다"라며 "앞으로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주영이 형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장점을 통해 도움을 받을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열심히 한국 축구를 위해서 일했으면 좋겠다. 은퇴하니깐 마음은 편해 보이긴 하다. 주영이 형이 K리그나 대표팀에서 많은 걸 했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은퇴하면 좀 쉬다가 한국 축구를 위해 열심히 일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덕담을 남겼다.

사진 = 골닷컴,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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