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저희 가게는 현금 안 받는데… 카드 없으세요?" "젊은 사람이 현금을 쓰시네요?"
언젠가부터 현금 사용이 낯설고 드문 일로 여겨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카드나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다양한 비현금 결제 수단을 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디지털 가속화가 진행되면서 '현금 없는 사회'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금 없는 사회는 어느 지점까지 왔을까. 기자는 하루 종일 현금만 사용하면서 현실을 체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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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 기기서 돈 뽑는 데만 '30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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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전 6시20분. 평소 카드를 주로 사용해 온 기자는 이른 아침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도보 15분 거리에 은행 현금 인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은행 앞에 도착하고 보니 영업시간이 아니었다. 오전 7시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 조금 더 걸어보니 편의점 앞에 놓인 현금 인출기가 보였다.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화면을 눌러가며 5만원을 인출했다. 뽑는 동안에도 어색함에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 수수료는 '0원'이었다. 기자가 소지한 카드가 편의점 ATM과 수수료 면제 제휴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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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내면 '2900원', 카드 찍으면 '196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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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50분. 조심스럽게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기사에게 "1만원 내도 되냐"고 묻자 "아뇨"라는 짧고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몇 개 꺼내 황급히 동전통에 넣었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서두르다 보니 실수로 100원을 더 냈지만 거슬러 받는 것은 불가능했다.
광역버스 현금 승차 요금은 2900원, 카드 요금은 2800원이다. 게다가 카드를 이용할 경우 교통비 환급 제도인 'K-패스'를 통해 840원(30%)을 돌려받을 수 있다. 현금 승차를 하며 940원을 더 지불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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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리스 매장'인데… 현금 결제도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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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직전, 직장인 필수템으로 통하는 카페인 섭취을 위해 스타벅스에 들렀다. 이곳은 '현금 없는 매장'이다.
스타벅스는 2018년부터 전체 운영 매장 1460곳 중 870곳을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목적은 현금을 소지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결제의 간편화로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현금만 소지하고 있는 경우 스타벅스 카드에 충전해 사용해야 한다. 다만 해당 카드는 만원 단위로 결제가 가능하다.
직원에게 '자몽허니블랙티에 샷추가'를 시키며 만원을 냈더니 거스름돈으로 3500원을 돌려줬다. 예상 밖의 상황에 반사적으로 현금 결제가 가능한지 묻자 "현금 없는 매장이지만 카드가 없으신 경우 현금 결제도 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투썸플레이스 서린동 청계광장점 역시 '현금 없는 매장'이다. 매장 벽면에는 큼지막하게 "죄송하지만 현금이 없는 매장입니다. 카드 결제만 가능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현금 결제가 가능한지 물어보니 직원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다 보니 일정 부분 양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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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안 되는' 매장 찾기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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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역 일근에서는 오히려 현금 결제가 안 되는 매장을 찾기가 어려웠다. 주요 커피 브랜드와 패스트푸드 매장을 비롯해 방문한 다섯 곳 모두 현금 결제가 가능했다. 겨우 찾은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서 현금을 냈다가 거절당했다.
해당 직원은 "현금 없는 매장이라서 그건 좀 힘들다"며 "카카오나 네이버 페이도 가능한데 혹시 그렇게 하는 건 어떠시냐"고 제안했다. 기자가 난색을 표하자 "거스름돈이 있을 때는 종종 해드리는데 지금은 없어서 현금 결제가 불가능하다. 현금으로 하려면 다른 매장으로 가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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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은 오히려 '1000원' 할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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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되고 밥을 먹기 위해 종종 찾아가던 한식뷔페로 향했다. 해당 음식점에서는 현금 결제 시 9000원에서 8000원으로 할인받을 수 있었다.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는 대신으로 현금 결제 때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이처럼 현금 결제와 카드 결제 금액을 달리하는 가게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 매출 5억원 이상 가맹점의 경우 카드 수수료가 여전히 부담스럽다 보니 현금 결제 선호는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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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지하철'과 '버스' 환승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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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30분. 퇴근길에는 일회용 교통카드를 이용해 지하철을 타보기로 했다. 평소에는 몇 초 걸리지 않아 카드를 찍고 지나갔지만 이날은 발매기 앞에 섰다. 주위에 멈춰 선 사람들은 외국인이 대부분이었다.
목적지를 선택하는 화면이 뜨자 서울의 모든 역명이 빼곡히 나왔다. 서울역을 찾으려 애쓰는 사이 기계가 어느새 첫 화면으로 돌아가 버렸다. 다시 한번 시도하고 나서야 일회용 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그사이 지하철은 두 대가 지나갔다.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탈 때는 조금 익숙해진 듯 1000원짜리 지폐 세 장을 넣었다. 그러자 버스 기사가 귀찮은 듯한 말투로 "얼마 냈냐"고 물었다. 당황해서 "3000원이요"라고 대답하자 그제야 거스름돈 100원이 나왔다.
이날 현금을 사용한 퇴근길 교통비로는 총 4400원을 지출했다. 카드로 결제했다면 환승 혜택을 받아 3200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여기에 교통비 환급 제도까지 생각하면 금액 차이는 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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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사회, 과연 모두를 위한 변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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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지출액에서 카드 사용 비중은 2015년 37.4%에서 2021년 58.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현금 사용 비율은 2015년 38.8%에서 2021년 21.6%로 감소하는 추세다. 게다가 은행 현금 자동 입출금기 또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최근 약 6년간 전국에서 1만4000여개의 기기가 철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현금만으로 생활하면서 '현금 사용 선택권'이 아직 다양한 방식으로 보장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화된 일상에선 작은 불편이 뒤따랐다.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는 "교통카드가 없는 어린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은 여전히 현금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렇듯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전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모두가 그 변화를 반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기 이용이 서툰 취약계층은 비현금 지급수단을 이용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