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거나 나쁜 동재’ 이준혁 “박성웅, 니가 통속의 힘을 알아?”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tvN이 월화드라마로 방송하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 속 서동재(이준혁 분)의 매력은 통속함이다.
성공에 경박하게 기뻐하고 실패에 금새 풀 죽고 만다. 그렇게 통속 이상의 감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서동재의 큰 장점이다. 내면이 환희로 들끓어 올라도 주변 눈치를 살필 줄 알고, 상황이 나락으로 곤두박질쳐도 굴 파고 들어가지 않는다. ‘이 또한 지나 가리라!’야 말로 세상에 널리 통하는 풍속일테니.
미제연쇄살인사건 진범 검거에 이어 여고생 총기살해사건도 해결했다. 마약제조책도 잡았다. 모범검사로 선정돼 대검 계단을 오르는 서동재는 감격했다. 그토록 닿고 싶었던 곳, 필사적으로 입성하고 싶었던 곳. 대검에 마침내 당도한 감격은 살 떨리게 달콤했다. 옆에서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전전긍긍하는 후배 성시운(백선호 분)의 기색 따윈 전혀 궁금하지도 않을 만큼.
‘황시목, 너 이런 기분였던 거야? 정말로 세상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갔던 거야?’ 그리고 그 순간 내처졌다. 이유도 모른 채 굴욕적으로. 그 사정은 꽃다발로 사정없이 내리치는 어부인 이유안(최희서 분) 여사에게 들었다.
남완성(박성웅 분)이 유튜브 방송에서 서동재를 사건 조작 검사로 만들어버렸다. ‘비밀의 숲’ 시절 박무성(엄효섭 분)의 아들 박경완(장성범 분)까지 동원해 강압수사가 취미고 사건조작이 특기인 비리검사로 낙인찍었다. 여기에 더해 그토록 지우고 싶고 부인하고 싶었던 ‘스폰서 검사’란 주홍글씨도 언급하며 서동재 비리 2탄을 예고하기도 했다.
전미란(이항나 분) 부장 말처럼 검사 서동재한테 행복한 선택은 이제 없다. “그 애에게 사과해!”란 마나님 이유안 여사 엄명에 찾은 남겨레(김수겸 분) 집. 서동재는 초인종 앞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내 무릎이 얼마나 가벼운데..” 맞다. 언제라도 구애없이 꿇어왔던 무릎이다. 근데 남완성한테도 그래야 한다고? 아니, 그건 아니다. “그래도 내가 빌 상대는 니가 아니지.” 돌아서던 길에 주정기(정희태 분)의 통화내용이 귀에 들어온다. “박찬혁이 대봐요.” 아하, 조병건(현봉식 분)이 애타게 찾던 박찬혁(허동원 분)이 남완성 손에 떨어졌구나!
서동재는 직무정지가 떨어지기 전 마지막 수행업무로 남겨레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기소장을 보고 기뻐하는 성시운 검사의 존경어린 눈동자라니.. 설마 이 서동재가 남완성 따위에게 꼬랑지 내릴 줄 알았냐구.
김지희(정운선 분) 검사도 보잔다. 이 까칠한 후배님은 전미란 부장 이하 동료 검사들에게 살가운 맛이 하나도 없다. 특히 조병건은 벌레 보듯 한다. 물론 서동재도 그 비슷하게 보는 것 같아 함부로 말도 못놓는 판이다.
그 김지희가 자신의 ‘인부 실종’ 사건을 공유하며 도움을 청한다. “성시윤이 자랑하던데요. 남겨레 기소 때렸다고.” 요는 이제는 믿을만하단 말이겠지. 인정받는 기분이 나름 괜찮다.
남겨레 기소는 남완성을 또 한번 자극했다. “하아, 서동재. 그냥은 안죽네.” 주정기는 대책으로 서동재가 꼼짝 못할 변호인 선임을 요청한다. 그렇게 남완성은 ‘비밀의 숲’ 당시 서부 지검장으로 이제는 로펌 자허의 고문변호사가 된 강원철(박성근 분)을 남겨레 변호인으로 선임한다.
주정기는 여기에 더해 서동재 비리 2탄, 땅 뇌물 수수건을 터뜨리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남완성의 생각은 다르다. 땅문제 까지 터지면 서동재는 검찰에서 잘린다. 남완성이 쓸 패도 사라진다. “검사도 아닌 서동재가 무슨 가치가 있다고 쉽게 풀어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비틀고 짜줘야지.” 남완성은 주먹이란 쥐고 흔들 때 위협적이지 휘두르고 나면 소용이 다함을 알고 있는 축이다.
그런 남완성의 속셈을 잔머리 대가 서동재가 모를 리 없다. 검찰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선제 양심선언을 한다. 철 없을 때 남완성이 땅을 줬고 그걸로 협박해 아들 사건 무마를 요구했으며 남완성이 진행 중인 재개발은 국회의원과 결탁해 이루어지게 됐다고.
남완성처럼 서동재도 그쯤에서 그칠 생각이 없다. 이유안의 남편으로서 남완성을 직접 잡아넣어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맹세했으니까. 그래서 조병건에게도 천명한다. “나도 내가 엉망인 건 아는데 그 새끼가 더 엉망이라서 잡아야겠어!”
그래서 김지희 사건 조력에 발벗고 나선다. 사건의 개요는 이홍건설의 하청업체 인부 박장우가 부실시공 지시 혐의로 남완성을 고발했고, 김지희가 소환하기 직전 실종됐다는 것.
김지희는 남완성이 손을 썼을 것이며 사건 현장은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인 성화동 현장일 것으로 추측한다. 성화동 현장은 완공을 눈 앞에 두고 있고 완공되고 나면 부실시공 건도, 박장우 실종 건도 콘크리트에 묻히고 마니 시간이 별로 없다.
그렇게 찾은 현장에서 김지희는 남완성 수하들에게 쫓기다 부상을 입고, 그들로부터 이 현장에서 사람을 묻은 일이 있었음을 전해 듣는다. 위기의 순간 나타난 서동재, 조병건에 의해 구조된 김지희는 검사 폭행건으로 사업주 남완성을 소환하지만 남완성이 발뺌으로 일관하는 동안 남완성에게 잡혀있던 박찬혁이 자수한다.
박찬혁은 마약 혐의에 대해 남겨레를 쏙 빼놓고 사망한 임유리(최주은 분)만을 마약거래범으로 지목, 그 아버지인 형사팀장 임형식(임형국 분)의 애간장을 태운다. 남완성이 출두한 검사폭행사건 역시 흐지부지되고 만다.
서동재에게 마침내 직무정지의 시간이 왔다. 전미란 검사는 맡은 사건을 보조하던 성시운 검사에게 넘기라 말하면서 “그 방에서 뭘 배웠을지 모르지만..”이란 사족을 붙였었다. 서동재도 성시운을 격려하며 “내가..”라 목청을 뽑아보지만 뒷말을 잇지 못한다. ‘동재야, 동재야, 왜 내가 잘 가르쳤으니라고 얘길 못하니?’ 당연하고 멋쩍은 침묵. 서동재는 정말 성시운을 가르친게 없었다.
그렇게 서동재가 방을 떠나기 전, 성시운의 첫 사건이 문을 열고 찾아온다. 남겨레 마약 사건이 주정기를 앞세우고 들어온다. 그리고 그 문을 닫는 얼굴은 서동재가 피하고 싶던 얼굴, 강원철이다. ‘고작 서동재’를 챙겨줬던 선배, 서동재 주제에 떳떳한 후배이고 싶었던 선배 강원철이. 그리고 말한다. “제가 어느 분이랑 얘기를 해야 되죠?” 싸늘하다.
드라마 속 ‘통속’의 대변자는 서동재지만 청주지검의 나머지도 예외는 아니다. 형사부장 전미란은 내막이 드러나지 않은 동생 건으로 남완성에게 발목이 잡혔지만 막장 비리 검사는 아니다. 인생 다 끝나버린 사람처럼 이프로스에 참회록을 남긴 서동재의 글을 읽고 잘못된 선택이라도 할까봐 노심초사 조병건을 닦달도 한다. “서동재가 어딜 봐서 양심선언할 사람야?”
전미란의 닦달에 “이게 유서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투덜대면서도 서동재를 찾아나선 조병건도 서동재만큼 출세지향적이다. 사건 가로채기, 후배 무시하기, 정보원 닦달하기, 권위의식 앞세워 으스대기에 남부럽지 않다. 스폰서 검사 서동재는 선배로도 안본다. 하지만 서동재 살리자고 연쇄살인범 이경학(김상호 분)의 낫 앞에도 나서고 ‘빨대’ 박찬혁에겐 인간적 정과 의리를 지킨다.
물론 세상의 풍속을 흐트러뜨리며 바닥에서 정상까지 올라 선 남완성과, 청와대에서 청주지검까지 추락해 본 서동재의 잔머리 싸움이 메인이긴 하지만 이 통속한 검사들끼리의 통속한 지지고 볶기도 드라마를 더없이 맛깔스럽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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