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짜리 집인데 바닥이 기울었다”…초호화 오피스텔의 배신
‘강남 하이엔드’로 홍보해
자재 뒤틀리고 바닥은 삐딱
주민들 “입주 거부, 소송 준비”
3.3㎡당 1억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분양했던 서울 강남권의 하이엔드 오피스텔들이 ‘날림 공사’ 논란에 휩싸였다. 분양 당시 홍보한 내용과 실제 완공 후 모습이 딴판이라는 것이다. 분양 계약자들은 “비싼 가격과는 어울리지 않는 싸구려 자재로 부실시공이 이뤄졌다”며 “분양과정도 불투명해 사기분양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 ‘대치 아티드’ 분양 계약자들은 최근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내용 증명서를 시행사에 발송했다. 이들은 “강남구청서 사용승인이 난 뒤 재점검을 했지만 여전히 하자가 심각해 입주가 불가능하다”며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단지는 작년 3월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다. 범 현대가 건설사로, 당초 시공을 맡았던 HN Inc(옛 현대BS&C)가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때문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같은해 7월 시공사가 연매출 200억원대인 상상토건으로 변경됐다. 분양 계약자 B씨는 “하이엔드급 시설을 짓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업체를 시행사가 임의로 선정했다”며 “시공사가 바뀐다는 통보도 뒤늦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분위기는 급변했다. 부동산 PF 위기에 서울 대다수 하이엔드 오피스텔 용지가 경·공매 시장으로 밀려났다. 이들 용지는 아직도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대치 아티드 시행사 측은 “부실시공은 수분양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며 시공사에서 답변해야 할 문제”라고 입장을 전했다. 시공사는 “견본주택과 같은 자재를 사용해 동일하게 시공했다”고 밝혔다.
강남구 삼성동 파크텐삼성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계약자들은 이 오피스텔이 ‘하이엔드급 4.5m 층고 복층 구조’를 내세워 분양됐으나, 실제 완공된 건물에 가보니 복층이 아닌 1.2m 높이의 ‘창고형 다락’이었다고 주장한다.
강남역 인근의 A오피스텔 역시 하자 논란에 휩싸였다. 분양 계약자들은 창문이 설치되지 않은 외벽, 깨진 복도 바닥, 파손된 수납장이 다수 발견됐고 헬스장과 수영장 등 편의시설도 미완공 상태였다고 주장한다. 일부 계약자들이 시행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매일경제는 이들 시행사에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받은 사람들은 고품질에 대한 기대로 높은 가격을 감당했지만, 치솟는 공사비로 인해 시공사들이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분양과 관련된 갈등이 발생했을 때 법원의 해석이 시행사나 시공사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건축물 분양법에 따르면 층고·면적의 감소나 내·외장재의 변경 등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설계변경은 분양계약자 전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법원에서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드물어 피해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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