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비연애·비출산·비섹스"… 미국서 한국 페미니즘이 유행?

김영훈 기자 2024. 11. 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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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사실이 분명해진 이후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의 4비(非)운동(4B movement)이 주목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9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젊은 자유주의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결혼·출산·연애·성관계'를 거부하는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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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미국 여성들이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 템파에서 '생식권 및 응급 낙태 치료'를 지지하는 '다이인'(die-in) 시위에 참여한 여성의 모습.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사실이 분명해진 이후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의 4비(非)운동(4B movement)이 주목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9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젊은 자유주의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결혼·출산·연애·성관계'를 거부하는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CNN은 이를 "'4B 운동'은 '비혼·비출산·비연애·비섹스'라는 4가지 한국어를 줄인 말로 2016년 한국에서 시작된 페미니즘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주디 한 캘리포니아 대학교 젠더 연구 조교수의 말을 인용해 "4B운동이 한국에서 극심한 성 불평등에 대한 반응으로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지난 8일 틱톡 등 SNS에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4b' '#4bmovement' 등의 해시태그가 빠르게 확산했다. 이들은 여성 혐오적 발언, 성범죄 이력 등 논란이 있는 트럼프가 당선된 것에 실망감을 표시하며 한국의 4B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한 여성 틱톡 유저는 영상을 통해 "4B운동은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세상은 망가졌고 아이를 갖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여자 아이를 갖게 된다면 미래가 너무 걱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인트 루이스에 거주하는 여성 애슐리 폴라드(36)는 "우리는 그동안 남성의 안전을 위해 아첨하는 등 모든 일을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우리를 미워한다"며 "우리를 미워한다면 우리도 원하는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라드는 "2022년 이후로 남성과 데이트하거나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며 "혼자 지내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혼하지 않고도 스스로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혼자서 아이를 가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보스턴에 사는 여성 알렉사 바르가스(26)는 학대와 폭행 등 사건을 겪은 후 남성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성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며 "저에게 이 운동의 목표는 젊은 여성과 소녀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4B운동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플로리다 출신 에비 케이(27)는 관련 영상을 올리자 남성들로부터 그녀의 외모에 대한 살인 위협과 증오적인 댓글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데이트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CNN은 또 이미 결혼했거나 연인이 있는 여성들은 남성을 위한 감정 노동을 거부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항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사람들은 4B운동이 미국 여성 내 주류 움직임이 될 것이라는 입장에는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주디 한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4B운동은) 젠더 이분법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많은 여성들이 트럼프에 투표했다는 팩트를 간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대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 비해 많은 여성표를 획득했지만 이전 조 바이든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선에서 얻었던 여성표보다 적었다.

주디 한 교수는 4B운동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빠르게 식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온라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담론이 여성들이 전 세계 다른 사람들과 연대를 구축하고 투쟁에 혼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mike4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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