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한국이 고작 40점…이러다가 ‘노키아·코닥’처럼 될라 [매경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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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첫 선을 보였던 2007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절반은 노키아 차지였다.
이듬해 앱스토어가 열리면서 스마트폰 혁명이 본격화됐지만, 노키아는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41.1%로 여전히 탄탄한 입지를 과시했다.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토터스 인텔리전스는 한국의 AI 산업 수준을 "미국을 100점이라고 놓았을 때 40.3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AI 혁명은 한국의 기존 성장 모델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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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 준비 안 된 한국
주도권 놓치면 경제·안보 위협
데이터·인재 격차 해소 필수적
AI 주권 확보 위한 법·정책 시급
마찬가지로 코닥은 필름 사업에 집중하다 디지털 전환에 실패했고, 독일과 미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내연기관차에 집중하다가 전기차 전환에 뒤처졌다. 청나라와 대영제국의 쇠퇴는 기술 경쟁에서 밀린 결과로 강대국이라도 기술 패권을 잃으면 빠르게 약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은 단연 인공지능(AI)이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모든 산업에 혁신을 일으키는 ‘게임 체인저’다.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폴드2’가 대표적이다. 알파폴드2는 단백질 구조와 아미노산 특성을 학습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2억 개의 단백질 중 99%의 구조를 예측해내며 신약 개발의 신기원을 열어젖혔다. 사람이 직접 했다면 수백, 수천 년이 걸렸을 일이다.
AI는 최소 수 개월이 걸리던 AI 반도체 칩 설계 기간을 한 달 이하로 단축시키고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시놉시스는 오픈AI의 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해 칩 설계 작업을 돕는 AI 도구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엔지니어들은 설계 방법을 쉽게 이해하고 작업을 개선할 수 있으며, AI 도구는 수천 개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해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반면 한국은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토터스 인텔리전스는 한국의 AI 산업 수준을 “미국을 100점이라고 놓았을 때 40.3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AI 100대 대학에 한국 대학은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분석한 최근 10년간 생성형 AI 관련 특허 상위 20위 안에 국내 기관 중 삼성전자만 이름을 올렸다.) 한국 기업들은 거대언어모델(LLM) 등 주요 AI 분야에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으며, AI 산업 육성을 위한 AI 기본법조차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AI 기술은 제조업 기술과 달리 한번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와 고성능 인프라가 필수적인데, 선발주자들은 이미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을 축적해 생태계를 확장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제조업 인재처럼 표준화된 교육으로 빠르게 양성하기 어려운 고도의 연구 인재가 AI 분야에서는 필수적이다.
한국은 그간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틈새를 파고들어 성장 동력을 찾아왔다.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에 신속하게 올라타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격차를 빠르게 좁혀 반도체·자동차 산업 강자로 성장했다. 그러나 AI 혁명은 한국의 기존 성장 모델을 위협하고 있다. AI는 모든 산업과 국가 시스템에 깊숙이 통합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AI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은 경제적 자주성과 국가 안보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 주권을 지키는 정책과 인프라 투자가 절실하다. 대학과 연구소, AI 관련 기업들이 기초 연구를 활발히 이어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을 강화하고, 인재 양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 공유 생태계 조성도 중요하다. 반도체 강국의 이점을 살려 AI 전용 반도체 개발에도 집중하고 AI 기본법 입법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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