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韓서 아시아 1호 백화점 매장 연 패션 브랜드 '팜엔젤스' 창업자 프란체스코 라가찌 | “롯데백화점 입점은 亞 시장 확장 이정표…亞 매출 비중 두 배로”

심민관 기자 2024. 11. 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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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팜엔젤스

“‘팜엔젤스(Palm Angels)’가 한국의 대형 백화점에 입점한 것은 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다.”

글로벌 럭셔리 스트리트웨어(streetwear) 패션 브랜드 팜엔젤스 창업자이자 크리에이티브디렉터(Creative Director)인 프란체스코 라가찌(Francesco Ragazzi)는 10월 14일 인터뷰에서 8월 30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관(명품관)에 팜엔젤스 매장을 입점시킨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에비뉴엘관은 팜엔젤스의 아시아 1호 백화점(department store) 매장이다. 팜엔젤스는 아시아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지난해 4월 서울 도산공원 앞에 국내 1호 매장(부티크)을 열었다. 라가찌는 “이번 백화점 입점은 고객 접근성과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적 접근을 의미한다”며 “현재 매출의 약 10~15%가 아시아 지역에서 나오는데, 앞으로 이를 두 배 이상 늘릴 것”이라고 했다.

팜엔젤스는 몽클레르 아트디렉터였던 라가찌가 2015년 5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창업한 패션 브랜드다. 팜엔젤스는 야자수(palm)와 천사들(angels)의 합성어로 ‘야자수 아래 스케이트를 타는 천사들’이라는 뜻이다. 밀라노와 로스앤젤레스(LA)의 패션 감성을 결합한 팜엔젤스는 천사 문양의 로고 플레이, 야자수와 화염, 목이 두 동강 난 곰 인형(kill the bear), 바지 측면에 들어간 일자 라인 등 자유롭고 독특한 디자인과 패턴을 내세워 아미리(AMIRI), 오프화이트(OFF WHITE) 같은 기존 럭셔리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와 경쟁하는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팜엔젤스 옷을 입은 모델. / 팜엔젤스

아시아 시장에서의 목표는.

“아시아 지역 매출이 전체 매출의 10~15%에 불과한데, 이 비중을 30%까지 올리는 게 목표다. 현재 팜엔젤스의 주요 시장은 미국(25%)과 유럽(45%)으로,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팜엔젤스는 아시아 지역 중 한국과 일본 등 럭셔리 스트리트웨어 수요가 증가하는 시장으로 확장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한 개 매장(2023년 오픈한 하이난점)뿐이지만, 향후 중국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이 지역에서 파트너십을 확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 유통 채널을 강화해 우리 브랜드에 대한 수요를 확대하고자 한다.”

판매와 관련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있나.

“팜엔젤스는 도매(wholesale), 오프라인 리테일(소매), 온라인 판매 모두 균형 있게 접근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온라인에서 브랜드 존재감을 강화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해 고객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향후 비즈니스 전략은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모든 판매 채널에서 고객 참여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번 백화점 입점도 더 많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추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리테일과 백화점을 통한 팜엔젤스의 (시장) 확장 전략을 반영한다.”

내년 5월이 브랜드 창립 10주년이다. 지난 시간을 평가한다면.

“팜엔젤스는 2015년에 창립된 브랜드이지만, 사실상 2014년에 출시된 사진집(‘팜엔젤스’)으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팜엔젤스는 LA의 활기찬 스케이트보드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팜엔젤스는 미국 (스케이트보드) 문화와 이탈리아의 정제된 미학을 결합해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들었다.

지난 9년간을 돌이켜보면 팜엔젤스엔 변화의 시간이었다. 혁신적인 디자인 개발과 (몽클레르와의) 전략적 협업 등을 통해 럭셔리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앞으로 팜엔젤스는 소매와 도매에서 균형 있는 성장을 추구하면서 패션, 예술, 문화를 혼합한 새로운 창의적 길을 모색해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관 3층에 입점한 팜엔젤스 매장. / 팜엔젤스

창업 이후 힘든 순간은 없었나.

“지난 9년간 창작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복잡성(complexity)을 지닌 패션 산업을 헤쳐 나가고, 급속한 회사 성장 속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때때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브랜드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몽클레르 아트디렉터 출신이다. 이 경험이 창업 이후 어떤 도움이 됐나.

“몽클레르에서의 경험은 팜엔젤스라는 브랜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몽클레르에서 럭셔리 브랜드 구성 방법, 장인 정신, 패션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문화를 결합한 브랜드를 만드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팜엔젤스가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팜엔젤스 인기 비결은.

“팜엔젤스 인기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고객과의 감정적 유대에서 비롯된다. 팜엔젤스는 자유, 개성을 토대로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와 깊이 공감하고 있다.”

팜엔젤스가 중시하는 가치는.

“팜엔젤스는 진정성, 창의성, 포용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앞으로도 우리는 (패션의) 경계를 넘고, 사람들이 우리의 창작물을 통해 독특한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브랜드로 남을 것이다.”

패션의 본질은.

“패션의 본질은 문화를 반영하고,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감정을 자극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브랜드의 여정은 단순히 패션을 넘어서 창의성, 포용성,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팜엔젤스는 관습에 도전하고 한계를 넓혀 나가면서 개개인이 독특한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패션을 통해 긍정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문화를) 장려하고자 한다.”

송지오나 우영미 같은 한국 브랜드와 협업 생각은 없나.

“왜 안 되겠나(Why not)? 한국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모색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국의 활기차고 다채로운 패션은 모두와 공감할 수 있는 창의적인 파트너십을 향한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협업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 내 문화적 연결을 심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Plus Point
2014년 사진집 출시 계기로 창업

프란체스코 라가찌의 사진집 ‘팜엔젤스’에 나온 스케이트 보드를 탄 청년. / 팜엔젤스

몽클레르 아트디렉터였던 라가찌는 LA에서 스케이트보드 현장을 촬영해, 2014년 흑백 사진으로 구성한 사진집(‘팜엔젤스’)을 냈다. 라가찌는 팜엔젤스의 시작이 이때부터라고 말한다. 라가찌의 사진집에는 스케이터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 사진이 있다. 사진집 배경인 해변의 야자수와 스케이터들이 캘리포니아 해변의 햇살 아래에서 놀고 있는 천사처럼 보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팜엔젤스라는 이름을 지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라가찌는 “LA 곳곳을 누비던 스케이터의 사진에서 느껴진 자유로운 정신을 시각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고 했다. 한편, 라가찌는 2025년 5월 팜엔젤스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지난 9월 ‘Decoding Palm Culture’라는 사진집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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