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신시장 영국을 가다] K푸드 열풍 부는 런던…노란 유니폼 팬 손에 노란 ‘불닭볶음면’

런던(영국)=박소정 조선비즈 기자 2024. 11. 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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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영국 ‘몰리뉴 스타디움’ 앞 ‘치즈맛 불닭볶음면’ 등 한국 스낵 보따리를 받아든 울버햄튼 원더러스 FC의 늑대 마스코트와 팬. / aT

9월 15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2시간가량 기차를 타고 도착한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 앞에는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축구팬 수천 명이 몰려 있었다. 이들의 손에는 노란색 포장의 ‘치즈맛 불닭볶음면(Cheese Flavour Buldak)’이 들려 있었다. 울버햄튼은 인구 26만 명의 중소 도시다. 이곳을 연고지로 하는 프리미어구단 울버햄튼 원더러스 FC에는 황희찬 선수가 뛰고 있다. 이날 예정된 뉴캐슬 유나이티드 FC와 경기에 앞서 ‘황희찬의 나라’인 한국의 K푸드를 체험할 수 있는 이색 이벤트가 열린 것이다.

9월 11일 오후 영국 런던의 번화가 ‘소호(Soho)’ 거리. ‘치맥’ 등 한글로 쓰인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박소정 기자

이 행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영국사무소가 기획부터 진행까지 맡았다. aT 영국사무소 관계자는 “런던 같은 대도시에서는 한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울버햄튼 같은 중소 도시 사람에게는 K푸드가 아직 낯설다”면서 “황희찬 선수가 뛰고 있는 걸 계기로 우리나라 음식을 알릴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대표 메뉴였던 치즈맛 불닭볶음면의 노란색 포장지는 울버햄튼의 상징 색과 같다. 이 제품은 영국으로 정식 수출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다. 영국의 식품 통관 규정인 BTOM(Border Target Operating Model)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회원국 등에서 생산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해 만들어진 복합 식품만이 영국으로 수출이 가능하다. 기존 제품은 치즈 분말 등이 한국에서 제조된 탓에 이 규정을 통과하기 어려웠다. 제조사인 삼양식품은 해당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치즈 맛’ ‘까르보 맛’을 구현한 레시피를 따로 만들어 수출 활로를 개척했다.

9월 10~11일 이틀간 영국 런던 올림피아에서 열린 ‘2024 SFFF’의 한국 부스. / 박소정 기자

EPL 팀 관계자가 관심 보인 K푸드

닷새 전 영국 런던 올림피아에서 열린 ‘2024 SFFF(Speciality & Find Food Fair)’에서도 K푸드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이 행사는 영국에서 가장 큰 프리미엄 식품 B2B 박람회다. 한국의 aT(Korea agro-fisheries & food trade corporation) 부스는 이 전시장 한가운데에 있었다. 직원들은 입구부터 “안녕하세요. 한국 정부 기관입니다(Hello, We are Korean government agency)”라고 인사하며 모객 활동을 했다. 부스 전시대엔 aT가 올해 영국 시장 진출 ‘프런티어사(선도 기업)’로 선정한 업체의 음료·주류, 건조 과일 칩, 알밤 등이 진열돼 있었다.

영국 현지 유통 업체 ARK34 임원 세이주샤(SEJU SHAH)는 한국 부스에 비치된 인테이크 제품 ‘슈가로로(sugarlolo)’에 관심을 보였다. 인테이크는 대체 식품 전문 회사로 무설탕 코코넛 젤리 음료, 곤약 젤리, 제로 탄산수 등을 대표 식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틀간 네 번이나 이곳을 방문했다는 세이주샤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설탕이 없어 건강에 좋아 보인다. 우리가 찾던 할랄 푸드에 부합한다”며 “(향후 거래 체결을) 굉장히 긍정적(very positive)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영국 프로 축구 클럽 왓포드 FC(Watford FC) 관계자는 한국 나주산 배로 만든 파우치형 주스 ‘프리페어(prepear)’와 자연터의 건조 과일 칩 ‘슬림모어(SLIMORE)’에 관심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선수들의 수분 섭취가 중요해 적당한 음료가 있는지 살펴보러 왔다”며 “첨가물 없이 100% 한국산 배로 만들었다고 하니 관심이 간다”고 했다.

영국 런던의 번화가 소호 거리에 있는 한식당 ‘분식(Bunsik)’. / 박소정 기자

런던 중심지에서 만난 한글 간판 '분식'

K푸드 열풍은 영국 시내 곳곳에서 목격된다. 영국 런던의 ‘소호(Soho)’ 거리가 대표적이다. 소호 거리는 쇼핑몰·맛집·펍·클럽이 모여 있어 젊은 사람들이 항상 붐비는 번화가다. 이곳에선 ‘분식(Bunsik)’ ‘오세요(Os-eyo), ‘서울플라자(Seoul Plaza)’ 등 한글로 쓰인 간판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분식’ 이라 쓰인 한식당은 말 그대로 떡볶이·김밥 등 한국의 분식 메뉴를 판다. 30명 정도의 손님이 매장을 가득 채웠다. 베스트셀러는 ‘콘도그(corn dog)’. 막대기에 꽂아 먹는 한국식 핫도그를 말한다. 분식 맞은편엔 서울플라자와 오세요 간판을 내건 한인 마켓이 입점해 있다. 국내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 식품이 구비돼 있다. 고향 맛을 그리워하는 한국인이나 아시아인이 주로 찾을 것 같지만, 실상은 현지인이 더 많았다. 런던에 거주하는 주부 시살레이(34·seSallay)도 이곳에서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치즈 불닭볶음면 두 봉지를 집어 들었다. 그는 “이게 내 입맛에 가장 맞아서 자주 사 먹는다”며 “소스를 전부 넣으면 너무 맵기 때문에 조금만 넣어 먹는다”고 말했다.

소호 거리 인근 지하에는 인생네컷 런던 소호점도 있다. 인생네컷은 과거 ‘스티커 사진기’처럼 즉석에서 사진이 인화되는 셀프 사진관이다. 한국에서는 10~30대를 중심으로 유행이다. 한국보다 세 배 비싼 가격이지만, 영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한국 못지않게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이곳 직원은 “주말에 많을 땐 하루 300팀이 넘게 찾는다”고 이야기했다.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 3학년에 재학 중인 제이납 카비어(20·Zain-ab Kabir)도 친구와 자주 인생네컷을 찍는다고 했다. 그는 “10년간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는 물론, 한국 문화를 좋아하게 됐다. 인생네컷도 그 일부”라며 “개인적으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나오는 변우석 배우와결혼하는 것이 내 꿈”이라고 농담을 했다.

이처럼 런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진 한국의 먹거리·놀거리 문화에 힘입어, 영국으로 한국 농식품 수출액도 해마다 확대되는 추세다. aT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영국 한국 농식품 수출액은 8550만달러(약 1187억원)에 이른다. 올해 1~8월 기준으로 7400만달러(약 1027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2% 넘게 수출이 증가했다.

[제작 지원: 2024년 FTA 이행 지원 교육 홍보 사업]

Plus Point
Interview 하이더 하니파 유니스낵 CEO
“ 한국 스낵의 경쟁력은 ‘다채로운 맛’에 있다”

하이더 하니파(Hyder Haniffa) 유니스낵 최고경영자(CEO)는 9월 12일 영국 비글스웨이드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국 스낵은 초콜릿이나 바닐라처럼 ‘단맛’ 일색인데 한국 스낵은 ‘매운맛’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일 맛이 있고,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니스낵은 영국 3대 스낵 수입 업체로 꼽힌다. 25개국 1100개 종 이상의 스낵이 이곳을 거쳐 영국 전역 2만7000개 이상 소매 업체로 판매돼 나간다. 하니파 CEO는 “영국 6800만 인구 중 약 2000만 명이 런던에 있는데, 이들 상당수가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어 하는 ‘얼리어답터’”라면서 “특히 런던의 젊은이들이 ‘한국의 것’을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변화하려는 준비를 높이 평가했다. 하니파 CEO는 “일본 기업은 좋은 제품을 가지고는 있지만, 변화를 꺼린다”며 “한국 기업은 aT 등 정부 기관이 현지 진출에 필요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돕는데, 메로나가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그는 “기존 메로나에 들어간 ‘우유’가 유럽산이 아니었기에 바로 이 BTOM의 벽에 걸리고 말았다”면서 “하지만 한국 제조 업체인 빙그레 측과 논의를 거듭하며 우유를 두유로 대체하기로 했다. 덕분에 유니스낵이 메로나를 영국에 유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식품 기업이 더 신경써야 할 부분으로는 친환경 포장재를 제언했다. 하니파 CEO는 “영국은 환경을 보호하려는 문화가 강하다”며 “제품이 재사용할 수 있는 포장재를 활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영국은 먹거리의 70%를 수입하는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국내에서 모두 처리할 수가 없어 되레 쓰레기를 수출하기도 하는 국가”라며 “한국 브랜드가 영국에 진출하려면 이에 대한 고민을 더 진심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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