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 인사이트] ‘내 집 마련’보다 임대를 더 좋아하는 일본인
‘내 집 마련의 꿈’ ‘똘똘한 한 채’ 등의 문구로 대표되는 주택 보유에 대한 열망은 한국에서 매우 당연하게 여겨진다. 반면, 우리와 가까운 일본 시장에서는 주택을 구입하는 것보다 임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CBRE의 2022년 글로벌 소비자 설문 조사에서 미래에 부동산을 구입할 것인지, 또는 임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일본인 응답자의 약 46%가 임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세계 평균인 35%를 큰 폭으로 상회한 것으로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임대 의향을 나타낸 응답자 비율과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일본의 잠재적 임대주택 시장 규모는 미국, 독일, 중국과 견줄 만하다.
실제로 일본의 주거 부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몇 안 되는 성숙한 주거 투자 시장 중 하나로, 국내 및 해외 투자자 모두가 부동산을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다. 꾸준한 월세 수요를 기반으로 오피스 등 다른 자산 유형보다 임대료가 더 안정적이며 견고한 시장 규모, 유동성, 현금 흐름 안정성을 기반으로 다수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고령화와 두드러진 인구 감소에도 일본에서 임대주택 수요가 높게 유지되는 배경과 요인은 무엇일까.
인구통계, 가구 소득, 주택 시장 및 소비자 동향의 관점에서 일본 임대 주거 시장의 성격을 평가하고 일본 주거 부동산 투자 부문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간단히 공유하고자 한다.
입지│인구의 도시 집중
2010년 정점을 찍은 이후 일본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으며, 2050년까지 추가로 2000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동시에 노동력은 확대되고 있으며, 사람들은 일자리가 풍부한 도시지역으로 계속해서 이주하고 있다. 현재 일본 인구의 30%가 21개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지만, 이 비율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도인 도쿄 중심부 소재 23개 구는 2015년에서 2030년 사이에 5%의 인구 증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도쿄 중심부를 포함한 주요 인구집중지역에서는 장기 임대주택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일본 주택 시장의 규모는 이러한 대도시 밀집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잠재 수요층│맞벌이 가구와 독거노인
여성의 사회 활동이 증가하면서 일본 여성 노동 인구의 증가는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이어졌다. 가구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높은 임대료를 쉽게 부담할 수 있게 됐으며, 이러한 가구는 또한 직장 접근성과 자녀 양육의 편의성 같은 요소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 도시지역을 선호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나 주요 도시 임대 아파트의 60~70%는 미혼의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소규모 스튜디오 또는 원룸 아파트로 구성돼 있어 향후 주택을 임대하려는 맞벌이 가구를 위한 가족형 주거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최근 일본 내 통계 자료를 보면, 2040년까지 일본 가구 5가구 중 1가구가 독거노인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동시에 2010년 중반 이후 노인 고용을 허용하는 관계 법률의 지속적인 개편으로 60세 이상의 노동 참여율이 높아졌으며 향후 65세 이상의 참여율 증가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경제력을 지닌 고령 인구는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와 근접하고 직장과 견고한 라이프스타일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위치의 주거를 선호하며 임대주택 수요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지금까지 주로 젊은 싱글 위주로 구성된 소위 ‘셰어 하우스’가 싱글 노년층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사회의 고령화에 따른 시니어 수요를 타깃으로 하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일본을 필두로 2025년 이후 초고령화사회(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비율이 20% 초과)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국내시장에서도 최근 활발히 검토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성장이 불가피한 부분이다.
주거 품질│고품질 및 친환경 부동산 선호
CBRE의 글로벌 소비자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품질 주거 환경을 선호하는 추세가 강화되었다. 이는 위생, 방역, 근무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며 우수한 프라임 자산의 선호로 이어졌던 국내 오피스 시장의 현상과도 유사하다. 구체적으로, 일본에서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미래 거주지에서 더 나은 품질의 부동산, 더 큰 집,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찾고 있다. 특히, 고소득자와 노년층 사이에서 주거지를 선택할 때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한 의지가 높아진 부분도 해당 설문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상당한 경제적 안정을 갖춘 노년층과 맞벌이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는 결국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리 환경│금리 상승에 따른 임대주택 수요 증가
최근 일본 주택 시장의 가격 상승이 관찰되고 있으며 특히 콘도미니엄(한국의 아파트에 해당)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올해 초 정책 금리를 17년 만에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고,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금리를 종전 0∼0.1%에서 0.25% 수준으로 인상하면서 연내 추가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저금리 장기화 기조의 변화와 함께 금리가 인상되면 주택 소유자의 대출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 가계경제는 대체로 건전하여 대출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충분하지만, 주택 구매력이 떨어지고 주택 담보대출 부담이 커지면 임대 옵션을 선택하는 가구 수가 증가할 것이다.
주거용 부동산의 가격 상승에도 투자자의 선호는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 시장의 꾸준한 회복세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주거용 부동산의 선호도가 소폭 하락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자 선호도 상위 톱 3 섹터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한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